스스로를 속이지 말라

올 한해 삼성 비자금 사건,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이 커다란 사회적 파장이 되었다. 두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스스로의 양심을 버리고 ’타인을 속이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사회적 풍토가 속이는 사람들에 대한 관대함과 쉽게 망각하는 습성 때문에 이런 일들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기준에서는 타인을 속여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거의 자살수준에 가깝다. 삼성보다 규모가 큰 엔론은 대규모 분식회계로 인해 파산을 당했다. 개인도 마찬가지로 공적인물인 경우는 비정할 정도로 사회에서 매장 당한다. 성공에 대한 의지나 집착도 중요하지만 타인을 속이고 양심을 버리는 삶은 자신의 경제적 수명을 단축하는 자해행위라는 공감대가 널리 확산 됐으면 한다.


필자의 경우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여러 가지 면에서 자기검열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다. 명함에 성공 또는 자기계발 관련 연구소라고 명기한 분들의 대부분은 기업 강의를 전업으로 하고 있다. 해당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으면 기업 강의를 통해 명망도 얻고 돈도 벌수 있는 괜찮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관련 도서를 출간하면 몸값도 오르고 사회적으로도 좋은 평판을 만들 수 있다. 필자의 경우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CEO연구가로 설정을 하면서 ‘스스로 기업을 만들어 체험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CEO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는 고민을 하면서 ‘기업가’의 길에 집중하고자 했다. 기업 강의와 도서출간 의뢰도 들어왔지만 스스로 판단하기에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고 타인 앞에 서기에는 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통찰이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어 아직까지 고사하고 있다. 처음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특히 자금문제 때문에 힘든 것이 사실이며, 한 때 외부강의와 도서출간에 솔깃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스스로 설정한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아직까지 크게 흔들리지 않고 ‘기업가’의 길을 가고 있다.




2007년 지면을 통해 통찰력 있는 경영자들의 얘기도 풍성했지만, 분식회계, 배임, 횡령 등 경영자들의 탐욕스런 머니게임도 줄지 않고 있다. 한 해를 보내는 계절에 CEO를 지향하는 분들에게 ‘타인을 속이는 비즈니스 하지 말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성공이란 먼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달콤한 마시멜로의 유혹이란 자신과 조직을 해치는 지름길이며 반대로 양심과 정도를 가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름길을 몰라서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도를 가는 것만이 장기적 성공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나아감과 물러섬’ 특히 물러섬에 대해 애기하고 싶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나아감을 미덕이라고 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나아감을 경계하고 물러섬에 대해 고민하라고 말하고 싶다. 나아감이 과정이라면 물러섬은 그것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를 통한 배움이 평생의 과제이기도 하지만 수 년 전 20년 정도 집중한 책 읽기를 나름대로 정리하면서 이제는 삶을 더 알차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러섬을 실천하니 책읽기의 집착에서 벗어나 오히려 이제는 책의 주인이 된 것 같다. 인간관계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명함이 쌓이는 것을 선호했지만 물러서는 즉 스스로 역량을 키워 타인을 돕는 삶이 최고의 인간관계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오히려 삶의 지평이 넓어짐을 느꼈다.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일은 아름답고 때론 숭고하기 까지 하다. 특히 우리 풍토에서 창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시스템과 인프라가 취약하기도 하지만 비즈니스 실패가 인생의 실패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성공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나아감이 중요하지만 물러섬이라는 완충제와 브레이크가 없으면 추락하기 쉽다.


세 번째는 ‘타인과 다르게 생각하기’이다. 얼마 전 TV에서 소개된 미라이공업의 야마다 사장의 경영철학은 ‘타사와 똑같은 물건을 만들지 않는다. 다른 곳에 없는 상품을 만든다.’이다. 타 기업이 내놓아 잘 팔리는 물건이라도 우리는 똑 같이 따라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라이공업은 ‘일본 최초’와 ‘선수(先手) 필승’을 통해 크게 성장해 왔다. 실제로 미라이 공업의 1만8000종 아이디어 상품 중에는 90%가 특허 상품이다. 필자의 비즈니스 모토도 마찬가지로 ‘지인 또는 타 기업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는 따라하지 않는다.’이다. 창업 후 지금까지 약 3년간 사업구상 및 준비과정에 있다. 그 이유는 남들과 다른 비즈니스를 해야 장기적인 성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준비기간이 길고 힘들어도 오히려 그것이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같은 현상이라도 누구에게는 가치 없는 정보이지만, 남들과 다르게 보는 시각의 소유자라면 보석 같이 귀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최근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2008년 새해 소망’을 조사한 결과 1위는 ‘자기계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 대선주자 캠프에 지인이 있어 사무실에 방문하여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얼마 후 우연인지 필연인지 ‘국민성공시대’라는 모토가 소개되었다. 그 때 필자가 언급한 내용의 진의는 이렇다. “남녀노소, 빈부격차를 떠나서 누구나 세상에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을 것이다. 그 꿈은 차별 없이 모두 소중한 것이다. 꿈을 이루는 과정을 ‘성공’이라고 말하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2008년 새해 최고의 삶을 꿈꾸는 세상의 모든 김대리에게 성공이란 선물을 한 아름 안겨드리고 싶다.


* 본 칼럼은 <머니투데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