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는 자동차를 팔지 않는다


작년 더운 여름날이었다. 나는 경기도의 모 대학에서 컨설팅을 하고 있었는데,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이 찾아와 나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그는 “현대자동차 홍길동입니다. 서울에서 힘들게 왔습니다. 우리 현대자동차는 이런 저런 좋은 특징이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 후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어쩌라구?”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무언가를 판매한다. 직업에 종사한다는 것은 자신의 경험이나 제품(서비스)의 특징 그리고 자기 자신을 판매하는 일이다. 그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자신을 좀 더 좋은 가격에 팔기 위해서 이 글을 읽고 있는지 모른다. ​영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 비결로 한결같이 제시하는 것이 있다. 미국의 최고 갑부 중 하나인 잭 켄트쿠크(Jack Kent Cooke)는 이미 열 네살이 되었을 때, 그 비결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의 재산은 약 10억 달러에 정도이며, 워싱턴 레드스킨즈 풋볼 팀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어릴 때 잭의 집은 3,500원 정도의 전화요금도 제대로 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 그래서 그는 가정의 생계를 위해 백과사전을 팔아보기로 결심했다. 출판사에서 어떻게 책을 잘 팔 수 있는지 판매요령도 일러주었다. 하지만 그는 열정과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출판사의 판매방법을 무시하고 자신의 매력과 설득력으로 영업을 했다. 당연히 그의 첫 출발은 실패로 끝났다. 그의 노력에 고객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판매지침서를 들여다보았다. 한자리에 앉아서 2시간 동안 꼼짝도 않고 그것을 꼼꼼히 읽었다. 지침서를 독파한 후 그는 다른 고객을 찾아갔다. 드디어 성공적인 판매를 맛봤다. 판매요령서대로 함으로써 고객에게 책을 팔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뒤 또 다른 고객에서 큰 액수로 책을 판매했다. 그의 성공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판매에 있어서 다음의 기본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은 제품의 ‘특징‘을 팔려고 한 것이 아니라 ‘가치‘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보험 설계사는 보험료가 어떻고 거기 가입하면 어떤 부수적인 혜택이 따라오는지 일일이 설명한다. 이것이 ‘특징‘을 판매하는 형태다. 이럴 때는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그 가정의 경제적 미래가 보장되고 따라서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녀들이 미래의 불안에 대한 걱정없이 편안하고 안도감있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가치‘를 판매하는 것이다. 붕어빵 기계를 팔면서 빵이 구워지는 정도를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무슨 나노칩이 들어가고, 열선의 정도가 어떻고 등등 이런 설명은 하지 마라. 대신 향긋한 향이 나는 커피 한 잔과 노랗게 잘 구워진 빵으로 차려진 근사한 아침 식사에 가족끼리 행복하게 먹는 장면을 이야기하라. 처음 제시한 현대자동차의 홍길동 사례로 돌아가보자. 내가 “그래서 어쩌라구?” 라고 반응을 보였던 것은 바로 홍길동이 가치를 팔지 않고 특징만을 팔았기 때문이다. 요즘같은 시대에는 SNS등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들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익히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징 정도는 꿰차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특징만을 쏟아 붙이는 영업을 한다는 것은 ‘불난집에 부채질 하는 꼴‘이다. 그래서 ‘가치‘를 팔아야 한다. 고객의 욕구를 먼저 파악하고 해당 고객에게만 줄 수 있는 특별한 가치를 팔아야 한다. 현대는 초경쟁사회다. 벤츠는 자동차를 팔지 않는다. 애플은 아이폰을 팔지 않는다. 다만 ‘가치‘만 팔 뿐이다. 특징을 팔지 말고 가치를 팔아라! 이것이 초경쟁사회에서 이길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다. by. 경영평론가 정인호 / VC경영연구소 대표(ijeong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