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 칼럼] 중국 하이얼의 이유있는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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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의 가전제품 생산회사인 칭다오 하이얼(靑島海爾)은 지난 2016년 6월 GE 가전사업 부문을 54억 달러(약 6조5천억원)에 인수했다. 이 거래는 중국 가전 기업으로서는 최대 규모의 해외 인수합병이다. GE는 1905년 전기 토스터 판매를 시작으로 130년 넘게 가전기기 제조 사업을 유지한 전통적 백색가전기업의 대명사다. 그런 역사와 전통을 가진 GE의 백색가전을 30년의 역사에 불과한 중국기업에서 매각한 건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눈독을 들인 기업 아니었던가.
2014년 기준으로 세계 생활가전업체 1위는 미국의 월풀이다. 매출규모는 약 22조원에 달한다. 다음 2위로는 독일의 보쉬와 지멘스가 자리를 지키고 있고 3위로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이얼은 이번 GE 가전사업 부문을 인수하게 됨으로써 단숨에 선두권의 위치에 섰다.이런 통 큰 인수하며 삼성과 LG를 긴장하게 하는 하이얼은 어떤 회사일까? 하이얼은 중국의 대표적 이미지인 싸구려, 짝퉁을 지양한다. ‘비용 대비 가치(Value for Money)’ 전략으로 무장한 하이얼은 에어컨이나 세탁기 같은 주류 소비재 시장 뿐 아니라, 와인 쿨러(wine cooler, 포도주 냉장고)같은 틈새시장까지도 흔들고 있다. 와인 쿨러는 704달러로 업계 선두주자인 라소믈리에르(La Sommeliere) 제품의 절반 가격에 불과하다. 이 제품을 출시한지 2년 만에 하이얼은 와인 쿨러 시장을 무려 10,000% 성장시켰고, 현재는 판매액 기준으로 미국 시장의 62%를 장악하고 있다. 1980년대 일본이 지향했던 고품질, 저가격 전략을 이제는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이얼의 성장 전략은 제품뿐만 아니라 유연한 조직구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이얼의 창업자인 장 루이민(Zhang Ruimin)은 인터넷 시대에 맞춰 가전 제품업체도 ‘대량생산’에서 ‘대량 맞춤 생산’으로 전환을 꿰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기업문화처럼 날렵하게 사고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그래서 전통적인 전략중 하나인 가격이나 비용 위주로 홍보하는 것을 지양하고 ‘고객 경험(UX ; User Experience)’에 중점을 둔 차별화 전략을 전사적으로 시행한다.
하이얼은 서비스 정신도 남다르다. 하이얼 고객 센터에 걸려온 전화는 전화벨이 3번 울리기 전에 응답을 한다. 심지어 일요일에도 3시간 안에 고객의 집으로 기술자를 파견한다. 한 번은 외딴 마을에 거주하는 농민으로부터 배수관이 계속 막힌다는 민원 전화를 받고 방문해서 원인을 살펴보니 농민이 막 수확한 감자의 흙을 씻어내는데 세탁기를 사용했고, 그 흙 때문에 배수관이 막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경우 우리나라의 기술자들은 농민을 혼내거나 이런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게 화를 낼 것이다. 그러나 하이얼 기술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옷은 물론이고 감자까지도 세탁할 수 있는 그런 세탁기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고.마지막으로 하이얼의 기업가 정신이다. 중국 기업 경영자들에게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1985년 칭다오 냉장고 공장의 지배인이었던 장 루이민은 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에 변화를 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결함이 있는 냉장고 76대를 직원들이 직접 망치로 부수도록 함으로써 앞으로는 저 품질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사건은 칭다오 냉장고 공장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로부터 30년 후 하이얼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백색가전 제조사가 됐다.
