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되는 일본 사회

연말을 앞두고 일본사회가 뒤숭숭 하다.

한쪽에선 일본경제 버블(거품) 논쟁이 나올 정도로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또 한편에선 2주째 연속 발생한 초등학교 1학년생 살인 사건과 건설업계 부정 사건으로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일본사회가 달라졌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안정되고, 빈부 격차가 적은 나라로 칭송을 받았던 일본이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다른 나라로 변했다.특히 구조조정을 거쳐 경기 회복세가 선명해지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 사회 갈등이 불거지는 양상이다.

지난 주말 찾아본 도쿄에서 가장 비싼 시오도메의 콘래드호텔. 콘래드 호텔은 혈색좋은 국내외 비즈니스맨들로 붐비고 있었다.

평일 5만엔, 주말 7만엔의 고가에도 불구, 12월 주말에는 방이 없다는게 호텔 안내인의 설명이다. 평일 예약율도 80%를 넘는다고 한다.일본의 수도 도쿄가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십수년 만에 흥청거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겨냥해 외국계 자금이 밀려오면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외국인들은 골프장, 호텔까지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있다.

금년에만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약 20조엔 가량의 외국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급기야 재계 수장인 오쿠다 히로시 게이단렌 회장은 5일 기자회견에서 버블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외국계 자금이 밀려들면서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중 이다.

금주 초 1만 5,500엔선을 넘어 5년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연초에 비해 35% 가량 오른 상태다.

주변에선 주식으로 떼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올들어 부동산 시장에도 외국계 자금이 쏟아지고 있다.

요즘 도쿄시내 곳곳에선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대형 오피스 빌딩은 물론 재건축 아파트를 짓는 굉음 소리가 요란하다.

금년들어 10월까지 외국계 부동산 사모펀드와 REIT(부동산 투자신탁)가 사들인 부동산은 약 6조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자금이 집중된 도쿄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쇼핑 중심지 긴자 대로변은 평당 2,000만엔선으로 5년 전에 비해 20%가량 올랐다. 일부 중심지의 경우 호가가 평당 1억엔을 넘는 곳도 나타나 버블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의 공시 지가도 도쿄의 경우 주택지는 0.5%, 상업지는 0.6% 올라 1990년 이후 15년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외국인들은 주식 부동산 외에 골프장 호텔 등도 사들여 자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 외국계 자금과 잘 나가는 국내 대기업의 자금으로 자산 시장은 이미 제2 호황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장기 불황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도쿄 나고야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방에선 경기 호전을 실감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많다. 도쿄만 해도 돈이 많은 상류층만 호황을 실감하는 실정이다.

다츠바나키 도시아키 교토대 교수(일본경제학회 회장)는 “일본경제 회복세가 내년에도 지속되겠지만, 사회 계층의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경기 회복세는 뚜렷해 졌지만, 사회 양극화도 분명해지고 있는 게 일본의 현실이다.

자본주의화와 양극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