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없나요?

2호선과 3호선이 교차하는 교대역, 환승장에서의 일입니다.

지팡이를 든 분께서, 길을 찾지 못해 같은 곳을 계속해서 빙빙 돌고 계셨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시는 그 분께, 어느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고, 모두들 모른 듯이 지나치고 있었습니다. 한 마디만 해 주거나, 팔만 잡아 주어도 그 분은 그 자리에서 계속 헤메이지는 않을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가 갔습니다. 그리고…



쉬지 않고 퍼붓는 빗줄기에 옷이 흠뻑 젖는 금요일 저녁, 어느 신문사 세미나실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습니다. 참가신청자가 50명 가까이 되기에, 비도 많이 오고 하니 반이나 참석할까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강의가 시작된 7시 반쯤엔 자리가 모자라 보조 의자를 더 갖다 놓았습니다. 문 밖에 서서 듣는 분들에게 눈치가 보였습니다. 공식행사가 끝난, 저녁 9시 반에 식사를 하고 가시라는 안내를 했습니다. 다들 그냥 돌아 가시면 어쩌나 또 걱정했습니다. 60명 가까운 젊은 직장인들이 빠짐없이 식당으로 모여 드는 바람에 자리가 없어, 옆에 서 있다가 겨우 한 자리 비집고 들어가 밥만 몇 수가락 뜨다 말았습니다.

그날 저녁 늦은 시간, 광화문 어느 신문사 앞에서, 주차장을 관리하는 분과 그 입구에 차를 대 놓은 차량 주인과 싸움하는 걸 보았습니다. 싸움을 말려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구경하는 게 더욱 재미있었지만, 싸움을 하는데는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생각으로 그냥 모른 체 하고 돌아 왔습니다.



오늘 낮에, 한 학생이 찾아 왔습니다. 한 달 전에 제출한 과제(Report)에 대한 평가 점수가 이상하여 확인하러(따지러) 온 것입니다. 이왕 주말 점심 때가 되어 만나러 온 김에, 식사를 함께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미군의 철수에 관한 의견, 이라크 파병에 관한 생각, 남을 돕는 것과 무관심한 것의 차이, 친구들과의 교류와 학점의 관계, 다른 학생들의 과제물을 보면서 느낀 점, 군대를 다녀 온 복학생이 보는 양심적 병역 거부, 지식과 경험의 중요성, 한적한 곳에 카페를 차려 놓고 조용히 살겠다는 대학생의 소박한 미래상과 취직을 하러 뛰어다니는 현실의 괴리, 다른 것을 인정한다고 하면서 주장을 굽히지 않는 고집불통의 이중성 등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는 데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더 많은 젊은이들과의 대화도 따라 주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느꼈지만, 두 사람은 가득한 기쁨을 안고 돌아 섰습니다.



친구의 전화를 받기 위해 조용히 밖으로 나가는 예절,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준데 대해 오히려 고마워하는 학생의 눈빛, 점수를 따지려는 게 아니라, 뭔가 하고픈 이야기가 있어 누군가 들어 주기를 바랬던 젊은이의 고뇌, 다른 학생들과의 차이를 직접 보면서 그들을 이해하려는 동료의식의 표현, 취직과 편입에 대해 갈등하다가 결심하게 된 동기 등을 자세히 설명하는 그의 주장을 들으며 저는 그저, 기특한 생각만 들었습니다.



말을 잘 하지 못해서 만나자고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용기를 냈다고 하고, 글을 잘 쓰지 못해서 이메일을 보낼까 말까 망설였다며, 삼국지는 읽지 않았지만, 위인들과 경영자들의 자서전을 많이 읽었다는 그 학생은 정말로 말도 잘 하고 글도 잘 쓰는, 멋진 젊은이었습니다.





세미나를 가건, 서점을 기웃 거리건, 개인적인 만남을 갖던, 다양한 분들의 적극적인 행동과 참여 의식을 보면서,



젊은이들을 직접 대하고 만나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하면서, 아직 한국의 미래는 있다고 봅니다.

자기들만의 수준으로, 자기들만이 쓰는 용어로 대화를 나누고, 자기들만의 자리싸움을 하는 어느 집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일들이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집니다. 그나마 다행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