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정선기념관에서 만난 사람

겸재정선은 조선후기의 화가로 겸재 이전의 미술이 중국화풍을 모방한 관념적이었던 것에 반해 금강산과 영남권 등을 직접 여행하여 우리의 산수에서 그림의 소재를 얻었다. 또한 실제 산수를 그대로 화폭에 옮기는 실경을 넘어 성리학적 이상향을 담은 진경산수화의 창시자이며 확립자이다.

위 그림은 겸재정선이 그의 재능을 사랑한 영조대왕의 배려로 한강변에 위치한 양천현아(서울시 강서구)의 현령으로 재임할 때 모두 퇴근한 후 관사가 적막에 쌓여있는 정취를 담은 <양천현아>라는 작품이다. 이 그림을 보면 겸재정선이 미술교과서에 나오는 거장만이 아닌 희노애락의 감정을 가진 우리와 비슷한 사람인 것을 느낄 수 있다.
겸재정선기념관은 정선이 한강변의 양천현아 현령으로 5년동안 근무하며 <선유봉><압구정> 등 한강 부근 풍경을 그린 ‘경교명승첩’과 ‘양천팔경집’ 등을 남긴 것을 기념해 양천현아의 옛터인 궁산 기슭에 2009년 개관했다.
겸재의 진품들은 오늘날까지 400점 가까이 고스란이 전해지고 있으나 대부분 성북동의 간송미술관이나 국립미술관 등이 보관하고 다른 그림들은 여러곳이 조금씩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서울 안국동에서 출생해 84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의 삶의 궤적과 작품세계가 대부분 재현되 있고 일부는 첨단미디어 기술로 재구성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몰락한 사대부의 자손으로 태어난 겸재가 학문이 아닌 미술 재능을 통해 직업적 화가로 지방관청의 관리를 겸직하며 평생을 거쳐 자신의 작품세계를 어떻게 만들고 키워나갔는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들을 만날 수 있게된다.
겸재정선은 일찍부터 그림으로 유명세를 타 사방에서 주문이 쇄도하였고 84세에 작고하기 전 82세까지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였으며 그가 사용한 붓자루가 무덤을 이룰정도였다고 한다. 그의 그림은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아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었다고 한다.
금강전도

<인왕제색도><금강전도>등 그의 수작들 대부분 노년에 완성된 것임에도 힘찬 붓의 움직임과 기운이 그대로 느껴져 삶과 인생에 대한 겸재의 열정과 태도를 짐작하게 한다.
누구라도 태어남과 동시에 스스로 인생의 폭과 넓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지만 대분분의 사람들이 혼란속에 살아가는데 반해 일찍부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84세로 세상을 마감하기까지 화가로서 일관된 삶을 살며 수 많은 작품들을 남긴 겸재정선을 통해 의미있는 삶의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뜻이 깊으면 나이가 많아도 후세까지 진한 감흥을 전달할 수 있는 창작활동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겸재정선을 통해 시대는 달라도 인생의 근본은 크게 변하지 않음을 생각하게 된다.
올 봄에 시간되는 분들은 겸재정선기념관 꼭 한번 가보실 것을 강추합니다. 주변에 양천향교 등 다른 역사적 기념물들이 있어 볼거리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