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왜 하죠?"…이 질문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문구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여성단체에 문구 사용을 불허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단체들은 "유권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3일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은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와 부산시 시장을 다시 뽑아야 하는 이유는 두 광역자치단체장이 성폭력 가해자이기 때문이다"라며 "이 당연한 사실을 알리는 일조차 선거법 위반인가"라고 성토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문구를 사용하며 캠페인을 진행하기 위해 서울시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선관위는 시설물설치 등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90조에 따라 해당 문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 단체는 대신 '우리는 성평등에 투표한다', '우리는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문구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선관위가 사용불가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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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측은 "선관위는 이해할 수 없는 유권해석을 멈추고, 시민의 자유로운 정치 참여를 막지 말라"고 비판했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불가피한 이유가 아닌 불의한 이유로 이번 재보궐 선거가 열리게 됐다"며 "서울·부산 시민들은 570억9900만원, 253억3800만원씩 나가지 않아도 될 세금을 사용하게 됐다. '재보궐은 왜?'라는 질문이 이번 선거를 맞이한 모든 시민에게 지나칠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단비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활동가는 "성평등이라는 너무나 자명하고 우리 사회의 보편적 요구이자 인권인 단어가 특정 정당을 떠올리도록 한다면, 그건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성평등을 정치적 도구로 만든 정당과 후보자들의 문제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궐선거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조차 하지 못하고, 성평등이라는 단어마저 사용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나"라고 덧붙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