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들이여 대한민국을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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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필자는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가자는 동기들의 제안을 받았다.
도쿄는 일자리도 많아 등록금 걱정을 안 해도 된다며 나를 설득했다. 당시 사진과 학생들은 일반인들의 장롱속 카메라인 SLR을 들고 다니며 필름과 인화지, 암실 장비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있는 집” 아이들이 대부분 이였다.유학이란 그들만의 세상이란 편견에 국내 편입의 길을 택했고 중년이 돼서 일본으로 이사하는 돈키호테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사 올 당시 딸은 고1 겨울방학을 얼마 앞둔 시기였으며 지난 토요일 졸업했다.
도쿄 한국학교 졸업식 /RJ통신
서울서 학교를 다닐 때는 ‘야자’까지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며 또래의 학생들처럼 열심히 공부했지만 이곳으로 와선 한국만큼 공부를 안했다.
전체적 분위기가 한국과는 입학방법이 다르기 때문인 탓이 크게 작용했다.일본은 어떤 대학출신인지보다는 전공을 묻는 경우가 많다. 대학의 서열을 구분하는 것, 어떤 회사를 다니며 부모가 어떤 일을 하는지 등의 질문 자체가 없는 사회다.
“제빵”을 공부하고 싶어 했으나 한국식으로 일단 대학을 진학했다. 이곳 정서 같으면 대학을 입학하지 않고 바로 제빵학교에 입학한 뒤 기회가 주어지면 프랑스로 유학해서 졸업 후 현지 취업을 통해 경력을 쌓는 게 맞지만 딸아이는 아직 한국스타일로 대학 졸업장 취득 후 제빵학교들 들어가겠다고 한다. 아직 꿈이 바뀔 수 있는 나이고 본인이 원하는 만큼 하고싶은대로 뒀다.
한국인이 이곳에서 외국인 특례로 일본대학을 지원하던지 한국대학을 특례로 지원(일본 생활을 어느 정도 한 경우)할 수 있다. 좌우간 한국의 대학입시보다는 선택의 폭이 넓다.도쿄한국학교는 일본대학 입학을 희망하면 J반(일본어로 수업 진행)에 소속되고 한국대학을 희망하면K반(한국어로 수업 진행)에 소속돼 입시준비를 한다. 아이는 J반에서 길지 않은 시간을 준비해 자신이 전공하고 싶은 경제학과에 지원을 했다. 기간도 짧고 준비도 부족해 기대도 안했지만 결과적으로 지원한곳에 모두 합격해 원하는 곳을 골라가는 행복을 누렸다.
게다가 유학생 입시(EJU)가 끝난 후 시작한 아르바이트로 입학금도 본인이 내고 등록금은 대출프로그램(이곳에서는 장학금이라 불리며 성적이 우수하면 금리0, 일반의 경우 2~3%로 대출이 가능하며 유학생의 경우 더욱 다양한 장학금 프로그램이 있다)으로 졸업 후 상환이 가능하다.
일본 특히 도쿄는 전체적으로 일손이 많이 모자란다. 따라서 대학생의 경우 풍부한 아르바이트 자리가 기다리고 있으며 향후 입사전형에 바이트 경험의 유무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본인들이 일해 학비내고 용돈 쓰는 게 일반적 분위기다.(심지어 고등학생들도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다)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활짝 열린 대학입학과 세계 각국의 유학생들과 활발한 교류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특히 졸업 후 풍부한 일자리와 글로벌 기업의 지사가 많아 해외진출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
“개천에서 용 안 난다”, “금수저” 등 태어난 환경이 중요한 한국사회에서 일본유학은 오히려 돈 없고 빽 없는 젊은이들이 도전해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일수도 있다.
일본 대학을 진학하는 경우는 유학으로 자녀만 오는 방법과 투자 비자를 통해 가족과 함께 오는 방법이 있다.일본정책은 이민을 받지 않지만 투자비자는 한화로 약 5천만 원(5백만 엔) 자본회사를 만들면 가능하다.중년의 나이에 이국땅으로 이사해 다양한 경험을 하며 처음부터 시작하는 필자에 비해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딸아이를 보며 ‘내가 저 나이에 여기서 시작했다면?’ 하는 공상을 해본다.
RJ통신/kimjeonguk.k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