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퇴출 당하는 방법


“요즘 공직자들은 매우 불안할 것 같아”

“모르는 소리 하질 말게, 부처가 바뀌고 자리가 바뀌어도 공무원들은 같은 식구라고 하며 서로 보듬어 주고 텃세하지 않으며, 끼리끼리 돌보아 주는 게 있어. 우리 같은 줄 아는가?”



과연 그렇기도 하겠구나 생각했다.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20% 이상 두 번씩이나 감원하고 그 때마다 사직서를 던졌던 필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일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하기야 영혼이 없는 사람들이면 어디 간들 견디어 내지 못하랴.



요즘 공직사회가 흔들리고 있다. 공무원은 물론 공기업성격을 띤 여러 기관들이 좌불안석이라고 한다. 그럴 때도 되었다.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간 수십 년 동안 정말 좋은 세상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 남아야 할 길을 찾고, 그래서 더욱 힘들어 할 공직자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은 살아 있어야 한다. 정말 하기 싫은 일, 해서는 안 될 일을 해야 할 경우는 얼마든지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어야 한다.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면서 가늘고 길게 사는 게 과연 원하는 인생이었는지 스스로 물어 보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영혼이 있는 공직자들이 그 직을 떠나고자 한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자신 있게 떠나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단 한 번 사는 인생, 정 싫으면 얼마든지 떠나야 한다.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면서 간과 쓸개를 다 빼주면서 가늘고 길게 살 필요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과 민족을 위해 혼신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고, 그 조직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라는 믿음이 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나와서는 안 된다. 공복으로써의 자세를 더욱 잘 갖추고 고삐를 조이면 얼마든지 살아 남을 수 있다. 또한 그런 분이 살아 남아서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둘째, 떠나야 하거나 떠나기로 결심했다면 과감히 떠날 수 있다.

둥지를 떠나는 게 처음엔 두렵겠지만, 막상 나와 보면 별것도 아니다. 변화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동안 감추어져 있는 자신의 역량과 자질을 발견하고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공직을 떠나면 큰 일 날 것 같아 불안하겠지만, 실제로 그리 어려울 일은 없다. 누구나 그렇게 어려운 자율 시장 경쟁에서 살고 있다. 오히려 더 좋은 기회를 맞이한다면 그간 살아 보지 못한 길과 방향을 발견하여, 더욱 뜻 깊은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셋째, 무서운 경쟁환경과 도전을 즐기며 맞이한다.

경쟁이 힘들고 두렵지만, 잘 하면 더욱 큰 기쁨과 환희를 느낄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스포츠 선수들, 기술자들, 기업들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더욱 치열한 경쟁 속으로 뛰어 들 필요가 있다. 더욱 뜨거운 불구덩이로 몸을 던져 희열을 맛볼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피하거나 포기 하거나 단념하는 것보다 차라리 정면 돌파하는 것이 훨씬 쉬울 지도 모른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강해질 수 있다.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면서, 해 보지 않은 말들 – 아쉬운 소리, 도와 달라는 요청, 협력해 달라는 부탁 등 – 을 하면서 부끄러움도 배우고, 창피스러움도 느끼고, 새로운 용기를 키울 수도 있다. 갑과 을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 실감하면서 스스로 강해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면 또 다른 도전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넷째, 새로운 기술과 역량을 익혀야 한다.

우선 변화와 혁신에 성공한 기업가들과 개인들의 자서전이나 경험담 등을 읽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간접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 그간 만나지 않던 부류의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인사 드리고 새롭게 사귀어야 한다. 끼리끼리 어울리지 말고 다양한 직종의 리더들에게 엎드려 배우고 겸손하게 따라야 한다. 급한 마음으로 손쉽게 배우려 하거나, 급히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서지 않아야 한다. 당분간 쉬면서 시장 조사와 탐색, 독서와 인맥 구축, 경제 동향을 파악하면서, 가끔은 명상과 자기 성찰, 음악 감상 등을 통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50대 중반에 나오더라도 30년의 남은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변신할 수 있고 얼마든지 적응할 수 있다.
단, 진실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