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대지진 1년 만에 살아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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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1년이 지난 일본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일본의 몰락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새해 들어 일본의 부활을 전하는 뉴스가 늘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가 그만큼 저력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달 말 출간 예정인 일본경제의 부활을 분석한 필자의 새책을 요약, 소개합니다.##
3.11 동일본대지진 1주년을 맞아 ‘일본’이 다시 지구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년이 지나도록 처참한 지진 피해 현장이 그대로 방치되고, 피해 복구가 지연되면서 일본 정부의 대응 능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또 한편에선 2만 명 이상의 사망, 실종자를 내고도 차분하게 대응하고, 사회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사회를 높이 평가는 외국인들도 많다.
‘일본 경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선 2000년 이후 한국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일부 업종에서 일본 기업과 대등해지면서 일본 기업과 일본 경제를 얕보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 일본에 대해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일본 경제는 몰락하고 있는가.” “일본 기업은 국제 경쟁력을 잃었는가.”필자의 대답은 ‘아니다(No)’이다.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의 고도 성장세가 꺾인 뒤 잃어버린 10년’‘잃어버린 20년’등의 분석도 많다. 일반인은 물론 상당수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도 일본 경제의 쇠퇴를 일반화하는 주장이 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자국 경제’의 침체를 기정 사실화하는 매스컴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20여년간 일본을 지켜본 필자의 관점으론 일본인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곤란한 점이 많다.
항상 자신을 낮추고, 최악의 미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하려는 일본인들의 ‘기질’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겸손한 자국 평가를 우리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일본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실체 이하로 과소평가해서도 안된다. 여러 면에서 일본과 격차가 있는 한국의 섣부른 ‘일본 저평가’는 ‘득’보다 ‘실’이 많다.
일본 경제는 아직 견고하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2010년 기준)는 4만1000달러 정도로 우리나라의 2배를 넘는다. 영국 HSBC은행은 국가별 경제규모에서 현재 3위인 일본이 오는 2050년에도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 초)
한 나라의 종합적인 경제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통화 가치’에서도 엔화는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 들어 엔화는 달러당 80엔 선을 맴돌고 있다. 원화에 대해서도 1400엔 선에 거래된다. 필자가 일본에서 근무하던 2000년대 중반 100엔 당 750원과 비교하면 엔화는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지진 1년 만인 새해 들어 일본 기업과 경제가 다시 경쟁력을 찾아가고 있다는 지표들도 많다. 지난해 상반기 대지진 직후 공장 가동률이 한때 50% 아래로 떨어졌던 도요타자동차는 2012년 1,2월 국내외 판매가 두자릿수 이상 늘어났다.
도요타는 미국 소비자 전문지인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2012년 ‘차급별 최고 모델’ 평가에서 총 10개 부문 중 5개를 석권했다. 도요타는 컨슈머리포트 4월호 발표 결과 ‘패밀리 세단’, ‘친환경차’, ‘패밀리 승합차’, ‘소형 SUV’, ‘패밀리 SUV’ 5개 차급에서 최고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단일 브랜드 가운데 최다 기록이며, 10년 만에 가장 좋은 평가다.
한때 파산 위기에 몰렸던 JAL(일본항공)은 2011년 하반기부터 정상을 되찾았고, 2011회계연도에 경이적인 순익을 냈다. 반도체, 전기전자 등 일부 업종에서 한국, 대만 등의 경쟁사에 밀리고 있지만 제조업 강국 일본전체가 약해진 것은 아니다. 세계 최강의 부품, 소재업 등 제조업이 떠받치는 일본 경제는 아직 건재하다.
글로벌 증시 침체 속에 일본 증시는 선전중이다. ‘바이재팬’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치솟고 있다. 2011년 말 8455로 마감했던 닛케이평균주가는 2월 말까지 14.9% 올랐다.
일본 경제의 강점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한국에 비해 앞서가고 있는 부문이 많은 만큼 일본과 대등해질 때까지 우리나라의 부족한 것을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일 뿐이다.
해외에서도 대지진 1주년을 계기로 일본 경제를 다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칼럼니스트이자 아시아지역 전문가인 이먼 핑글턴은 2월 말 뉴욕타임스(NYT)에 ‘일본의 실패는 신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요지는 ‘잃어버린 10년’ 또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용어 자체가 근거 없는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 같은 기간 미국 등 주요 선진국도 별다른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고, 거품붕괴 이후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던 일본 정부의 대응전략도 재평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핑클턴은 일본의 과거 20년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미국과 비교하는 방법을 썼다. 결론은 적지 않은 부분에서 오히려 일본이 미국보다 양호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과거는 실패가 아닌 성공의 스토리로 읽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경상수지를 꼽았다. 일본은 2010년에 196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20년 전인 1989년에 비해 세 배가량 불어났다. 외환보유액도 꾸준히 증가했다. 2011년 말 기준 1조2958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경상수지 적자가 990억 달러에서 4710억달러로 네 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실업률도 일본은 4%대 초반으로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필자는 한국경제신문사에 입사한 뒤 국제부 근무를 계기로 20여년간 일본과 일본 경제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이번 책에서 ‘잃어버린 20년’으로 지적받고 있는 장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일본 기업과 일본경제의 비결을 찾아봤다.
