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폭언·과로에 시달리던 경비원 사망…法 "업무상 재해"

사진=한경DB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기존 질병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렀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 (수석부장판사 김국현)는 사망한 아파트 경비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경북 구미시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A씨는 2018년 9월 경비실 의자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사인은 급성심장사로 추정됐다.

이 아파트는 등록된 차량 수에 비해 주차공간이 너무 적어 주민 갈등이 잦았다. 주차관리업무를 맡았던 A씨는 이중추자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주 입주민들의 폭언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A씨는 업무적 요인이 아닌 개인적 위험요인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급여 지급을 거절했다.이에 불복한 유족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발병 원인과 겹쳐서 질병을 유발·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차관리 과정에서 듣게 된 폭언 등이 A씨의 심장동맥경화를 유발했거나 기존의 심장동맥경화를 급격히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단된다"며 "A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