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 희극과 비극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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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잭팟에서 수천 달러를 잃었다고 화를 내며 한 남자가 바(Bar)에 앉아 여종업원과 수십만 원짜리 양주를 마시며 투덜거리고 있다. 라스베가스의 최고급 호텔이다.
하룻밤에 120만원이나 하는 호텔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며 로비에서 종업원과 말다툼을 하고 있다. 뉴욕 센트럴 공원(Central Park)이 내려다 보이는 5번가 프라자 호텔이다.
주차장이 모자라 몇 바퀴를 돌다가 겨우 정문 입구 근처에 가까스로 위반되지 않을 만큼 차를 세우고 들어가는 결혼식장은 최고급 외제 차량들로 북새통이다. 서울 어느 고급 호텔의 휴일 결혼식장이다.
서너 명이 밤새도록 마신 양주와 와인은 수백만 원이라고 떠들고, 기름값이 올라 야단법석을 치면서 차 없는 날을 정하기도 하지만, 주말만 되면 서울 근교의 고속도로와 국도는 몸살을 앓는다.
이 순간, 지구 맞은 편에서는 50도가 넘는 태양 볕 아래서 사흘을 굶은 어린아이 수 만 명이 말라 비틀어진 엄마의 젖꼭지를 물어 뜯으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두 동생을 천막에 가두어 놓고 30~40km 나 되는 먼 길로 물을 길러 간 열세살의 누나는 10kg 이나 되는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오다가 무장 소년병에게 강간을 당하고 임신을 한다.
마약과 술에 취한 소년병들은 지나가는 임산부의 세워 놓고 윤간을 하다가 “ 저 여자 뱃속에 들어 있는 아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 맞추기” 내기를 한다. 그 자리에서 임산부의 배를 갈라 게임의 승자를 가른다. (김혜자 著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中에서)
취직이 되지 않는다며 고민을 하고, 빚을 많이 져서 힘들다며 술집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집에 돌아와 냉장고를 연다. 차갑고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내일은 어디로 놀러 갈까 궁리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이 되지 않으니 대학원이나 갈까 고민한다. 선택의 여지가 많아 갈등과 고민도 많다.
한창 학교에 다니며 공부해야 할 열 서너 살 꼬마들이 나무열매를 따서 껍질을 까 팔아야 식구들이 먹고 사는 나라가 있고,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손이 불어 트도록 하루 종일 빨래를 하고 다이아몬드를 캐야 죽지 않을 수 있는 지역이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냥 하루라도 더 살아 남기 위해 그 일을 한다.
교통질서와 환경문제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수 천만 명의 빈곤층이 살아 남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 전쟁을 벌이는 곳이 최근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상하이의 모습이다. 200km를 달리는 동안 고속도로 주변에서 눈에 띄는 것은 빈집이거나 폐허가 된 채로 남아 있는 집들이다. 최고로 아름다운 항구 도시 항쩌우에서 상하이로 가는 길목의 모습이다.
연봉 1억 원이 부족하다며 수년 동안 노동쟁의에 휘말리는 기업이 있고, 존경 받는 교육자들이 노동자라며 단체행동을 보여 학생들의 수업이 방해를 받는 학교가 있다.
책상도 없이, 책도 칠판도 없이, 끼니도 거른 채 천막 속에 모여든 검은색 아이들의 하얀 이빨이 정겹다 못해 눈물겨운 곳이 있다.
수 백억 원의 연봉을 받아 챙기던 경영진과 임원들이 몸담았던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들이 무너지고 있다. 알아 듣기도 힘든 용어 – 파생상품, 옵션(Option), 선물(Futures) 등 – 의 금융상품으로 온갖 돈 장난(Money Game)을 하더니 결국은 서민들의 집과 돈을 모두 앗아가 버리고, 막판에 두 손 들고 정부에게 손을 내민다.
국민의 혈세로 모은 정부 지원금은 그럴싸한 용어로 포장되어 “공적자금”이라는 명분을 갖고, 무책임하게 경영하다가 망해버리는 기업의 뒷돈으로 전락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를 게 없다. 이것이 지구촌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무엇이 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