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소주, 노래방 - 그리고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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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아닌 일로 힘들 때가 있다. 가끔 지루할 때도 있다. 정서적 정신적 무질서로 인해 때로는 무너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게 있다. 바로 삼겹살과 소주, 뽕짝과 냉수이다.
미친 척하고 가까운 친구를 불러 낸다. 가족이라면 더욱 좋다. 아들이나 딸이나, 때론 처남이나 어린 조카를 불러내도 괜찮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 부담 없이, 되는 대로 만들어지는 적당한 인원 서너 명이 번개를 치면 된다. 가족들끼리 갈 때는 주인장이 계산을 하고, 친구를 부를 때면 먼저 제안한 사람이 부담하고, 직장 동료들과 갈 때는 각자 동일하게 분배를 해도 괜찮다.
첫 번째 방문할 곳은 삼겹살 집이다. 값이 저렴하고 탈이 나지 않는 삼겹살은 소주 몇 잔과 어울리면서 감칠 맛을 더한다. 김치를 구워 싸 먹으면 더욱 좋다. 고기를 잘게 썰어 구우면 적은 양이라도 많은 것처럼 여러 명이 먹을 수 있다. 소주 병이 비는 것만큼 이야기의 농도는 짙어 간다. 삼겹살이 불에 익혀지기도 전에 소주 한 병이 다 비워지는 경우도 있다. 참 좋은 현상이다. 성질 급한 사람은 설익은 삼겹살을 먼저 집어 든다.
비워 놓은 소주 병이 술상 옆에 쌓이기 시작하면 자리가 비기 시작한다. 길어지는 술자리가 부담스러워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아들이 먼저 가기도 하고 딸이 엄마를 데리고 먼저 나가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는 건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인원 수에 2~3배가 넘는 소주병을 세면서 2차를 생각한다. 가볍게 한잔 더 하자고 맥주 집으로 들어가는 건 봐 줄만 하다.
거기서부터는 아무도 책임질 수 없다. 적당히 끝내기를 바라면서 억지로 쫓아 들어 온 사람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그게 부담스러우면 얼른 술값 내고 나가면 된다. 모른 체 하고 몇 잔 더 마신 후 못이기는 체 하며 모두들 따라 나온다.
“이젠 집으로 가려나?” 생각하면서 눈치를 보지만 아직 10시도 안 되었다. 자정 전에 들어 가는 건 집안에 실례라도 되는지… 주변을 둘러 보니 노래방이 몇 개 눈에 띈다. 그냥 갈리 없다. 이젠 정말 끝이기를 바라면서 노래방에 발을 들여 놓는다.
정작 가자고 한 사람은 조용히 있는데, 억지로 따라 들어 온 듯한 사람이 먼저 마이크를 잡는다. 책도 보지 않고 번호를 누른다. 기가 막히다. 어찌 그 노래 번호를 외워놓고 있는지 참 기가 막힌다.
때로는 신곡을 불러 좌중의 인기를 독차지 하려고 하지만 역시 최고 인기는 뽕짝이다. 메들리를 찾으면 더욱 신난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무너지기 시작한다. 의자에 올라 가기도 하도, 탬버린이 부서져라 두들기기도 한다. 들여 온 음료수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또 한 두 명이 사라지는 걸 눈치채지만 모른 체 한다. 단 10분이라도 서비스를 받아야 직성이 풀린다. 노래 책 찾다가 시간이 다 가는 사람도 있다. 노래 시켜 놓고 듣지도 않으면서 독서만 하다가 나오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서너 시간 미치광이가 된다. 머리가 띵하다. 어둠이 아름답다. 시끄러운 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이제 좀 시원하다. 머리가 뻥 뚫린 느낌이다.
집에 들어 오자 마자 화장실을 들렀다가 소파에 쓰러진다. 그랬다가 다시 일어나 냉수를 마신다. 큰 컵에 시원한 물을 가득 따라서 벌컥벌컥 마신다.
“와! 이렇게 시원한 물이 세상에 어디 또 있을까? 절대 수자원은 부족해서는 안 된다.”
몽롱한 상태에서 책상에 책 한 권을 꺼내 놓는다. 비몽사몽간에 몇 줄을 읽으며 새로움을 깨닫는 기쁨을 만끽한다. 잠시 취중에 넘기는 책장의 감미로움을 만끽한다. 10 여분 읽다 보니 졸음이 쏟아진다. 자기도 모르게 의자 옆으로 쓰러진다.
아랫배가 약간 불편하지만 이내 코를 곤다.
잠시 행복한 시간을 살았다.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용기가 난다. 뭔가 아니 뭐든지 풀어 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다. 사는 게 뭐 별거냐고 중얼중얼하다가 이내 코를 곤다.
우리 나라에 삼겹살과 소주, 노래방과 뽕짝이 없었다면, 책 한 권이 없었다면, 이 골치 아픈 세상 어찌 살수 있을까?
