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할 수 밖에 없는 멍청한 리더십

바보들은 사기를 당한 후에 억울해 한다.

필자도 몇 번의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당할 뻔도 했고,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만, 개인의 실패와 실수보다 더 큰, 사회적 국가적 손실이 야기되는 문제는 간과할 수 없다.


우리 나라 역사와 민족의 특성을 알지도 못하는 미국이나 유럽사람들로 구성된 국제금융기구 IMF, 세계은행(World Bank), 컨설팅 회사(S&P, JP Morgan 등)들이 한국 기업의 구조조정을 강력히 권고(?)한다.

갑자기 들이 닥친 IMF 협상단이 머물고 있는 호텔에는 여지없이 미국의 고위 금융전문 당국자가 함께 묵는다. 멀쩡한 금융기관이나 건전한 기업들을 국제기준에 맞춘다고 난리법석을 떨며 인원을 줄이고, BIS 비율을 높이고, 생산성이 높고 재무구조가 건전한 기업으로 탈바꿈해 놓는다.

그러면 론스타, 뉴브릿지캐피탈 등 미국의 중개업자들이 나서서 얼르고 뺨치며 매각을 권한다. 대책이 없는 우리 나라는 관료들과 금융전문가들이 서로먼저 나서서 수 조원의 중개 수수료를 주고 은행을 헐값에 매각하고 기업을 합병한다. 물론 그 과정에 있던 우리 나라 당국자나 경영자는 수수료의 일부를 보너스로 받기도 하고 수고비를 챙기기도 한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다.

그 은행과 기업들은 정말로 건전해지거나 다시 부실해진다. 그러면 외국인들은 또 단결하여, 여러 가지 이유와 사정을 들먹이며, 여러 기업들에게 구조조정을 권하거나 매각 또는 합병(M&A)를 해야 한다며 호들갑을 떤다. 한국 정부에서 세금을 쏟아 부어 다시 사 주던지 자기네에게 넘겨 줄 것을 권한다. 그러면서 수수료도 받고 로열티도 챙긴다.

자동차 회사, 증권회사, 은행 등이 그렇게 팔리고 또다시 팔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M&A 라는 이름으로, 건전기업 육성이라는 이유로,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기업과 건물, 땅과 주식이 그런 식으로 이용당한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발 빠르게 발전하는 국가를 쥐락펴락하는 방법은 제 3의 컨설팅 회사를 이용하는 것이다. S&P, 피치, JP 모건 등의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들이 돌아가면서 남의 나라 성장률을 평가하고, 남의 나라 금융정책이나 건전성, 국가 정책 등을 제멋대로 비판하고 평가한다.

부정부패를 밥 먹듯이 저지르는 자기네들 회사나 잘 경영할 것이지, 쓸데없이 잘 살고 있는 나라에 감 놔라 배 놔라 잔소리들이다. 그게 다 근거가 있고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결론은 한 가지다. 지배의 수단일 뿐이다.



요즘의 농작물은 한 번 심어서 거둔 열매로 다시 심을 수 없다고 한다.

매년 외국에서 들어 온 씨앗을 새로 사서 심어야 한다. 미국이나 네델란드 등 선진국에서 들여 온 씨앗을 매우 비싼 값으로 산다. 외국에서 들여다 심은 농작물은 농약이나 거름도 그 나라 것을 써야 맞는다고 한다. 씨앗이나 농약만 사는 게 아니라 로열티도 내야 한다.

토양도 다르고, 기후도 다르고, 농사짓는 방법도 다른데 외국의 것을 사다가 우리 환경에 맞게 심고 가꾸려니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영문도 모르는 노인들은 한탄한다.



“올해 심은 씨앗은 열매가 작아.”


“같은 회사에서 사 온 씨앗인데 올해는 작황이 작년과 같지 않아 큰일이야.”



외국 종묘회사의 실험대상이 되고 있는 우리 농촌의 현실을 어느 농부가 알 수 있으리오?



그 동안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고, 우리 당국 고위 관료들은 무엇을 했는가? 정부 출연 공기업, 공공연구원, 협회, 단체 등등에서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바뀌는 기관장이나 단체장들은 짧은 임기 채우기 바빴고, 상부 기관 눈치보기 바빴고, 국제 표준의 대표인 미국 정책을 따르느라 바빴다.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연구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장기적인 비전을 확립하고 미션을 수행하며, 전략적인 국가경영 방침이나 농업정책을 고민할 시간이나 여유가 없었다. 바쁘니까. 바빴으니까.

내년에 치러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출마, 곧 이어지는 총선과 또 이어지는 대선 준비에 또 얼마나 많은 공직자들과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 하지 않고 정치와 줄대기에 바빠질지 걱정이다.

언제까지 국가를 이런 식으로 경영하고, 갈 길 몰라 방황하는 농어민을 제멋대로우롱하고, 멀쩡한 직장인들을 길거리로 내몰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