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엽서] 꽃마리, 꽃바지, 꽃배추꽃, 꽃범의꼬리, 꽃싸리, 꽃양귀비

꽃마리
수십개씩이나 사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늘 너는 두세개밖에 보여주지 않는다
한꺼번에 다 보여주면 아마도
내가 떠나갈 거라고 생각하나 보다



꽃바지
스무살 너의 동네 앞 버스정류장에서 널 기다릴 때
꽃바지를 나풀대며 내리는 널 보고 홀딱 반했지
여든살 할머니가 되었을 때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 옛날의 그 분홍꽃바지를 입고 있다면 참 좋겠다





꽃배추꽃
나를 길가 화단에 꽃처럼 키워주네요
추워도 얼지 않아서 좋다고 하네요
알록달록 내 입사귀를 보고 꽃처럼 좋아하네요
정작 아무도 나를 꽃피울 때가지 기다려 주지 않네요







꽃범의꼬리
핏소스테기아 – 발음하기 힘들었을까?
하나도 닮지 않은 범의꼬리와 비슷하다고 꽃범의꼬리라네
그래도 정해진 내 이름 꽃범의꼬리로 부르는 사람은 예쁘지
기가 막혀서 – 어떤 이는 날 보고 꽃뱀의꼬리라네







꽃싸리
너는 긴 평생 나의 꽃이 되어 주렴
나는 몇백년 너의 씨앗이 되어 주마
꽃은 씨앗을 위하여 꽃잎을 떨꾸고
씨앗은 꽃을 위하여 일생을 접는단다





꽃양귀비
양귀비처럼 생겼어요
아편이 없어서 양귀비라고는 부르지 못해요
사랑처럼 생겼어요
배려가 없는데 사랑이라고 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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