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대학만의 책임일까

일반 정규 대학은 직업을 선택하고 취업을 준비하기 위한 직업훈련소가 아니다.

직업 선택을 위한 기술을 가르치거나, 취업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교는 기술학원이나 직업전문학교 또는 전문 대학들의 몫이다. 대학생들의 취업 걱정은 대학교의 몫이 아니다. 일반 정규대학에서의 학문과 연구는, 문과계열, 사회계열, 상경계열, 공학계열 등은 수요공급의 원칙에 입각하여 적절히 조화롭게 모두 필요하다. 취업률을 기준으로 대학의 지원 범위를 가름하고 평가를 한다는 것은 대학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들의 무식한 발상이다. 100년이 흐른 뒤에 이 땅에는 법대, 공대생만 있고, 변호사와 기술자만 남을 것인가?

독일 문학을 공부하고 싶고, 영국 철학을 연구하고 싶은 학생도 있으며, 남미 역사에 심취하는 학자도 있다. 불어불문학과를 선택하는 것은 불어를 잘 하기 위한 게 아니라 프랑스 문학을 공부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학생이 미술대학을 가고 피아노를 치고 싶은 사람이 음대를 가듯이 문학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문과대학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취직이 어렵다고 문과대학을 없애겠다는 나라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문법과 기하학과 수사학, 천문학 등을 가르쳤고, 조선시대에도 예절과 詩와 문학을 가르쳤다.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식물학자이며 인체해부학자이고 요리사이며, 천문학자였고 화가였다. 세종대왕도 음악가이며 교육자이며 어문학자였다. 전 세계적으로 다변화되는 현대사회는 전공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거나 한 가지 전문기술이 평생을 보장하지 못하는 다양한 문화를 이루고 있다. 아직도 교육공무원이나 대학 당국은 대학교를 단순한 취업률로 경쟁하게 하고, 대학생들의 취업률이 낮은 것을 대학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것 같다. 대학생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것은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질적인 문제이며 지금까지 이끌어 온 지도자들의 책임이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80%가 대학을 가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대학이 너무 많아졌다. 이와 동시에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약화된 대기업들은 해외로 빠져나갔다. 외국 근로자들 100만명이 한꺼번에 국내로 밀려들어 왔다. 우리가 하기 싫은 일을 외국인들에게 넘겨 주고, 대부분의 단순 반복적인 일들은 컴퓨터가 모두 처리하고 있다. 이 모든 요인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게 한 것이다. 대학이 취업을 어렵게 한 게 아니다.

원인을 알면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아주 쉬운 원인을 모른 체 하고 딴소리들만 하고 있다. 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지금 우리 나라는 정면으로 돌파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책임한 방관으로 일관하는 위정자들은 복지와 인기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밤을 새워서라도 국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