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과 책임의 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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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저마다의 특기가 있고 장점이 있다.
가수는 노래를 잘하고 스포츠 선수는 운동을 잘한다. 교수는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학생을 잘 가르치는 일이 본업이다. 정치인은 정치를 잘 해야 하고, 기업가는 회사를 잘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각자의 역할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각자의 역할을 벗어나 다른 직업이나 사안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조금씩 관여할 수도 있다. 때로는 전혀 다른 길을 찾아 변신을 꾀해서 성공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스포츠 선수가 개그맨이 되기도 하고, 야구선수가 MC가 되기도 한다. 개그맨이 영어 선생님도 되고, 의사가 음악가가 될 수도 있다. 완전한 변신으로 더 크게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변신의 변신을 꾀하면서도 현직을 연연해 하며 양다리 걸치고 앉아 양쪽에서 이익을 챙기거나 양쪽에 누를 끼치는 일은 곤란하다. 가끔 제 3자의 입장에서 자문을 해 주기도 하고 조언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업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주업의 특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특징이나 장점을 잊고 다른 길에 끼어들어 가치를 상실한 사람들이 많다.
학자가 정치를 하면서 욕을 먹는 일도 많고 사업가가 정치를 하면서 패가 망신을 한 경우도 있다. 법에 의거한 판결을 잘 해야 할 판사가 가볍게 처신하며 법조계를 욕 먹이는 경우가 있고, 경찰이 도박에 빠져들어 동료들을 망신시키는 사례가 있다. 말과 행동에도 수준이 있고 차이가 있어야 한다. 판사와 의사의 언어 수준이 있고, 고위 공직자와 일반 시민의 어휘력은 다르다. 그 영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볍고 천박한 언어와 행동들이 사회의 흐름인양 표현되고 있다. 개그와 농담이 요즘의 대세인양 왜곡되고 있다. 아주 적은 일부분의 사람들이 전부를 대표하는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 몰지각한 선생님이 올바른 스승의 표상으로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
모두들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명이라는 말이 의미를 갖는다.
사명이란 “존재 의미와 가치”를 말한다. 정치인은 정치 분야에서 올바른 일을 해야 하고, 기술자는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 정치분야의 리더들이 리더십이 부족하거나 철학이 없어 갈팡질팡하는 모습들을 본다.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의미를 모른다. 남의 탓을 하면서 자신의 집단을 욕먹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로 이야기 해야 한다. 그게 싫으면 그 직을 내놓아야 한다. 교수나 선생님은 아이들의 성적을 올려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인성과 품격을 높여 주는 역할도 충실히 해야 한다.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단체 활동과 다양한 학습을 통해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습성을 기르면서 배우는 곳이다. 그래서 자녀교육과 인재 육성에는 학원보다 학교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관이나 단체에도 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부여되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공공 생활에 필요한 일을 하는 곳이고, 정부기관과 의회는 각자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의원이 관료처럼 행동하거나 공직자가 개인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 개인과 공직자는 엄연히 다르다. 개인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면 공직을 나와서 하면 된다.
자유와 책임, 권리와 의무를 혼동할 정도로 의식이 없는 사람은 그 자리에 있을 가치가 없다.
똑 같은 사고가 빈번하게 반복되는 공공기관이 있다. 그 기관장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다. 책임질 줄 모르며 미안해 하는 부끄러움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정말 그만 두어야 할 의원들은 악착같이 버티려 하고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물러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필요한 사람과 불필요한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고 포퓰리즘과 선동을 구분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책임도 국가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