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봉 1억7000·중국인이 주류…실리콘밸리의 모든 것 [김재후의 실리콘밸리101]

제주도 2.5배 크기에 310만명이 사는 곳이 넓은 의미의 실리콘밸리
좁은 의미로는 팔로알토 마운틴뷰 등 산호세와 샌프란시스코 사이 지역 지칭
미국에서 백인보다 동양인이 더 많이 사는 지역이기도
구글 마운틴뷰 캠퍼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많아지며 사무실 안에 책상 등 사무기구도 잘 보이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입니다. 오늘부터 수요일마다 실리콘밸리 뉴스레터로 여러분과 만나 뵐 예정입니다. 이곳의 빅테크 기업들을 비롯해 스타트업, 그리고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등의 모습을 담아 연재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실리콘밸리란 정확히 어디를 말하는 것이고, 누가 살며, 어떠한 곳인지를 설명할게요. 기사엔 많이 나오지만, 실제로 정확한 개념을 아는 분들은 드물기도 하고, 누구에게 설명하려면 막상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이제 시작합니다.

Q1. 실리콘밸리는 정확히 어디인가

저는 현재 '베이 에어리어(bay area)'라고 부르는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살고 있다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지역이에요. 출퇴근도 많이 하는 같은 생활권이긴 한데, 거주하는 집 주소는 정확히 협의의 실리콘밸리라고 하긴 어려운 지역입니다. 그렇다고 샌프란시스코에 산다고 하는 것도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분당에 사는 분이 서울에 산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사실 실리콘밸리 지역을 부르는 말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라고 대표적인 도시 이름을 대는 경우도 있고, 실리콘밸리나 베이 에어리어라는 말도 많이 사용합니다. 여기선 그냥 줄여서 '밸리'라고 하기도 합니다.

도시 이름이 행정상의 명칭이라면 나머지는 관행상의 명칭입니다. 기술기업들이 몰려 있는 도시들을 묶어 부른다든지, 그들의 생활권을 칭하는 용어입니다. 실리콘밸리라는 명칭은 스탠퍼드대학의 대학원생들이 만든 인텔이나 AMD 등 반도체 회사들이 협곡이 많은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붙은 별명입니다. 베이 에어리어는 말 그대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너제이 등이 바다를 접하는 만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 거고요. 베이에어리어 지국을 두고 있는 방송사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는 정확히 가려내긴 여기서도 어려워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실리콘밸리의 핵심이 기존보다 남쪽으로 이동 중이기도 하고, 기술 기업들이 몰려 들면서 지역이 확장하고 있기도 해서요. 테크기업들이 동쪽 사막에 자리잡는 경우도 있어서 남과 동쪽으로 계속 넓어지는 추세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지역적 위치를 규정하기 전에 미국의 행정구역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연방국가입니다. 주(州)들이 모여 만든 국가예요. 실리콘밸리는 50개의 주 가운데 캘리포니아주에 속해 있고,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가 있는 남쪽(남가주)과 대칭해 북캘리포니아(북가주)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 안엔 카운티라는 행정구역이 있고, 카운티 안엔 시(市)들이 모여 있습니다. 주를 한 나라로 간주한다면, 카운티는 한국의 도(道) 정도의 행정구역에 해당합니다.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처럼 큰 도시는 시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카운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정구역으로 따져본다면, 실리콘밸리는 캘리포니아의 5개 카운티(산마테오 샌타크루즈 샌타클래라 앨러미다 샌프란시스코)의 전부 혹은 일부를 포함합니다. 이 다섯 개의 카운티는 모두 샌프란시스코 만(bay)을 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베이 에어리어라는 말도 동시에 쓰고 있는 것입니다. 아래는 실리콘밸리의 행정구역상의 지도입니다. 다섯 개의 카운티와 카운티 안의 도시 이름들이 나와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북쪽으로 사우스샌프란시스코시부터 남쪽으로는 스캇츠밸리까지 총 100마일(약 156km) 정도의 거리에 걸쳐 있습니다. 그리고 만을 건너 동쪽으론 테슬라의 공장이 있는 프리몬트(Fremont)까지 이어집니다. 한국에선 북가주(북캘리포니아)의 대표 도시가 샌프란시스코여서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말할 땐 그냥 샌프란시스코라고 얼버무리기도 하는데요. 정확히 말하면 샌프란시스코는 실리콘밸리에 포함되진 않고 이미 경제 규모가 커서 단일 경제권으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큰 그림은 그렇고, 통상 애플 본사가 있는 쿠퍼티노나 구글 캠퍼스가 자리한 마운틴뷰 등을 콕 집어 지칭하기도 합니다. 이곳에 스탠퍼드대학도 있습니다. 두 도시는 모두 샌타클래라 카운티에 속해 있습니다. 샌타클래라 카운티 중에 가장 큰 도시는 새너제이입니다.

실리콘밸리 도시들의 면적을 모두 더하면, 총 1854제곱마일이 됩니다. 한국인이 알기 쉽게 ㎢로 환산하면 4801㎢입니다. 제주도 면적(1833㎢)의 2.5배 정도이고 경기도 면적(1만171㎢)의 절반 정도 됩니다. 이 거리가 단일 생활권으로 묶여 있는 셈입니다.

