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선택할 미래는?

해수면 상승의 파국 우려되는 기후변화
모두가 탄소중립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박광석 < 기상청장 >
지구의 모든 육지가 바닷물에 잠기면 어떻게 될까? 1995년 개봉한 ‘워터월드’는 이런 상상 위에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 속에서 세상은 기후변화로 빙하가 모두 녹아 지구가 바닷물에 잠기고 인류에게는 산호초밖에 남지 않는다. 바다 위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평생을 산호초 위의 인공섬에서 보낸다. 이곳에서 귀중한 것은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과 음식, 흙, 식물 등이다.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인공섬을 만들어 육지를 대신하지만, 땅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하고 어딘가에 있을 ‘땅’을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영화적인 상상이지만 마냥 낯설지만은 않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평균 해발고도가 낮아 1993년 이후 해수면이 9㎝ 이상 상승했으며, 1999년에는 9개의 섬 중 2개가 물에 잠겼다. 2013년에 국가 위기를 선포했고 국민은 ‘기후난민’이 됐다. 해수면 상승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고 인류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9년 제51차 총회에서 탄소 배출량이 줄지 않는다면 2100년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이 최대 1.1m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책 결정자를 위한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 요약본을 통해 해양은 명확히 온난화되고 있고, 최근 이상 고수온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기상기구(WMO) 역시 올해 세계 기상의 날 주제를 ‘해양, 우리의 기후와 날씨’로 정하고, 기후변화와 날씨에 대한 해양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날씨와 기후는 대기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기는 해양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약 70%를 덮고 있기 때문에 지구에 도달하는 대부분의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며, 인류의 탄소 배출에 의해 지구에 갇힌 여분의 열의 90% 이상을 저장한다. 결과적으로 대기는 해양에 의해 온난화 속도가 늦춰지겠지만, 바다에 흡수된 과도한 열은 산호 표백 등 생물에게 불리한 환경으로 작용하고 빙하를 녹여 해수면 상승의 원인이 된다. 바다에 흡수된 열의 대부분은 다가오는 세기에 다시 대기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양 환경의 변화가 점차 가속화하는 추세다. 최근 50년간 해수 온도는 약 1.1도 상승했는데, 이는 전 세계 대비 2.2배 높은 수치다. 해양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등의 해양 기후 변화는 연안재해, 수산물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경제적 손실 등을 발생시킨다. 기상청은 2023년까지 동아시아 해양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맞춤형 해양 영향 정보를 생산할 예정이다.정부는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위해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新)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 등 3대 추진 전략을 마련했다. 또 철강·석유화학·전자·시멘트업계 등 산업계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본격 추진하는 등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자연재해가 증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의식주, 질병, 산업과 안보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영향을 준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를 잃은 나라의 국민이 인공섬 위에서 살 수도 있다는 ‘워터월드’를 경험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정부는 물론 개개인 모두가 행동으로 실천할 때다. 현재의 노력이 미래에 스며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