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경쟁력이다] (124) 트럼프 대통령과 앵커링효과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5배 증액을 요구했다. 현재 1조 원 정도를 5~6조 원으로 올려달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이것은 협상이나 세계관과 관련 17권의 책을 쓰고, 책의 내용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비즈니스 협상 전문가인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가격대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때, 처음에 고가 상품을 먼저 보여준 후, 그다음에 다소 저렴한 상품을 보여주면 고객은 이 상품이 싸게 느껴지기 때문에 구매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고가의 주요 상품을 구매한 고객한테 그 상품의 보완재에 해당하는 저렴한 상품의 구매를 권유하면 대부분 구매를 결정할 확률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고가의 차량을 구매하기로 결정한 직후, 차량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내비게이션이나 블랙박스 등을 제안하면, 가격이 아주 저렴하게 느껴져서 쉽게 구매를 결정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을 5~6조로 높게 제시한 것도 바로 이런 심리를 이용한 협상전략이다. 이것을 앵커링효과라고 한다.앵커링효과(Anchoring Effect)란 먼저 제시한 숫자, 사물이 기준점이 되어 그 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즉, 비즈니스를 할 때 나에게 유리한 가격을 먼저 제시하면 제시한 가격이 협상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일부러 높은 가격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다.

협상의 귀재라는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이 엥커링효과를 잘 활용하여 사업가로서 큰돈을 벌었고, 주변국들과의 정치협상에서도 이 엥커링효과를 자주 이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식당 메뉴판 첫 페이지에 8만 원, 그다음 페이지에 4만 원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면 4만 원이 실제 싼 가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주 적절한 가격인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특히, 앵커링효과는 제품에 대한 정보나 기준 가격이 없을 때, 더 큰 효과가 있다.
최초 개념의 신제품을 출시할 때, 기준이 되는 시장 가격이 없기 때문에 높은 마진의 고가로 출시해도 가격저항이 별로 없다. 애플은 이런 전략으로 경쟁 대비 높은 이익률을 확보해 왔다

엥커리효과와 더불어 타협효과(Compromise  effect)라는게 있다. 중간을 선호하는 심리 효과를 말한다. 예를 들어 15만 원, 10만 원, 5만 원짜리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면 사람들은 10만 원짜리를 구매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회사에서는 특별히 10만 원짜리 상품의 마진율을 높게 책정해 많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이밖에도 처음에 어떤 기준선을 두어 소비자 선택이 달라지게 하는 앵커링효과를 이용, 판매성과를 높일 수도 있다. 정가 20,000원인데, ‘X’ 표시를 하고, 15,000원에 할인해서 판다고 하면 판매가 늘어난다. 먼저 제시한 가격이 인상적인 기준점이 되어 그 후의 할인 가격을 싸게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앵커리효과를 더 크게 느끼게 하기 위해 압박수단을 사용하기도 한다. 먼저 기준가격을 제시하고서 상대가 수용하지 않으면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방위비 분담금을 수용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흘리는 것도 마찬가지 압박이다.

하지만 제시한 방위비를 수용하지 않는다고해서 주한미군이 철수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주한미군의 철수여부는 주한미군이 미국 이익에 부합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한 판단기준이지, 방위비를 더 받고 덜받고가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방위비를 올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면 그것은 미군을 돈벌이 수단의 용병으로 여기는거나 다름이 없는 것이고, 그것은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 자존심에도 맞지 않은 결정이 된다. 즉, 주한미군 철수를 흘리는 것은 앵커링효과를 위한 압박수단이다. 따라서 국내 여론이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 협상팀만 어렵게 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마케팅 자원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이런 앵커리효과를 잘 활용하면 별도의 자원 투자 없이도 거래 협상이나 판매에서 상당히 유리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다음 장에서 중소기업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마케팅 방법을 소개하겠다.

나종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