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부자들(2)

일본의 부자들(1)에서 계속됩니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에서 최고 부자는 누구일까.

일본에서는 매년 소득세 납세 기준으로 고소득자를 발표하지만, 부자에 대한 정부측 공식 발표는 없다. 올해는 투자자문 회사의 평범한 샐러리맨이 100억엔 이상의 소득을 올려 소득세 납부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연간 소득은 매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진정한 부자라고 하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부자의 기준은 연 소득 보다는 개인 순자산을 기준으로 하는 게 나을 것이다.

포천지 일본어판이 24일 발표한 일본의 억만장자를 통해 일본 부자들의 면면을 살펴 볼 수 있다.

억만장자의 기준은 순자산 1,200억엔(약 1조2천억원) 이다. 샐러리맨은 평생 열심히 일을 한다해도 재테크 능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10억원의 자산을 모으기 어렵다.



1조2천억원이라면 과히 천문학적 숫자다. 현재 일본에서 이 기준을 넘는 억만장자는 24명으로 조사됐다.



2005년도 일본 최고 부자로는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주류 메이커 산토리그룹의 사지 노부타나 회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자산은 6,380억엔 이었다.



2위에는 소비자 금융업계를 대표하는 아이훌의 요쿠다 사장으로 순자산이 6,160억엔에 달했다. 요쿠다 사장을 포함, 4명의 소비자 금융회사 오너가 억만장자 랭킹 10위안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들 억만장자중 공식적으로 확인된 한국계는 2명이다. 그러나 재일교포 2,3세의 경우 거의 한국 이름을 쓰지 않기 때문에 실제 한국계는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계로는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사장이 8위에 올랐다. 일본에서도 IT(정보통신) 업계의 선구자로 꼽히는 손 사장의 순자산은 4,730억엔에 달했다.



손사장이야 워낙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지만, 올해는 의외의 인물이 억만장자클럽에 얼굴을 내밀었다.
일본내 파친코 업계 1위인 마루한의 한창우 회장 이다. 올해 74세인 한회장의 순자산은 1,210억엔으로 24위에 랭크됐다. 경상남도 출신인 한회장은 15세에 무일푼으로 일본으로 건너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948년 호세이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으나 2차 세계대전 후로 경제사정이 어려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결국 친척이 운영하던 파친코 가게 일을 도와주면서 업계와 첫 인연을 맺게 됐다.



그뒤 사업가로 성공하기 위해 1967년 볼링장에 손을 댔다. 한동안 큰 돈을 벌기도 했으나 대형 볼링장을 지은 후 볼링장 인기가 시들해져 큰 실패를 보고 말았다.



“빚은 많고 돈 갚을 대책도 없어 날마다 자살할 생각만 했다”는 한회장은 “6명의 자식들 얼굴이 눈에 아른거려 자살을 포기한뒤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히고 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금을 빌렸고, 교토와 효고에서 다시 파친코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전국에 170개 점포를 보유, 업계 1위로 군림하고 있다.



한사장은 90년대 초부터 대도시 주변부에 대형 교외형 점포를 열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주차장과 점포내 샤워실 등 각종 고급 편의시설를 설치, 서비스 차별화로 인기를 끌었다. 그가 치열한 업계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는 이유다.



마루한은 금년도 3월 결산에서 1조3,000억엔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오는 2010년까지 매출 5조엔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외국 사람에게 폐쇄인 일본땅에서 한국인의 성공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한국계 부자들이 더욱 많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