또 국경이 무너진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를 맞아 세계에서 가장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일 두나라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봤다. 양국간 정치, 역사적 이슈에 부딪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한일 FTA(자유무역협정)의 미래에 대해서도 정리해 봤다. /이상
이달 말 출간 예정인 일본경제의 부활을 분석한 필자의 새책을 요약, 소개합니다.##
3.11 동일본대지진 1주년을 맞아 ‘일본’이 다시 지구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년이 지나도록 처참한 지진 피해 현장이 그대로 방치되고, 피해 복구가 지연되면서 일본 정부의 대응 능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또 한편에선 2만 명 이상의 사망, 실종자를 내고도 차분하게 대응하고, 사회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사회를 높이 평가는 외국인들도 많다.
‘일본 경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선 2000년 이후 한국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일부 업종에서 일본 기업과 대등해지면서 일본 기업과 일본 경제를 얕보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 일본에 대해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일본 경제는 몰락하고 있는가.” “일본 기업은 국제 경쟁력을 잃었는가.”필자의 대답은 ‘아니다(No)’이다.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의 고도 성장세가 꺾인 뒤 잃어버린 10년’‘잃어버린 20년’등의 분석도 많다. 일반인은 물론 상당수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도 일본 경제의 쇠퇴를 일반화하는 주장이 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자국 경제’의 침체를 기정 사실화하는 매스컴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20여년간 일본을 지켜본 필자의 관점으론 일본인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곤란한 점이 많다.
항상 자신을 낮추고, 최악의 미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하려는 일본인들의 ‘기질’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겸손한 자국 평가를 우리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일본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실체 이하로 과소평가해서도 안된다. 여러 면에서 일본과 격차가 있는 한국의 섣부른 ‘일본 저평가’는 ‘득’보다 ‘실’이 많다.
일본 경제는 아직 견고하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2010년 기준)는 4만1000달러 정도로 우리나라의 2배를 넘는다. 영국 HSBC은행은 국가별 경제규모에서 현재 3위인 일본이 오는 2050년에도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 초)
한 나라의 종합적인 경제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통화 가치’에서도 엔화는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 들어 엔화는 달러당 80엔 선을 맴돌고 있다. 원화에 대해서도 1400엔 선에 거래된다. 필자가 일본에서 근무하던 2000년대 중반 100엔 당 750원과 비교하면 엔화는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지진 1년 만인 새해 들어 일본 기업과 경제가 다시 경쟁력을 찾아가고 있다는 지표들도 많다. 지난해 상반기 대지진 직후 공장 가동률이 한때 50% 아래로 떨어졌던 도요타자동차는 2012년 1,2월 국내외 판매가 두자릿수 이상 늘어났다.
도요타는 미국 소비자 전문지인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2012년 ‘차급별 최고 모델’ 평가에서 총 10개 부문 중 5개를 석권했다. 도요타는 컨슈머리포트 4월호 발표 결과 ‘패밀리 세단’, ‘친환경차’, ‘패밀리 승합차’, ‘소형 SUV’, ‘패밀리 SUV’ 5개 차급에서 최고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단일 브랜드 가운데 최다 기록이며, 10년 만에 가장 좋은 평가다.
한때 파산 위기에 몰렸던 JAL(일본항공)은 2011년 하반기부터 정상을 되찾았고, 2011회계연도에 경이적인 순익을 냈다. 반도체, 전기전자 등 일부 업종에서 한국, 대만 등의 경쟁사에 밀리고 있지만 제조업 강국 일본전체가 약해진 것은 아니다. 세계 최강의 부품, 소재업 등 제조업이 떠받치는 일본 경제는 아직 건재하다.
글로벌 증시 침체 속에 일본 증시는 선전중이다. ‘바이재팬’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치솟고 있다. 2011년 말 8455로 마감했던 닛케이평균주가는 2월 말까지 14.9% 올랐다.
일본 경제의 강점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한국에 비해 앞서가고 있는 부문이 많은 만큼 일본과 대등해질 때까지 우리나라의 부족한 것을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일 뿐이다.
해외에서도 대지진 1주년을 계기로 일본 경제를 다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칼럼니스트이자 아시아지역 전문가인 이먼 핑글턴은 2월 말 뉴욕타임스(NYT)에 ‘일본의 실패는 신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요지는 ‘잃어버린 10년’ 또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용어 자체가 근거 없는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 같은 기간 미국 등 주요 선진국도 별다른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고, 거품붕괴 이후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던 일본 정부의 대응전략도 재평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핑클턴은 일본의 과거 20년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미국과 비교하는 방법을 썼다. 결론은 적지 않은 부분에서 오히려 일본이 미국보다 양호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과거는 실패가 아닌 성공의 스토리로 읽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경상수지를 꼽았다. 일본은 2010년에 196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20년 전인 1989년에 비해 세 배가량 불어났다. 외환보유액도 꾸준히 증가했다. 2011년 말 기준 1조2958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경상수지 적자가 990억 달러에서 4710억달러로 네 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실업률도 일본은 4%대 초반으로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필자는 한국경제신문사에 입사한 뒤 국제부 근무를 계기로 20여년간 일본과 일본 경제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이번 책에서 ‘잃어버린 20년’으로 지적받고 있는 장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일본 기업과 일본경제의 비결을 찾아봤다.
또 국경이 무너진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를 맞아 세계에서 가장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일 두나라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봤다. 양국간 정치, 역사적 이슈에 부딪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한일 FTA(자유무역협정)의 미래에 대해서도 정리해 봤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