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이끈 경기…내년은 10%대 성장 전망

출처 : 한경닷컴 > 뉴스 > 경제/금융

일자 : 2009년 11월 29일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세계 경기침체 속에 2009년 올해 한국 경제를 이끈 것은 단연 수출이었다.



한국 역시 지난해보다 수출액 자체는 14%가량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었지만, 여타 선진국이나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탁월한 성적표를 내면서 경기회복을 주도하는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아울러 400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무역흑자는 연초 한때 ‘제2 환란’ 우려까지 낳으며 요동치던 금융시장을 진정시키는데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 ‘불황형 무역’속 사상최대 흑자. 세계 9위 예상 = 달러화를 기준으로 본 올해 수출입 실적을 평가하면 1998년 이후 11년만에 나타난 ‘불황형 흑자’였다. 수출이 딱히 호조라고 보기는 어렵고 경기가 워낙 어렵다보니 수입 수요가 급감해 대폭의 흑자를 냈다는 이야기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7% 줄어든 2천940억 달러, 수입이 31.5% 감소한 2천602억 달러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원화 약세가 달러표시 가격을 낮춘 덕에 수출물량이 늘어난데 힘입어 원화표시 수출액도 올해 들어 9월까지 340조1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9% 증가했다. 달러화 표시로도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수출 감소율이 가장 낮았고 특히 6월부터는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한 ‘세계의 공장’ 중국보다도 낮은 수출 감소율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를 능가하는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세계 각지에서 한국 상품의 점유율이 늘어난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한국의 올해 수출은 3천620억 달러로, 지난해 12위였던 세계 수출순위에서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을 제치고 처음 9위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수입은 작년보다 26.3% 줄어든 3천210억 달러로 예상되고 있어 무역흑자는 ‘불황형 흑자’의 원조였던 1998년(390억 달러)보다 더 큰 40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협 국제무역연구원은 “세계 경기의 회복세 전환과 자원부국들의 수입수요 확대 등으로 내년 수출은 두자릿수 증가율로 복귀할 전망”이라며 내년 수출을 올해보다 13.3% 늘어난 4천100억 달러선으로 예측했다.





책 제목 : SERI 전망 2009

지은이 : 권순우, 전영재외



2009년 한국의 경상수지는 균형수준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이 급감하는 반면(2008년대비 3.2% 증가)하는 반면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과 국내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로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둔화(0%증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보이고 있는 서비스 수지도 환율 상승 및 내수 부진에 따라 적자폭이 줄어 전반적인 경상수지는 21억 달러 내외의 흑자를 보일 것이다. 이러한 경상수지 개서는 외화 유동성을 호전시켜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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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주 지적받는 것중의 하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글투이다.



그런데 나만 그런 걸까?

내가 좀 정도가 심하기는 하지만, 세상을 될수록이면 낙관적으로 보자는 사람은 많다. 이 기사를 낸 국제무역연구원이나, SERI 전망 2009를 낸 저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사실 우리나라가 10대 수출국에 들어갔다고 하나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워낙에 나빠진 상황에서 우리가 그나마 덜 나빠졌기 때문에 10대 수출강국에 들었다. 물론 그 것도 실력인 것은 분명하다. 주요 수출국들의 전년대비 수출감소 비율이 30%내외인 데 우리는 고작 20%만 줄었다. 그게 어딘가? 학교 식으로 따지면 점수는 줄었지만, 석차는 높아진 셈이다. 경쟁력이 그만큼 강해졌고, 실제로 앞으로는 더 잘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SERI 2009는 전망이 많이 틀리기는 했다. 무역수지가 균형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말은 적자폭이 많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적자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런데 무려 400억불의 흑자를 냈다. 경제학자들의 잘못된 예측이 어제 오늘이 아니기는 하지만, 이런 잘못은 얼마든지 ‘권장할 만한 오류’이다. 그들도 무역연구원처럼 금년 경제상황을 그리 밝게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인이야 어떻든 경상수지는 흑자를 낼 것이고 환율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긍정적인 결론을 내었다.



우리는 항상 예측보다 잘 해왔다. (거의 모든 경제연구소가 그랬던 것처럼) SERI에서 무역수지가 적자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적자 폭을 줄이는 것을 훨씬 뛰어넘은 400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현장에서 뛰는 기업가들은 ‘합리적으로 계산된 이론적 예상치보다’ 훨씬 더 돌파력있게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선진국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유일하게 국제적으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뀐 나라도 ‘한국’뿐이다.



내년이라고 해서 갑자기 전 세계의 경제규모가 금융위기 이전수준으로 회복할 만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오히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다고 우리까지 같이 줄어들 필요는 없다. 남이 가난해진다고 해서 양심상 같이 가난해져야지 하고 맘먹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잘해왔고, 더 잘할 것이다.’

요즘들어 자주 써먹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