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직장인의 색시(色時)한 건배사

와인보다 진한 향을 남기는 센스 있는 건배사

2014년 달력도 이제는 달랑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뒤로 넘어간 달력의 장수와 무게만큼 올 한해도 다사다난했기에 고마웠던 사람들, 바쁜 일상 탓에 보고 싶어도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가 더욱 기다려진다.하지만 CEO를 비롯해서 사원까지 그런 모임을 유쾌하게만 기다릴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건배사에 대한 스트레스도 한몫 하다 않을까싶다. 수평적인 기업문화로 변화하면서 이제 건배사는 신입직원도 함께 참여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최고경영자과정 중 건배사 하는 방법을 진행하다가 한 학습자가 했던 건배사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21세기는 글로벌시대인만큼 저도 건배사를 영어로 할까합니다. 제가 제안을 하면 여러분은 마지막에 제가 한 단어만 복창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Ladies and Gentleman! 원샷!“

생각지도 못한 유쾌한 이 건배사에 학습자들 모두

“원샷!”이라고 복창을 하면서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이처럼 건배사는 분위기를 살려주고 함께하는 이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 있음은 물론이고, 센스 있는 건배사를 한 사람의 이미지는 와인보다 진한 향을 남긴다.
비즈니스의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는 똑똑한 건배사

건배사를 통해 본인이 하는 비즈니스의 비전과 전략을 소개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추구하는 경우로는 SKT란 건배사가 기억에 남는다. SKT는 정보를 보여 주고(Show Me Home),당신을 이해하고(Know Me Home) 스스로 최적의 제안을 제시하고 실행하는(Tell Me Home)의 앞 스펠링을 딴 것으로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이 유럽 가전전시회 오찬 간담회에서 한 건배사다.건배사는 직종에 따라 다양한데, 증권가나 주식투자자 사이에서는 ‘상한가(상심 말고 한탄 말고 가슴 펴자)’가 많이 활용되고,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재치 있고 개성 있게 발전하는 사람이 되자’라고 외치면 ‘재개발’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 참석했던 한 모임에서는 주최자가‘재미나게 건강하게 축하 받을 일을 하며 살자’고 외치고 우리가 ‘재건축’이라고 화답했는데 필자도 재건축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으로서 목청껏 외쳤던 기억이 난다 필자처럼 고객서비스에 관심 있는 모임에서는 고진감래(고객을 진심으로 대하면 감동으로 돌아온다)나 따스함(따뜻한 마음과 스마일 표정으로 고객과 함께하자) 등의 건배 구호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TPO에 맞는 색시(色時)한 건배사

유행하는 건배사보다는 Time, Place, Occasion 즉, 색시(色時)한 건배사가 현명하다. 골프모임에서는 드라이버는 (멀리!), 퍼터는 (정확하게!), 아이언은 (부드럽게!) 나 올 버디(올해도 버팀목이 되고 디딤돌이 되자)가 자연스럽고 부부동반모임에서는 여보당신(여유롭고 보람차고 당당하고 신나게)등이 환영받듯이 직장회식에서는 소화제(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다)나 직장인들의 애환이 담긴 건배사도 마음을 열어준다. 예를 들어서 예전부터 많이 전해지는 ‘명품백(명퇴조심, 품위유지, 백수방지)이나, ‘노총각(노하지 말고 총대 메지 말고 각 세우지 말고)’라는 건배사도 아직까지 활용된다. 요즘 2차까지 늘어지는 회식을 선호하지 않는 신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119(1차만 1가지 술로 9시까지)’도 인기고 여직원들 사이에서는 ‘탱탱탱(탱탱한 피부와 탱탱한 삶과 탱탱한 내일을 위하여)’도 인기다. 다문화 모임에 초대받은 한 지인의 수첩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영어로는 ‘Cheers, Cheer Up, Toast!’, 불어로는 ‘아 보르트 상테(A Votre Sante)’, 일본어 ‘간빠이’, 중국어 ‘간베이’, 러시아어 ‘븨삐욤 자 바쉐 즈다로비예’브라질 잔 부딪치는 소리(Tim-Tim)를 그대로 쓴다‘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이런 건배사 준비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상대에 대한 불신이 건배의 역사

주객(主客)이 동시에 술을 따라 건배하는 것은 술잔을 상대방과 부딪쳐 술이 넘나들게 함으로써 독살에 대한 의심을 없애게 한 데서 유래했다. 즉, 독주(毒酒)가 아닌 것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 여러 설(說)이 있다. 하지만 현 시대에는 술잔을 맞대어 소리를 내는 것은 서로의 마음이 통한다는 뜻의 상징으로 본다. 러시아 연방 카프카스 지방에서는 잔을 든 팔을 서로 걸고 마시고 중국에서는 술잔을 비우고 다 마셨다는 증거로 술잔을 거꾸로 하는 습관이 있으며 건배할 때의 말이나 방식도 문화마다 다르다.

하지만, 영어권(cheers), 독일어권(prost), 불어권(Sante), 이탈리아(Salute 등) 등 대부분의 건배사는 상대방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박관념이 묻어있는 화려한 건배사는 NO!

교육을 진행할 때마다 학습자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건배사를 물으면 단연코 ‘카사블랑카’가 대세다.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잉그리드 버그먼과 잔을 부딪치며 속삭인 명대사, ‘Here’s looking at you, kid.’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건배사는 우리의 감성을 온통 흔들어 놓는 힘이 있나보다. 그래서 이 건배사를 따라 해보지 않은 이는 아마다 한명도 없지 않을까 싶다. 필자를 포함해서!

연말모임에서 이렇게 마음을 울리고 기억에 남는 멋진 건배사를 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욕심이다. 하지만, 이런 욕심이 지나치면 건배사가 산으로 가고 만다. 강박관념이 묻어있는 화려한 건배사나 스마트폰 어플에서 인기 있는 누구나 다 아는 건배사보다는 다소 투박하더라도 상황에 어울리는 Only one! 유니크한 건배사가 더 낫지 않을까!

한경닷컴 직장인 칼럼을 위한 건배사!

직: 직장인 여러분!

장: 장미처럼 아름답지만 가시도 있었던 한해가 저물어 가네요.

인: 인정 넘치는 ‘2015년 을미년 (乙未年)’에도 인생의 멋진 주인공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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