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하는 생각은 느리고 좁다

혼자하는 생각은 느리고 좁다

한 때는 시저나 이순신같은 영웅처럼 살고 싶은 때도 있었다.
한 때는 김삿갓처럼 살고 싶은 때가 있었다.
한 때는 파일럿이 되어 하늘을 날아다니며 살려도 한 때도 있었다.

그런데 하늘은 나보고 적당이 월급이나 받으면서 살라고 했다.
난 거절했다. 하늘은 다시 타협안을 냈다. 나도 동의했다.


정주영같은 김삿갓이 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혼자 움직여서는 결코 사장같은 사장이 될 수없었다. 하늘도 스스로의 오류를 인정하고 다시 바꾸었다. 김삿갓같은 정주영이 되기로 하였다. 일단 회사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두면서 삶을 즐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과의 협력이 절대로 필요했다. 일단 직원을 채용했다. 혼자서 김삿갓처럼 일을 할 때보다 무려 10배는 더하는 것같았다. 때로는 말대꾸하고 자기 멋대로 하는 직원이 밉기도 했지만, 전혀 틀린 말은 하지 않기 때문에 나의 업무 추진방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주기도 해서 좋았다.

조지 길더가 지은 ‘텔레코즘’에 보면 3가지법칙이 나온다.
– 무어의 법칙 : 컴퓨터의 저장용량이 매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
– 맥칼프의 법칙 : 네트워크의 가치는 네트워크 구성원의 제곱에 비례한다
– 길더의 법칙 : 광섬유의 대역폭은 12개월마다 3배씩 증가한다는 내용이다

난 이게 꼭 디지털시대에만 통하는 게 아니라 조직을 갖춘 회사에도 적용된다고 생각된다. 조직내에서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때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회사를 독립해서 10년을 혼자 일하고 5년은 직원을 두고 일하였다. 그런데 단 한 명의 직원이라도 두니까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제곱에 제곱으로 늘어나는 것 같았다. 우선 사무실을 내가 나왔을 때 일단 사무적인 일은 스톱이 된다. 아무리 아이폰이나 넷북을 사용해서 모바일 오피스를 한다고 해도 내가 누군가를 만나는 동안, 이동하는 동안은 일이 멈추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직원이 있으면 그 일을 대신해준다. 그래서 일은 여전히 진행된다. 또한 수시로 의견을 나눌 수있다. 내가 아무리 똑똑한 제갈공명이라도 남들과 협력하고 생각의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난 혼자 일하면서 내가 ‘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위의 그림처럼 혼자일 때는 그냥 점 하나일 뿐이지만, 직원이 하나라도 있으면 선으로 이어지고, 선이 많아지면 여러개의 경우의 수를 엮어낸 연결고리들이 생겨나고, 면적이 생긴다. 벌써 세상에서 차지하는 크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가능하면 많은 직선을 고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사람이 많으면 문제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약간 많은 인원을 고용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직원들도 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여유있게 자기 생각을 만들어갈 수있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생각의 폭과 깊이를 넓힐 수있다. 하지만 책을 통한 간접경혐은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그 것은 바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은 무한대로 나갈 수있지만, 실감이 날 때는 책에서 읽는 내용을 손으로 써서 정리할 때 약간 날 뿐이다. 누군가를 만나 아이디어를 나눌 때는 금방 무슨 일이라도 낼 것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서로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이디어에 아이디어가 꼬리를 물고 나온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바로 그 자리에서 채택할지, 버릴지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혼자서 하는 아이디어 구상이란 도대체 검증이 어렵다. 그럴 때 아이디어가 났을 때는 바로 그 자리에서 실행하기 보다는 한동안 ‘뜸’을 들이면서 검토를 해야한다.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내 일을 잘 모르니 ‘상대’역시 뜬 구름 잡는 말만 한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글을 써서 먹고사는 작가라면 혼자 일을 하는 게 좋을지 모르지만, 뭔가 일을 만들어가야 하는 사장이라면 될수록이면 혼자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혼자 생각하는 것은 아무리 깊게 생각해도 2-3명이 따져본 것보다 헛점이 많다. 여럿이 생각을 내는 것이 혼자의 생각보다 값어치가 높다는 것은 생각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나와 생각을 검증해 줄 직원, 나를 이해해줄 직원, 나에게 새로운 생각을 공급해줄 직원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사업의 속도를 빨리하는 지름길이다. 혼자하는 생각은 아무리해도 느리고 좁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