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시아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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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만큼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 곳은 없습니다. 단돈 1달러가 없어서 굶고, 변변찮은 약이 없어서 치료도 못한 채 그냥 삶을 마감해야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예전에 ‘아시아에서의 1달러의 의미’라는 글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유엔자료에 따르면,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인구가 아프리카는 40% 이상, 아시아는 15% 이상이나 된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서는 1달러만 있으면 하루 식사비+말라리아 예방약+AIDS예방조치, 이 세 가지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먹고 살 것만 해결해준다고 해서 그들의 가난이, 삶의 고난이 끝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살아가는 방법이며,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일 것입니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그들을 위한 온갖 처방을 다양한 기구와 기금을 통해서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우선 배고픔만 해결해주고자 하는 최소한의 조치인 셈이지요.
아시아에서 1달러의 의미
그러나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조건도 갖추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행복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아닐까요? 깨달아가는 방법을 알아가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의미지요. 그게 바로 교육이 아닐까요?가난한 나라는 부족한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 중에서 배움에 대한 부족은 학교시설은 물론이거니와 교재나 교수요원의 부족은 물론 질적인 면에서도 많이 뒤떨어집니다. 특히 교재 같은 경우는 살수도 없거니와 새롭게 개발하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복사할 곳도 마땅찮아서 그냥 교재가 없이 수업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교라는 간판만 있고, 건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몇 개의 시설을 두고 학교라고 합니다. 현지어를 모르는 사람은 운동장이나 울타리가 없다면 학교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곳이 대부분입니다. 길가에 얼기설기 울타리가 있고, 넓은 마당이 보이며, 건물 몇 채가 있으면 그것은 학교가 분명합니다. 이곳에서는 5만 달러 정도만 있으면 초등학교 하나를 짓는데 충분한 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화장실 하나만 혹은 교실하나만 개조하거나 신축을 해주어도 고마워하는 사람들입니다.
한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도 교육은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배움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도 하지만 그것조차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꿈도 없습니다. 아시아의 빈곤 국가를 다녀보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가 미래에 대한 꿈이 없다는 것입니다. 저축이나 예금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거의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교육의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준비는 물론 국가발전에 대한 청사진을 국민 개개인이 가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무엇인가
‘spill over effect’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것보다는 간접적인 것에서 나타나는 효과, 즉 부수적인 효과를 얻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교육에 적용해 보면, 배움을 통해서 단지 개인의 성적 향상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이 넘쳐 자기개발은 물론 궁극적으로 사회발전에 이바지 하게 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결국 교육을 통해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고,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나라를 도울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도로나 수도시설 등 기본적인 인프라 이외에도 교육시설을 설립하는 것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난한 나라의 도로는 비포장도로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한 시간이면 갈 거리를 한나절에 가도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상하수도 시설은 수도나 일부 도시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이러한 인프라에 대한 지원은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에서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프라 이외에 학교의 설립은 그 파급효과가 훨씬 장기적이고 넓게 펴져나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학교를 설립한다는 것은 단순하게 건물만을 지어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거기에는 필요한 실습장비는 물론 학교운영에 대한 노하우까지 포함되는 것입니다.
특히 대학 설립은 국가의 경제사회발전을 이끌어가는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의 설립이며 나아가 한 국가의 인적자원개발에 초석을 다지는 길입니다. 한국의 많은 전문가들의 노력, 우수기술의 이전, 그리고 학교운영에 대한 자문을 지속적으로 해줌으로써 지역사회의 발전은 물론 국가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듯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결시켜주고, 개개인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교육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더불어 삶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더구나 한국이라는 나라의 발전 사례는 현재의 가난한 나라에서는 닮고 싶어 하는 모델 중에 하나입니다. 가난을 극복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한국이라는 나라를 보면서 본인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물론이거니와 그러한 꿈도 갖게 됩니다. 세계 대전 이후 동등한 조건에서 신생국가로 출발했지만 그 어느 국가도 한국만큼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 국가는 없었습니다.
한국에 갈채를 보내는 아시아인들
아시아에서는 한국을 ‘프라이드 오브 아시아(pride of Asia)’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줄여서 ’프라시아‘(Prasia)라고도 말합니다. 특히 축구를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동남아시아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누구도 생각지 못한 4강 신화를 이루었고, 2006년 월드컵에서도 다른 아시아 국가와는 달리 한국만이 선전을 했고, 16강에 올라갈 것을 확신했습니다. 아시아의 자부심을 가지고 한국이 뛴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이 거대 유럽대륙을 상대로 열심히 싸운 것을 보았으며, 비록 졌지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이제는 한국의 문화가 상품이 되어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으며, 국제적인 브랜드를 가진 한국산 제품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추세 속에서, 1960년대 못살았던 과거와 그 이후 경제성장을 경험해본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제사회에 대한 원조 전략은 기존국가에서 실행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국제협력이어야 합니다. 베풀고 나누는 삶의 모습, 더 이상의 전쟁과 가난이 없는 세상, 그것은 깨달아가도록 해주는 ‘Spill over effect’를 주는 국제협력이야 말로 더불어 사는 세상을 열 것입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고,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글은 2006년에 연재했던 글을 수정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