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팔자인가



前 교황, 고(故) 요한 바오로 2세는 어린 시절, 당시 공산주의 폴란드의 작은 공장 기능직 사원이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성직자가 되어 교황에 이르기까지 삶의 역정은 아무도 상상할 수 없다. 그는 8개 국어를 구사(驅使)하였으며, 그의 대를 이은 교황 베네딕트 16세는 10개 국어를 구사한다.

뉴욕대학 비즈니스 스쿨과 줄리아드 음대를 동시에 다니고 있는 조승연 학생은 라틴어와 불어, 독일어와 영어를 구사하며 피아노를 칠 줄 알고 태권도와 펜싱, 바텐더 자격증까지 갖고 있다. 인간 능력의 한계를 초월한다.

미국에서는 100개가 넘는 초등학교에서 이미 중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일부 과목은 중국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독일어를 유창하게 하지만 독일에 가서는 항상 전문통역을 활용한다. 언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인류에게 커다란 축복을 안겨 줄 황우석 박사는 4시간을 자면서 연구에 몰두했으며, 26세에 연봉 1억 4천 만원의 레스토랑 사장이 된 여종업원은 입사 후 4년 동안 4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다고 한다. 공짜가 없고 이유가 없다.

어떤 사람은 인류에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을 남기고, 그림을 남기고, 어떤 이는 질병 치료를 연구하여 생명을 되살리며, 누구는 소설과 시(詩)를 남겨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 준다. 감성과 오감(五感)을 자극한다.

어떤 할머니는 평생 국밥을 팔아 모은 수 십억 수백억 원의 돈을 학교에 건네 주고, 후학을 양성한다. 작은 책 한 권을 읽은 청년이 성장하여 사회 리더가 되고, 우연히 만난 사람의 영향을 받은 젊은이가 벤처기업의 CEO가 되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개인사업을 하면서, 고객을 만나 영업을 하면서, 걸고 싶지 않은 전화를 걸면서, 몇 년, 몇 십년을 살면서 배우고 느끼는 게 많다. 스스로 흘린 땀과 눈물의 가치는 빌리거나 훔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입만 열면 시비를 걸고 서로 싸움을 하게 만들고, 잔꾀로 많은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사람이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인생을 살면서 권력에 기대지 않으면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평생 사기를 치고, 도둑질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고생을 시키면서, 좋지 않은 곳을 몇 번씩 드나들며 한 번 뿐인 삶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서, 공부도 하지 않고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서, 운(運)과 인맥(人脈)에 의존하여 간신히 존재하는 사람도 있다. 일하지 않고, 참고 견디지 못하면서 대박을 꿈꾸는가 하면, 땀 흘리며 일하고 공부하는 것보다 고민하고 걱정하는 게 쉬워, 평생을 생각만 하고 결심만 하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불공평한 게 인생이라지만, 타고나는 운명에서부터 이어지는 팔자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자기의 선택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만, 타인에 의한 간접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정답이 없는 게 인생이다. 그러나 분명 차이는 있다. 어제가 오늘을 만든 것처럼, 오늘의 선택과 행동이 내일의 결과로 나타난다. 선택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로 나타난다. 팔자요 운명이라고 탓하기엔, 시간과 노력의 댓가에 따른 차이가 너무 크다.



중광 스님은 입적하시면서 “괜히 왔다 간다”고 했고, 버나드 쇼의 묘비명엔 “내가 우물쭈물 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쓰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