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협력과 인재활용-2

언제부터인가 ODA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너무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광범위한 의미로는 국가간 개발에 대한 협력 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며, 그 중에 국가가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개발 프로그램을 말한다(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물론 개발의 의미에 대해서 많은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발전 혹은 진보로 이해하면 좋을 듯 하다. 2000년 초반부터 관련 분야의 일을 할때만해도 낯선 단어였다. 이제는 익숙한 말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아주 낯선 단어일 것이다.

얼마전 필리핀에 다녀왔었다. 한국정부의 지원으로 설립된 vocational training center의 사후 평가를 위한 현지 조사였었는데, 몇 가지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아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필리핀은 70년대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을 도와줄 정도의 부국이었고,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태평양의 섬나라이며, 풍부한 인적자원이 있는 나라다. 그러던 나라가 현재는 어떠한가?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이들이 바라본 한국이라는 나라는 ‘기적의 나라’였고, 성공모델의 하나였다.마닐라에서 남쪽으로 비행기로 두시간 거리에 있는 민다나오 섬의 주도인 다바오시에 2005년에 완공된 ‘Korea-Phililppines Vocational Training Center’가 있었다. 거기서 차로 5시간 정도 가면 필리핀 정부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무슬림이 있는 곳이고, 상당수의 무슬림이 거주한곳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난 세월동안 필리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이나 투자가 거의 없었던 낙후된 지역이었다.

그곳에 한국과 필리핀 정부의 신뢰와 우정을 의미하는 지원을 하였고, 지역의 가장 숙원사업이었던 학교를 설립하였던 것이다. 사업에 대한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고, 3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거기서 일하고 배우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희망을 보았다. 크지 않은 지원이었지만, 그 지역에서는 변화의 매개체가 되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새롭게 보고, 한국에 대해서 알게 되는 장이 마련되고 있었다. 평가단에 대한 환영식(심지어는 애국가를 교직원과 학생들이 부를정도였다!)과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일에 대한 설명, 그리고 몇 가지 아쉬운 지속적인 관심 등까지도 세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일본이나 독일 등의 지원에서는 사업 완료 후에도 사람이 남아서 전체적인 틀을 가지고 간다는 점인데, 한국의 ODA지원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는 거의 없다. 다만, 몇몇의 열성적인 봉사단만 있을 뿐이었다. 더구나 학교설립이라는 특수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적어도 한국이 지원했던 곳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몇 분만 파견되어 활동해도 지금보다 더 발전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교원에 대한 자질 향상을 위해서도 한국에서의 연수가 정기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조금만 더 관심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물론 개도국에 사람을 파견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적합한 사람을 찾기도 힘들뿐더러, 선뜻 나서는 사람도 없기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은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다. 어학적인면 뿐 아니라 문화적인 면까지 미리 이해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운영하면 될 것이다. 전문가 pool 혹은 컨설턴트 pool을 구축하고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물론 몇 몇 대학에서 운영중인 국제학 혹은 국제대학원의 인원들도 잠재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개도국에는 한국의 경험과 전문가를 원하는 곳이 무궁무진하다. 이를 제도적으로 체계화할 수 있는 장치가 있을 때, 글로벌 시대의 진정한 리더가 되며, 인재활용의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