물론 이러한 정신은 삼성이나 LG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장 루이민 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가 ‘현실적 낙관주의’를 강조하며, 위험을 분명하게 인식하지만 이겨낼 수 있는 확신을 갖는데 집중한다. 즉, 먹구름이 처음 드리울 때 우산을 꺼내기보다는 구름 가장자리에 은빛으로 빛나는 희망적인 부분을 찾는 데 주력한다. 앞으로 백색가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아무튼 제대로 된 적수가 나타난 것 분명하다.
글.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ijeong13@naver.com)
2014년 기준으로 세계 생활가전업체 1위는 미국의 월풀이다. 매출규모는 약 22조원에 달한다. 다음 2위로는 독일의 보쉬와 지멘스가 자리를 지키고 있고 3위로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이얼은 이번 GE 가전사업 부문을 인수하게 됨으로써 단숨에 선두권의 위치에 섰다.이런 통 큰 인수하며 삼성과 LG를 긴장하게 하는 하이얼은 어떤 회사일까? 하이얼은 중국의 대표적 이미지인 싸구려, 짝퉁을 지양한다. ‘비용 대비 가치(Value for Money)’ 전략으로 무장한 하이얼은 에어컨이나 세탁기 같은 주류 소비재 시장 뿐 아니라, 와인 쿨러(wine cooler, 포도주 냉장고)같은 틈새시장까지도 흔들고 있다. 와인 쿨러는 704달러로 업계 선두주자인 라소믈리에르(La Sommeliere) 제품의 절반 가격에 불과하다. 이 제품을 출시한지 2년 만에 하이얼은 와인 쿨러 시장을 무려 10,000% 성장시켰고, 현재는 판매액 기준으로 미국 시장의 62%를 장악하고 있다. 1980년대 일본이 지향했던 고품질, 저가격 전략을 이제는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이얼의 성장 전략은 제품뿐만 아니라 유연한 조직구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이얼의 창업자인 장 루이민(Zhang Ruimin)은 인터넷 시대에 맞춰 가전 제품업체도 ‘대량생산’에서 ‘대량 맞춤 생산’으로 전환을 꿰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기업문화처럼 날렵하게 사고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그래서 전통적인 전략중 하나인 가격이나 비용 위주로 홍보하는 것을 지양하고 ‘고객 경험(UX ; User Experience)’에 중점을 둔 차별화 전략을 전사적으로 시행한다.
하이얼은 서비스 정신도 남다르다. 하이얼 고객 센터에 걸려온 전화는 전화벨이 3번 울리기 전에 응답을 한다. 심지어 일요일에도 3시간 안에 고객의 집으로 기술자를 파견한다. 한 번은 외딴 마을에 거주하는 농민으로부터 배수관이 계속 막힌다는 민원 전화를 받고 방문해서 원인을 살펴보니 농민이 막 수확한 감자의 흙을 씻어내는데 세탁기를 사용했고, 그 흙 때문에 배수관이 막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경우 우리나라의 기술자들은 농민을 혼내거나 이런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게 화를 낼 것이다. 그러나 하이얼 기술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옷은 물론이고 감자까지도 세탁할 수 있는 그런 세탁기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고.마지막으로 하이얼의 기업가 정신이다. 중국 기업 경영자들에게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1985년 칭다오 냉장고 공장의 지배인이었던 장 루이민은 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에 변화를 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결함이 있는 냉장고 76대를 직원들이 직접 망치로 부수도록 함으로써 앞으로는 저 품질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사건은 칭다오 냉장고 공장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로부터 30년 후 하이얼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백색가전 제조사가 됐다.
물론 이러한 정신은 삼성이나 LG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장 루이민 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가 ‘현실적 낙관주의’를 강조하며, 위험을 분명하게 인식하지만 이겨낼 수 있는 확신을 갖는데 집중한다. 즉, 먹구름이 처음 드리울 때 우산을 꺼내기보다는 구름 가장자리에 은빛으로 빛나는 희망적인 부분을 찾는 데 주력한다. 앞으로 백색가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아무튼 제대로 된 적수가 나타난 것 분명하다.
글.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ijeong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