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돈 칼럼]어느 파워블로거의 종말

최근 파워블로거에 대한 허상이 들어나고 있다. 블로그 ‘슈뢰딩거의 고양이’과 ‘베비로즈의 작은 부엌’의 사건을 보면 인터넷 블로그에서 파워가 현실에서 어떻게 쓰여야 할 지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되고 있다.

블로그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운영했던 황덕하(52)씨는 16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했던 파워블로거였다. 하지만 최근 경찰에 따르면 수원시 권선구에 소재한 자신의 부모님 집에서 전처 최모씨(52)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도주했다. 황 씨는 최 씨와 2년 전에 이혼한 상태였지만 이날 최 씨에게 재결합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뒤 앙심을 품고 여섯 차례나 흉기로 찔러 죽인 후 현장을 떠났다. 전처를 살해한 후에는 인터넷 접속은 물론 휴대전화까지 외부의 와의 모든 접촉을 중단한 상태이고 경찰은 공개수배로 전환했다. 파워블로거 황씨는 현실에는 뚜렷한 직업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부동산 사업을 하다가 법무사를 시험을 보겠다며 신림동 고시원에 들어갔고 아내와 자식들과 떨어져 지냈다. 법무지식으로 블로그를 연 뒤, 인터넷에서 떠도는 글을 마치 자신의 글처럼 블로그에 올렸다. 블로그 이름도 ‘양자물리학자’인 오스트리아인 슈뢰딩거의 이름을 따그럴듯하게 지었고 산악 자전거 관련 정보를 많이 올렸다. 황씨는 아마도 현실에서 구현하지 못하는 것을 인터넷으로 통해서 꿈꿨던 것 같다. 그가 들뢰즈의 노마드를 이야기하는 것도 그 지점인 듯 싶다.

유명했던 파워블로거 ‘베비로즈의 작은 부엌’도 비슷한 경우다. 베비로즈의 포스트를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회원만 해도 13만 명이 넘었다. 방송과 책에서 그녀의 요리 솜씨와 수납 능력은 같은 주부로서 동경의 대상이었다. ‘깨끄미’라는 과일 세척기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기계로 세척하면 식품의 농약 중금속 성분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했다. 깨끄미의 소비자가는 43만7천원. 그러나 블로그에서 구입하면 36만원이었다. 파워블로거의 말을 믿고 깨끄미를 블로그 공동구매를 통해 많이 사갔다. 하지만 결과를 참담했다. 작년부터 문제를 제기해왔는데 안일한 대처가 큰 화를 불렀다. 결국 파워블로거는 문을 닫고 말았다. 거기에 오르기까지 많은 블로깅과 상당한 좋은 정보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무분별한 행위만 아니었더라도 돈에 눈이 멀지만 않다더라도 명성을 유지하고 괜찮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의 주위에도 파워블로거가 많다. 나름대로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자신이 파워블로거라는 것에 도취된 사람도 있다. 그 도취가 결국 종말로 이어지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한다. 파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