이곳엔 310만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인구밀도가 높은 동양인의 관점에선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일자리는 155만여개이고, 이들의 평균 수입은 연 15만2185달러로 기록돼 있습니다. 평균 소득이 원화로 연 1억6700만원 정도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여기 높은 집값(이곳의 연봉과 집값은 차후 뉴스레터에서 자세히 다룰게요)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연봉은 여전히 높습니다. 그래서 물가도 미국에서 최상위권으로 높습니다. 이를 견디기 힘들어 하는 분위기도 고조돼 최근엔 스타트업이나 테크기업이 인근 네바다주나 텍사스주로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Q2. 실리콘밸리엔 누가 사나

그럼 실리콘밸리엔 누가 살까요. 미국이니 백인이나 흑인, 혹은 히스패닉이 많을 것 같지만, 실리콘밸리에서 다수 인종은 동양인입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동양인이 전체 인구의 35% 정도로 가장 많고 백인(33%) 히스패닉(25%) 등의 순입니다. 흑인 인구는 2%로 미국 평균(13%)이나 캘리포니아 평균(6.7%)보다 훨씬 적습니다. 10년 전인 2010년엔 백인이 39%로 가장 많았고, 동양인(29%)과 히스패닉(26%)은 비슷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이 기술자들을 불러 모으고, 실리콘밸리가 세계 테크 수도가 되면서 중국 인도 한국 등의 엔지니어가 몰리고, 한국과 일본 중국 기업들도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동양인이 많아졌습니다. 동양인 중에선 중국인이 18%로 가장 많습니다. 인도(13%) 베트남·필리핀(각 10%) 등의 순이었습니다. 한국인이 포함된 중국·인도를 제외한 동양인은 12%로 집계됩니다.

Q3. 실리콘밸리에서도 고령화가?

실리콘밸리를 협의로 따지면, 팰로앨토와 마운틴뷰 멘로파크 등의 도시를 품고 있는 산마테오와 샌타클래라 카운티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이 두 카운티만 보면 젊은 도시일 것 같아 보이는 실리콘밸리도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표들이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산마테오, 샌타클래라)의 18세 이하 인구는 21%로 미국 평균(22%)이나 캘리포니아(23%)보다 낮습니다. 다만 핵심 근로 그룹으로 볼 수 있는 25~44세의 인구 비중은 30%로 캘리포니아(29%)나 미국 평균(27%)보다는 조금 높습니다.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중은 15%로 캘리포니아와 같고, 미국 평균(16%)보다는 소폭 낮습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실리콘밸리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0년 전인 2009년과 비교했을 때 36%나 늘었습니다. 반면 18세 이하 인구 비중은 같은 기간 4% 감소했습니다. 10년간 급격히 뛴 실리콘밸리의 집값 탓에 젊은층이 머물기 힘든 곳이 되어버렸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팰로앨토의 방 4개, 차고 2개짜리 2층 목조주택의 경우 20년 전엔 54만달러였지만, 지금은 270만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젊은층이 10만달러 연봉을 받아도 집을 사기 힘들게 되니 고령층도 떠나지 못하고 머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새너제이의 경우 원룸(여기선 스튜디오라고 부릅니다)의 경우 월세가 평균 3000달러(330만원) 정도 됩니다.

실리콘밸리엔 고학력자가 많습니다. 학사 학위 이상의 비중은 전체 인구의 53%로 절반을 넘는데, 이는 미국 평균(33%)이나 캘리포니아(35%)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입니다. 이 중 석사 이상 비중은 25%로, 캘리포니아(13%)의 곱절에 가깝습니다. 특이한 점은 실리콘밸리의 학사 학위 이상 기술직의 출신 지역입니다. 학사 학위 이상을 취득한 지역이 인도와 중국을 합하면 38%로, 미국에서 취득한 학위(32%)보다 많습니다. 인도에서 학위를 취득해 실리콘밸리에서 기술직으로 일하는 사람은 전체 기술직의 23%나 됩니다. 한국은 2%로 베트남(3.4%) 대만(3.8%)보다 조금 낮습니다.


Q4. 실리콘밸리는 고학력 '남초' 도시?

실리콘밸리는 '남초' 도시이기도 합니다. 기술직들이 많다는 게 이유로 해석되곤 합니다. 여성이 100명이면 남성은 114명 정도로 자연 성비(100대 105)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 지역의 전체 일자리의 45%는 여성이 차지하고 있지만, 테크 회사에선 비중이 확연히 낮아집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테슬라 등 실리콘밸리의 15개 대기업의 경우 여성 직원의 비율은 29% 정도로 낮아지며, 기술직의 경우 22%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팀장 이상 간부급의 여성 비중은 24%로 집계됩니다.
오늘은 실리콘밸리의 정의에 대해 대략 살펴봤습니다. 우리가 흔히 실리콘밸리라고 부르는 곳이 정확히 어디고, 누가 살고, 어떤 도시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볼 기회가 없었는데요. 다음호엔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들이 주로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어떤 기업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회에선 왜 뉴스레터 이름에 '101'이 들어갔는지 알려드릴게요. 오늘도 활기찬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 기사는 한경 뉴스레터 서비스로 먼저 제공됐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면 한경 뉴스레터(https://plus.hankyung.com/apps/newsletter.list)에서 이메일 주소만 넣어주시면 됩니다.

실리콘밸리=김재후 특파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