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돈 칼럼]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제가 포기하면 절 응원해주는 국민이 실망할 것 같아 결코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39살의 마라토너 이봉주는 2008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초반 오버페이스로 8위에 그쳤지만 국내 2위로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날 레이스까지 39번 풀코스에 도전한 이봉주는 단 두 번만 중도에 포기하고 37번이나 완주했다. 우리는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한다. 인생의 긴 여정과 그 어려움이 마라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실제로 며칠 전에 마라톤을 뛰었다. 힘들어 완주를 포기할까 몇 번을 생각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중에는 종아리 근육이 경련이 일어나고 한발한발 걷는 것도 힘들었다.

사무엘 존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희망이 없으면 노력도 없다. 희망이 없는데, 노력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노력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목표 없이 일하는 사람은 없다. 골인지점 없이 달리는 마라토너는 없다. 희망을 먼저 가지자. 그리하면 자연히 노력하는 사람이 될 테니까.”

마라톤에서는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그래서 힘든 오르막길에서 많은 사람들이 포기한다. 조금 가면 좀더 쉬운 내르막길이 있을 지 모르는데, 그 고비를 넘지 못하고 포기한다. 골인(goal-in)하려면 정확한 목적지로 향한 출발이 있어야 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안개 속에서 헤매는 기분일 때가 많다. 과연 내가 가고 있는 코스가 맞는 것일까 고뇌하게 된다. 문제는 어떻게 최선을 다하느냐가 중요하다. 매일 최선을 다하겠다고 외치면 뭐하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야 한다. 세계적인 자동차 세일즈왕인 조 지라드는 “성공의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났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리지 않으면 정상까지 오를 수 없다. 즉 한 번에 뛰려고 하지 말고 ‘오늘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 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왜 대한민국 젊은 선수들이 39세 이봉주 선수보다 늦게 들어왔냐. 한 계단을 오르게 하는 힘은 정신력에 있다.

자신이 선택한 코스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은 완주가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은 정작 뛰어보지도 않고 자신의 재능이 없음을 탓하는 경우가 있다. 황영조 선수는 누구나 인정하듯이 재능 면에서 화려한 마라토너로 기억하는데 비해, 이봉주 선수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싸움과 이기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황영조는 스피드 능력이나 심폐 기능, 강한 발목 등 좋은 재능을 갖고 있는데 반해, 이봉주는 마라토너로서 치명적인 평발에 왼발이 오른발보다 5㎜나 긴 짝발이다. 이봉주는 심지어 ‘달리는 종합병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열악한 신체조건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이 선택한 마라토너라는 직업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었다. 또한 그는 타고난 능력에 의해서 성공한 선수가 아니라 오직 노력에 의해서 정상에 오른 선수이다. 92년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넘어져 도중 탈락했던 그는 포기하지 않고 피나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다.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직업에서 다른 직업으로 떠날 때, 이봉주 선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황영조에 비해 타고난 재능은 뒤지지만 오랜 세월 자신을 가다듬은 끝에 한국최고기록, 보스턴마라톤 우승, 아시안게임 2연패 등 황영조의 업적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진정한 마라토너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다. 내 자신은 인생의 마라톤에서 어디쯤 왔는가. 처음 시작하는 단계인가. 아니면, 반환점을 돌았는가. 마라톤은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에 맞게 거리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인생의 코스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에 맞게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자신의 실력은 하프코스에 적합한데 굳이 풀 코스를 고집하다가 무리한 레이스로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풀 코스를 뛰려면 철저하게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봉주는 2006년 서울국제마라톤 대회에서 대역전극을 펼쳤다. 무려 열 살이나 차이 나는 케냐 선수를 제치고 당당하게 우승한 것이다. 실제 마라톤에서처럼 단계별로 5km, 10km, 하프 마라톤(21.0975㎞), 풀코스(42.195km) 등 여러 차례 도전하여 실력을 쌓은 후 한 단계씩 거리를 늘려 가는 것이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욕심처럼 한방에 크게 키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실력이란 결코 한꺼번에 점프할 수 없다. 우리는 험난한 인생의 마라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사람의 피와 땀을 기억해야 한다. 성공 뒤에는 정상을 향한 의지와 피나는 땀과 노력이 숨어 있다. 내가 원하는 곳에 도착했을 때의 희열을 떠올리면서 한걸음 자체를 내딛는 것이다.

※ 이 칼럼은 EBS 라디오 <직장인 성공시대> 에서 월요일 격주로 들을 수 있습니다.
※ 이 칼럼은 한국경제신문 한경닷컴 <윤영돈의 직장인 눈치 코치> 칼럼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새로운 칼럼을 무료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