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손님에게 배우는 것들

[손님 1]

“저… 죄송하지만, 뭐 한가지 여쭤 보아도 될까요?



저… 여기는 조그만 식당인데요. 좀 멀거든요. 우리 직원 열명 정도 교육 좀 시키려고 하는데요. 우리 직원들에게 “행복하게 사는 법” 좀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그런 강의도 하시나요? 우리 직원들 수준도 좀 생각해 주셔야 되는데, 어쩌나…”

하도 급하게 찾길래 길을 묻지도 않고 교육시설도 알아 보려 하지 않았다. 정말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음식점이고 어떤 “사장님”이기에 직원들 행복하게 사는 걸 가르쳐 달라고 하시는 건지, 가 보고 싶어서 가기로 했다. 파워포인트로 화려한 자료를 만들고 이야기 거리도 준비해서, 호기심에 가득한 눈으로, 세련되지 않은 안내를 받으며, 대구시 중앙로 OO극장을 찾아 갔다. 골목길을 돌아 문 앞에 들어서니 교육장도 아닌 식당 한 가운데에 식탁과 의자를 둘러 놓고, 떡과 수박을 차려 놓고 열댓 명이 기다리는 게 아닌가?



빔 프로젝터는 고사하고 칠판도 없는 비좁은 공간에 일하던 주방장 아주머니와 식당 종업원들, 심부름하는 아저씨들이 나와 있고,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아저씨는 투박한 손으로 뜨거운 커피부터 내왔다. 준비해간 자료와 PC는 꺼낼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즉석에서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를 2시간 가량 마칠 수 밖에 없었다. 강의를 마치고 나서는데 갑자기 모두들 문 앞으로 쫓아 나왔다. 강사료 이외에 차비를 주머니에 넣어 주고, 비닐봉지에 떡을 싸 주며, 마치 친정엄마가 시집간 딸에게 그냥 뭔가 더 주고 싶어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얼떨결에 받아 들고 돌아서는 보따리를 바라보며 웃음에 앞선 뭔가가 느껴졌다.

가슴이 찡해 오면서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같은 식당에 누가 강의하러 오시려고 하나요? 고맙습니다. 이렇게 멀리 오셔서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셔서…” 그 음식점 사장은 배추장사를 하고, 생선을 팔면서 서비스가 뭔지를 몸으로 체득하고, 몇 번씩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교육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했다.



철없는 젊은이들의 응어리진 가슴을 쓸어 주어야 하는 게 자신의 임무라고 주장했다. 돈 많이 벌고 싶은 욕심에 음식점을 시작했지만, 종업원들의 몸과 마음에서 고객의 수(數)와 수입의 규모가 결정되는 걸 발견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에게 서비스 정신과 고객만족을 가르치기 이전에 “인간으로써의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존재의 가치와 노동의 대가”를 느끼게 해 주고 싶다고 했다.





[손님 2]



“우리는 다음 주에 신입사원 100명을 면접을 보려고 합니다. 지원자는 1000여명이 넘었지만, 서류심사에서 추려낸 면접대상자가 100명 정도 됩니다. 부탁하고자 하는 내용은, 입사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보게 될 우리 회사 간부사원들에게 면접 보는 방법에 대해 강의를 해 주십사 하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질문을 잘 하고, 적임자를 뽑고, 채용해서는 안 될 사람을 선별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묻지 않아야 할 질문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입사지원 서류와 이력서를 검토하면서 주의 깊게 살펴 보아야 할 점들은 무엇인지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리 사장님께서 우수 인재 선발을 위해 무척 고민하고 계십니다. 우선 4시간 정도 교육해 주시고, 가을에 한 번 더 강의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창업 50년이 지난 건설 무역부문의 대기업 그룹회사에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인재를 선발하고 관리해 왔겠는가? 그런데 새삼스럽게 우수 인재 채용과 유지에 관하여 특별한 교육을 찾는 배경과 이유가 무엇일까? 이 또한 궁금한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두어 번 인사담당자를 만나 사정을 들어 보고, 현재 활용하는 면접 질문지와 평가서를 훑어 보고, 면접 방식을 살펴 보면서, 오래된 기업의 보수적인 평가방식과 변하지 않는 질문기법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다.



기업문화와 전통을 깨는 일 또한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인사와 교육, 영업 부문의 경험을 살리고 해외에서 얻어 온 자료와 참고서를 뒤지며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자료를 만들었다. 사장을 비롯하여 면접위원으로 참석하게 될 임원과 관리자급 사원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실시했다.





우수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질문을 하고, 이상한 질문을 하여 회사의 이미지를 구기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보이지 않는 인성이나 품격을 찾아 내는 질문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했다. 면접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입사지원자들을 유심히 관찰하여 숨은 행동을 발견하는 것과 성적증명서의 평균평점보다는 이수한 학과목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는 치밀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토익 점수보다는 구사하는 어휘력과 유연한 자세로부터의 자신 있는 목소리도 관찰하여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다양한 질문서를 나누어 주며 답을 쓰게 하고 토의를 하게 했다. 생각보다는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렇듯 다양한 고객의 요청을 받고, 이상한 상황의 요구를 접하면서, 과연 진짜 배우는 쪽은 누구일까?





막연한 주제의 신입사원 직무교육이나 승격자 역량개발 또는 관리자 리더십에 관한 강의가 아니라,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교육을 원하는 고객들은 어딘가 다르다.



고객을 가르친다고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사정을 듣고 하면서 배우고 느끼는 게 더 많다. 그들은 강사의 스승이며 교육자의 안내자이다. 산업교육자로써의 부족한 점을 지적해 주고, 더 배워야 할 부분을 가르쳐 주며, 뭐가 필요한지를 지도해 주는 교사가 손님이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고객들이다. 때로는 골치 아픈 상황도 있고, 잘못된 의사 전달로 인해 오해를 사기도 하며, 급한 김에 성실하지 못한 답변과 핑계를 반성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배우는 자세로 대하며, 모든 일들을 통해 경험을 쌓으며, 더 나은 삶을 위한 연습의 과정이라고 한다면, 자신이 행하는 일에 불평과 불만이 쌓이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힘들 때면, 다음 구절을 생각해 본다.





“몸에 병(病)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교만해지나니, 병고(病苦)로써 양약을 삼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