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소수자’의 친구가 될 수 있는가?

6월 8일 서울 신촌 일대에서 ‘성소수자’ 축제인 <퀴어(queer)문화 축제>가 열렸다.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를 주제로 지난 2000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15회째라고 한다. 사실 나도 상당히 보수적이고 또 다분히 이기적인 성향이 있어서 나의 가치에 반하는 사회현상을 접할 때면 많은 부분 문화적 충격을 경험한다. 그런데 모 세미나에서 맞닥뜨리게 된 성소수자협회 대표와의 만남은 내 머리를 상당히 혼란스럽게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나는 내가 알고 있고 내가 판단하고 있던 어떤 가치 기준을 계속해서 재 정립시켜야만 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가 하는 말을 이해 할 수가 없었고 듣고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가 그들의 처절한 현실에 관한 것이었으며 그들이 고통스럽게 감내해야할 뼈아픈 고뇌요, 거짓 없는 삶의 모습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들은 통념적 이해관계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다분히 혐오스럽고, 불경스러우며, 입에 담는 것조차 기분 나쁘게 보이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자신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잘 안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겨운 것은 자신을 낳아 준 부모조차 자신들을 벌레 보듯 하며, 가족들과 단절되어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참아내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차라리 이러한 감정적이고 정신적인 문제는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당장 경험하게 되는 경제적 빈곤이며, 이 빈곤은 난민(難民)들의 그것 이상이라고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인해 우리나라 그 어느 곳에서도 직장을 구 할 수가 없고, 자신들을 제외한 그 어떤 사람들과의 관계도 형성할 수 없으며, 대한민국에서 부여하는 어떤 해택에서도 모두 제외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현실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즈음 되면 우리는 한 가지 의문에 도달한다. ‘그럼 그렇게 살지 않으면 되지 않나?’ 그런데 그들은 이야기 한다. 지금의 삶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라고. 자신들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그 무엇 때문에 지금의 삶을 떠날 수 없다고 한다. 실제로 많은 성소수자들은 사회 통념이 인정하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보려고 이성을 만나기도 하고 현재의 삶을 떠나 혼자 살아보기도 하지만 더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다시 돌아오거나 패인처럼 죽지 못해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세상에 그 어떤 사람이 사회적 질타를 받으며 살고 싶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이 무슨 성적 노예도 아니며 동성을 좋아한다는 사실 외에는 모든 사고가 지극히 일반적이며 다른 그 어떤 관념이나 생활의 가치 기준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사회에서도 외도(外道)를 하며 법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한 관계지만 이혼도 하고 재혼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표는 질문했다. “동성을 좋아하는 것이 죄입니까?”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이 있다. 그것이 사회적 규범에 의해서 형성된 통념이던, 공동체적 문화의 관념으로 인해 형성된 집단 무의식의 발로이든,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을 무의식적으로 답습하고 정당화 시켜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는 정도 외의 이율배반적인 그 무엇을 용납하지 못하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배척한다. 우리의 사고는 이미 그것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관념을 사실처럼 우리 사고에 고착시켰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다국적, 다문화, 다중 적 가치를 경험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진정으로 ‘더불어 사는 삶’이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꼭 그것이 성소수자의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자신이 수용할 수 없는 그 어떤 가치, 기존의 사회. 문화적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그 무엇에 대한 가치들에 관하여… 국가는 이미 우리가 수용하지 못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차별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의 ‘평등권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 된다”고 명기해 두었다. 굳이 이 문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제 고착된 사고의 틀을 깨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나 아닌, 우리 아닌, 그 누구의 삶이 우리와 다르다고 무시당하거나 거부당하거나 방치되는 것에 우리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무시하거나 방임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들의 인권이 심지어 동물의 그것보다 못한 것일까? 그들이 소수이고 힘이 없다는 이유로 그들의 삶이 무시당해도 될까? 그래도 이 땅에 함께 숨 쉬고 사는 다 같은 인간인데 최소한의 생계는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 다른 우리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