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以熱治熱)은 옛말이다.

연일 찜통 더위…… 정말 덥다. 어쩌다 게릴라성 호우는 얄밉게도 주말과 휴일에만 훑고 사라진다. 지구 온난화 진행으로 앞으로 여름은 더욱 더워진다더니 그말이 맞는가 보다.
이런 불볕더위에 혹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을까? 미치지 않고서야……. 더위를 더위로 잡으려다 더위 먹겠다.

앞으로 ‘열에는 열로서 다스린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은 고사성어에서 좀 빠져주었으면 한다. 나에게는 화를 화로서 다스린다는 말로도 들리고, 눌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더욱 강한 압박을 가하여 제압하려는 못된(?)의지로 보인다.
이열치열방식으로 정책집행이나 경영하다가 성공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 지극히 무데뽀적 방식이 이열치열 방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열치열은 섣부른 객기연출이요 결국 어설픈 ‘꼬장부리기’로 끝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적당히 참을 줄도 알고 고분고분 따라줄 필요도 있고 한없이 자세를 낮출 수도 있어야 한다. 상대의 자극에 대해 강한 반응으로 튕겨져 오르는 것이 무슨 영웅 심리라도 되는 것처럼 센척하지 않도록 하자. 그럼 아예 꼼짝 못할 정도로 세게 나가든지. 센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센 것도 아닌 뜨뜻미지근한 이열치열은 옛 곡식창고에나 집어 쳐 넣어라.
북한의 조준 사격이 무서워 큰 예산을 들여 설치한 대북 심리전 확성기를 장식으로 만들고 중국을 의식하여 긴장지역 서해가 아닌 동해에서 한미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그저 만만한 국민들에게만 큰소리 치고 각종 규제로 옭아매면서 글로벌 국제사회 외교전에서는 할 말도 못하고 스스로가 정한 일정한 틀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게 과연 진정한 이열치열인가?

물론 무더위에 관한한 이열치열은 참으로 잘 실천하고 있다. 칭찬이 아닌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를 정도로 잘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청사에 가 보았더니 에너지를 절약한다고 실내 에어콘 온도를 28도 이상시에만 가동시키고 있었다. 에어콘 자체를 그 온도이상에서만 반응하게 해 놓았으니 쓸데없이 사소한 데는 엄청나게 치밀하다. 거의 찜통 사무실이다. 오죽하면, 더위에 견디다 못한 공무원들이 집에서 선풍기까지 가져와서 돌리고 있을까. 더워서 일을 못할 지경이고 직원들의 사기와 효율이 나지 않는데 무슨 대단한 절감운동 운운하며 거기에 이열치열을 갖다 붙이고 있으니 한심작태가 아닐 수 없다.

과학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 지면서 아무리 덥고 춥더라도 이를 얼마든지 쾌적하게 이겨낼 수 있는 수단이 생겼거늘 이러한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 즐기기는 커녕 복고풍 이열치열이 웬말인가? 그렇게 해서 더위다운 더위를 나고 몇 푼 아꼈다면 누가 상이라도 주는가? 살림살이가 크게 나아지는가? 직원들은 더위와 싸워 거둔 값진 성과가 눈물겨운 추억이라고 여기고 더욱 고객들을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을 갖게 된단 말인가?아서라…… 치워라…….. 자고로 더운 여름일 수록 시원하게 나야 한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말이 그리 좋으면 한증막 또는 찜질방으로 피서를 가든가 아니면 한여름에 군불이라도 때고 살도록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