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의 세대 교체-노다 총리의 등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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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4) 민주당 대표가 8월 30일 제95대 일본 총리에 지명됐다.
노다 총리 지명자는 간사장 등 민주당의 핵심 인사를 단행한 뒤 본격적인 조각에 착수해 금주 중 새 내각을 발족할 방침이다. 노다 총리의 등장은 일본 정치의 세대 교체를 의미한다. 일부에서는 노다가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하고 ‘정치적’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단명 총리를 점치기도 하지만 기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노다 총리는 장수할 것이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능가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 지도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노다 총리의 개인적 퍼스낼리티는 물론 일본의 시대적 상황이 강력한 ‘총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영토분쟁 등 여러가지 정치,외교적 현안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노다 신임 총리는 54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총리가 됐다. 그는 대를 이어 의원직을 세습하거나 나이가 많은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진솔한 인간적 매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노다 총리가가 ‘귀족 정치’ 보다는 ‘서민 정치’를 시도하면서 장수 총리가 될 가능성을 높게 보는 배경이다.
노다 총리의 인생역정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노다 총리는 명문가 정치 집안에서 순탄하게 자라 대학을 졸업하고 대를 이어 정치인이 되는 일본의 주류 정치인들과 다른 삶을 살아왔다.
그는 가난한 서민 집안에서 태어났다. 지방의회 의원을 거쳐 36세에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나 두 번째 도전에선 105석차로 석패한 경험도 갖고 있다. 국회의원에 낙선한 뒤 4년 간 실직자 생활을 하면서 밑바닥 인생을 경험하기도 했다.우리가 노다 의원을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그가 일본에서 정치인 사관학교로 불리는 ‘마쓰시타정경숙’ 출신이기 때문이다. 마쓰시타정경숙 1기생인 노다 의원이 첫 총리가 됐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마쓰시타정경숙은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세습의원들이 판치는 일본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 만든 보수 정치인 양성기관이다. 노다 총리가 일본 개혁을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게 분명하다.
기자도 도쿄특파원 근무 시절 도쿄 인근에 있는 마쓰시타정경숙을 방문해 교정을 둘러보고 학교장을 인터뷰한 기억이 있다.마쓰시타정경숙 교정 곳곳에는 ‘일본 애국주의’를 심어주는 상징물들이 빼곡했다.4년 간 공부를 한 마쓰시타정경숙 졸업생이라면 ‘애국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노다 총리가 ‘강력한 일본 건설’에 나설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노다 총리가 ‘경제통’이란 점이다. 노다 총리는 총리로 선출되기 직전까지 간 나오토 정권에서 재무상을 역임했으며, 그 이전엔 재무차관을 지내는 등 누구보다도 경제에 밝다. 그는 일본 재계와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정치권과 경제계가 힘을 합칠 가능성이 높다.
노다 총리는 흔히 ‘20년 장기 침체’로 불리는 일본경제의 부활에 앞장설 게 분명하다. 노다 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증세’를 통한 ‘재정 건전화’를 외치고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국민들의 저항이 있다해도 일본경제 회복을 위해 할 일은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10년은 글로벌 격변의 시대다. 글로벌 경제가 불황기에 접어든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강력한 총리가 나타났다는 것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면 일본의 변화는 곧바로 한반도에 ‘쓰나미’로 닥쳐왔다.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이웃 강대국들의 지도자 교체가 예정돼 있다. 주요 강대국의 권력 교체기를 앞둔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해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