그럴 때, 필요한 게 있다. 바로 삼겹살과 소주, 뽕짝과 냉수이다.
미친 척하고 가까운 친구를 불러 낸다. 가족이라면 더욱 좋다. 아들이나 딸이나, 때론 처남이나 어린 조카를 불러내도 괜찮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 부담 없이, 되는 대로 만들어지는 적당한 인원 서너 명이 번개를 치면 된다. 가족들끼리 갈 때는 주인장이 계산을 하고, 친구를 부를 때면 먼저 제안한 사람이 부담하고, 직장 동료들과 갈 때는 각자 동일하게 분배를 해도 괜찮다.
첫 번째 방문할 곳은 삼겹살 집이다. 값이 저렴하고 탈이 나지 않는 삼겹살은 소주 몇 잔과 어울리면서 감칠 맛을 더한다. 김치를 구워 싸 먹으면 더욱 좋다. 고기를 잘게 썰어 구우면 적은 양이라도 많은 것처럼 여러 명이 먹을 수 있다. 소주 병이 비는 것만큼 이야기의 농도는 짙어 간다. 삼겹살이 불에 익혀지기도 전에 소주 한 병이 다 비워지는 경우도 있다. 참 좋은 현상이다. 성질 급한 사람은 설익은 삼겹살을 먼저 집어 든다.
비워 놓은 소주 병이 술상 옆에 쌓이기 시작하면 자리가 비기 시작한다. 길어지는 술자리가 부담스러워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아들이 먼저 가기도 하고 딸이 엄마를 데리고 먼저 나가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는 건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인원 수에 2~3배가 넘는 소주병을 세면서 2차를 생각한다. 가볍게 한잔 더 하자고 맥주 집으로 들어가는 건 봐 줄만 하다.
거기서부터는 아무도 책임질 수 없다. 적당히 끝내기를 바라면서 억지로 쫓아 들어 온 사람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그게 부담스러우면 얼른 술값 내고 나가면 된다. 모른 체 하고 몇 잔 더 마신 후 못이기는 체 하며 모두들 따라 나온다.
“이젠 집으로 가려나?” 생각하면서 눈치를 보지만 아직 10시도 안 되었다. 자정 전에 들어 가는 건 집안에 실례라도 되는지… 주변을 둘러 보니 노래방이 몇 개 눈에 띈다. 그냥 갈리 없다. 이젠 정말 끝이기를 바라면서 노래방에 발을 들여 놓는다.
정작 가자고 한 사람은 조용히 있는데, 억지로 따라 들어 온 듯한 사람이 먼저 마이크를 잡는다. 책도 보지 않고 번호를 누른다. 기가 막히다. 어찌 그 노래 번호를 외워놓고 있는지 참 기가 막힌다.
때로는 신곡을 불러 좌중의 인기를 독차지 하려고 하지만 역시 최고 인기는 뽕짝이다. 메들리를 찾으면 더욱 신난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무너지기 시작한다. 의자에 올라 가기도 하도, 탬버린이 부서져라 두들기기도 한다. 들여 온 음료수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또 한 두 명이 사라지는 걸 눈치채지만 모른 체 한다. 단 10분이라도 서비스를 받아야 직성이 풀린다. 노래 책 찾다가 시간이 다 가는 사람도 있다. 노래 시켜 놓고 듣지도 않으면서 독서만 하다가 나오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서너 시간 미치광이가 된다. 머리가 띵하다. 어둠이 아름답다. 시끄러운 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이제 좀 시원하다. 머리가 뻥 뚫린 느낌이다.
집에 들어 오자 마자 화장실을 들렀다가 소파에 쓰러진다. 그랬다가 다시 일어나 냉수를 마신다. 큰 컵에 시원한 물을 가득 따라서 벌컥벌컥 마신다.
“와! 이렇게 시원한 물이 세상에 어디 또 있을까? 절대 수자원은 부족해서는 안 된다.”
몽롱한 상태에서 책상에 책 한 권을 꺼내 놓는다. 비몽사몽간에 몇 줄을 읽으며 새로움을 깨닫는 기쁨을 만끽한다. 잠시 취중에 넘기는 책장의 감미로움을 만끽한다. 10 여분 읽다 보니 졸음이 쏟아진다. 자기도 모르게 의자 옆으로 쓰러진다.
아랫배가 약간 불편하지만 이내 코를 곤다.
잠시 행복한 시간을 살았다.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용기가 난다. 뭔가 아니 뭐든지 풀어 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다. 사는 게 뭐 별거냐고 중얼중얼하다가 이내 코를 곤다.
우리 나라에 삼겹살과 소주, 노래방과 뽕짝이 없었다면, 책 한 권이 없었다면, 이 골치 아픈 세상 어찌 살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