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알리지 말라


우왕좌왕, 갈팡질팡, 좌충우돌…

작금의 사건을 처리하는 정부와 지도자들의 모습이다.

사건 사고의 모든 처리 과정과 현상들이 모두 외부에 노출되고 있다.

군사 작전과 군사력을 적에게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원인을 밝힐 수 없는 상황에서 제멋대로 해석하게 하고 추측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들과 방송의 무식한 행태는 더 이상 눈뜨고 볼 수 없다.

배를 건져내지도 못하고, 물에 빠진 사람을 건지지도 못한 상황에서 잘잘못을 가리라고 한다. 근거도 없는 증거를 대라며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불러다가 방송을 하고, 이 사람 저 사람 서로 나서서 큰소리 치고 있다.

무엇이 급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을 못한 채 자기 홍보와 체면 유지에만 급급해 하는 의원들도 있다. 국회 예산처리나 입법활동에는 나서지 않던 사람들이 무슨 사건만 터졌다 하면 서둘러 나서서 아주 냉정하고 잘 난 척하며 논리에 맞지 않는 질문으로 상대방을 죄인 다루듯 한다.

외교관계에서 특정 협약을 체결하고자 회의를 하고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비밀에 부쳐야 할 내용들이 경중 완급을 가리지 못하고 신문과 방송에 앞다투어 대서특필 된다. 추적할 내용도 없으면서 뉴스 추적을 하고,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지도 못한 채 특집방송을 한다. 가벼움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는 방송은 외면할 수 밖에 없다.

국가 기밀일 수도 있고 전략적 방어를 해야 할 내용일 수도 있는 상황을 공개적으로 캐물으며 윽박지르기도 한다. 기다려 줄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고 실무자에게 맡겨야 할 배려도 절실한 때다. 큰 사건일수록 냉정하게 바라보고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그러나 일에는 순서가 있고 전략이 있는 것이다. 국가의 대사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국민이 알아야 할 권리도 있지만 알지 못하거나 모른 척 해야 할 책임도 있다.



슬픔에 잠긴 유가족을 위로 한다며 조문을 가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고, 빠진 배를 건지는 현장에 달려 가, 알지도 못하면서 잔소리하는 방송들이 있다. 워낙 중대한 사고이고 전문가들도 알 수 없는 오리무중의 사건인지라 보다 철저한 준비와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부처간에 책임을 떠 넘기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현장에서 진두 지휘하며 사건을 해결하고 원인을 밝혀야 할 지휘관을 불러 놓고 매일같이 보고만 하라고 하고 원인만 따지고 있다.



과거에 우리는, 백화점과 다리의 붕괴사고, 여객항공기 추락사고, 열차 폭발사고 등 큰 사고와 사건들을 많이 보아 왔고 처리해 왔다. 전 국민은 수시로 민방위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사건 사고가 생길 때마다 흔들리고 있다.

정말 슬픈 일이다. 이 지구상에서 어떤 일도 발생할 수 있고 어떤 비극적인 상황도 일어 날 수 있다. 그러한 사건과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과 결과에서 역량이 발휘되며 능력이 나타나는 것이다.

발생한 사건보다 그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이 더욱 한심스러울 뿐이니 이를 어쩌면 좋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