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찻집

도자기마을 그리고 붕어찜으로 유명한
광주군 남종면 분원리
온통 사방이 물 물 물투성이이다
소내섬이 바라다보이는 불쑥 튀어나온 곳
자리 좋은 곳에 높직하게 위치한 메아리 찻집

두 쌍의 늙수그레한 사람들이 즐거이
돌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저 창가에 앉아 부드러운 음악에 취해
강가를 내려다 보면 한시름 잊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잠시 문앞에서 서성이더니 도로 내려온다
아마 문을 닫았나 보다



저 찻집을 찾아갔던 때가 언제던가
모르는 길을 물어물어
그래도 길 한번 틀리지 않고 신기하게 찾아왔다
창가에 앉던 꽃보다 환한 얼굴
그리고 찻집 가득 흐르는 나즈막한 음악
뭐 굳이 할말이 필요없었다
말은 없어도 그 뜻은 다 통하니까

또 긴 세월이 흘러
홀로 메아리찻집을 찾았다
이번에는 길을 헤매지 않고 묻지도 않았다
네비게이션을 달고 멋적게 찾았다
가라는 대로만 가면 쉽다
문을 닫은 찻집
갑자기 내 의식세계가 문을 확 연다

아 그 아이는 잘 있을까?
어디 아프지 않을까?
어려움에서 조금은 벗어나든지 익숙해졌을까?
그 직장은 잘 다니고 있을까?
지금쯤은 행복하든지 포기했을까?

누군가 만나면 언젠가 헤어진다
이제 인생길 이만큼 살았는데 철부지처럼
사랑 또는 이별에 목매거나 목놓아 울까보냐
이별의 아픔이 두렵다고
사랑하지 않을까보냐
죽음이 두렵다고
삶을 주저할 수 없듯이
사랑은
살아있는 사람의 귄리이자 의무
깊은 사랑은 이별을 빛내 주고
많은 이별은 사랑을 강하게 한다


살아갈수록 살아가기 어렵고
사랑할수록 헤어지기는 더욱 어려워라
저 혼자 가는 인생길
외로와 바장이며 서성이며
태산을 걸머진 고독보다는
사하라를 적시는 눈물이 될지라도
아마존을 말리는 한숨이 될지라도
기꺼이 사랑하며 어우러지며
빛나는 관계로 엮어가자
함한 세상에 흔들리는
한 자루의
촛불이 되더라도
짧은 여름 밤을 밝혀보자



저멀리 양수리가 보인다
두물머리,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서로 다투고 싸우고 달래고 어르고
한바탕 휘몰아치면서 한강으로 만나
도도히 흘러가는 곳이다

아름답게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다가
어떤 사연으로 문을 닫은 메아리 찻집 앞에서
다시 내 가야할 길을 더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