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지구가 멈추는 날!

<프롤로그>
우리는 지구촌이라는 마을에 흩어져 사는 공동체이다. 하지만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세계 지도자들은 서로를 헐뜯으며 영토와 경제전쟁을 일삼는다. 그러다가 최근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로 국경이라는 허들이 무의미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국가 간 지구촌 협력이 절실함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거대 국가의 리더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인기를 위해 가짜뉴스와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체 또 다른 위기의 시점으로 회귀하려고 한다. 영화<지구가 멈추는 날(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2008>에서는 냉전 시대의 핵전쟁 테마를 인류의 지구 환경에 대한 현재의 문제로 대체하고, 외계인의 지구 파견을 통해 인간 행동을 선하게 바꾸거나 환경 재해의 주범인 인간을 지구에서 근절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선택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도 두렵지만, 세계가 보유하고 있는 핵폭탄이 터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공포는 이루 상상할 수조차 없다. 바이러스의 교훈을 통해 지구촌 사람들이 선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이 영원히 지속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영화 줄거리 요약>
우주 생물학자이자 프린스턴대 교수인 ‘헬렌(제니퍼 코렌리 분)’은 의붓아들 ‘제이콥’과 단둘이 살아가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정부 기관의 사람들에게 이끌려 어딘가로 가게 된다. 도착한 NASA(미항공우주국)에서 그녀가 알게 된 사실은 바로 미확인 물체가 초속 3천만 미터의 엄청난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해 온다는 것이다. 이 물체가 지구와 충돌할 시, 지구는 한 줌의 재처럼 우주에서 사라지게 된다. 남은 시간은 단 78분! 하지만 충돌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속력을 줄이고 센트럴 파크에 안착한 물체의 출현에 정부는 혼란에 빠지고, 그곳에서 걸어 나온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군대가 쏜 총탄에도 불구하고 6시간 만에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한 외계인 ‘클라투(키아누 리브스 분)’는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위해 세계 정상들과의 회담을 요청하지만, 그를 위험 존재로 간주한 미국 정부는 그 요청을 거절한다. 그의 방문 목적을 캐내려는 정부 기관의 노력 속에 ‘헬렌’은 직감적으로 그를 구해야 한다 생각하고, 그의 탈출을 돕는다. 탈출에 성공한 ‘클라투’와 ‘헬렌’, 그리고 ‘제이콥’은 정부의 추적을 피해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헬렌’은 ‘클라투’가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인류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의 경고를 무시한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류를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이 시작된다.
<관전 포인트>
A. 외계인들이 지구를 방문한 이유는?
외계인 클라투는 자신은 여러 문명을 대표해서 왔다고 밝히면서 UN에서 세계 각국의 리더들에게 자신의 의견(경고)을 발표하려고 하지만 국방부 장관에게 무시당하고 난 뒤, 헬렌 박사에게 “지구는 죽어가고 있소, 인간이 죽이고 있어요. 인간이 죽으면 지구는 살게 되오”라고 얘기하자, 헬렌은 “우린 바뀔 수 있어요. 변화를 줄 수 있어요. 늦지 않았다고요!”라고 재기의 기회를 호소하자, “우리는 지켜보았고 기다렸소, 당신들이 바뀌기를 바라면서. 한 종족을 살리고자 지구를 죽일 순 없소. 결정은 내려졌소. 이미 일은 시작됐소”라고 선언한다. 클라투는 이미 중국인으로 위장해서 사는 외계인을 통해 “지구인들은 비록 선한 면도 있지만, 파괴적이고 변하지 않을 것”을 확인한 상태였다.

B. 영화에서 지구촌 리더들의 문제는?
지구촌의 리더들은 자신이 직접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고 소수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는 관료주의 모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 관료주의 의사결정 모델이 소통 없는 조직의 복원력과 창의성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만다. 영화에서도 미국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을 통해 지구 멸망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국방부 장관은 상황에 맞는 시의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역사적으로 2개 문명이 충돌하면 미개 문명은 멸망하거나 노예로 전락한다”고 예단 후 군대를 동원하여 외계생명체를 공격하려고 한다. 미래의 리더십은 통제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직을 더 작은 조직으로 쪼개서 현장을 아는 직원들에게 힘을 더 지원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를 분산하고 실제 운영조직에 대한 권한위임으로 조직의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 최근 코로나 사태에서 보여준 미국과 중국의 리더들의 이기주의와 책임전가형 리더십이 계속된다면 향후 지구에 다시 위기가 찾아왔을 때 큰 파멸이 예상된다.

C. 외계의 거대로봇을 태워버리려고 하자 나타난 현상은?
외계 로봇을 체포하여 태워버리려 하자 검은 가루(벌레)를 내뿜으며 세계 전역으로 퍼지며 모든 것을 녹여 버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지구의 종말이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계생명체들은 세계 주요국에서 노아의 방주 같은 둥근 구체를 이용하여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동물들을 삼켜서 지구 밖으로 내보내고 남은 인간들을 몰살할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한다.D. 마지막에 외계인이 마음을 바꾼 이유는?
헬렌 박사의 어린 양아들 제이콥은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전사 후 묻힌 묘지로 외계인을 데리고 가서 초능력으로 살려달라고 부탁하지만, 외계인은 자신의 능력으로는 할 수 없음을 얘기한다. 처음으로 헬렌의 품에 안겨 그동안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아빠가 날 혼자 두고 갔어요”라며 그동안 삐뚤게 군 자신의 행동을 진심으로 사과하자, 헬렌은 “아버지는 네 안에 영원히 살아계신다며” 위로하는 모습에서, 클라투는 인간에게도 파괴적이고 이기적인 면 이외에 바흐와 같은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서로 용서하는 노력을 하는 선한 면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자신들의 문명도 한때 큰 위기(태양이 죽어가서 진화해야만 했던 과거)를 극복하고 살아남았듯이, 인류 또한 이번의 계기로  성찰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마음을 바꾸어 지구를 파멸시키던 외계종족들에게 “클라투 바라다 닉토!”라는 공격 중지 명령을 내리고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지구를 떠나게 된다.

E. 외계인을 설득하기 위해 헬렌 박사가 데려간 곳은?
지구의 진정한 리더를 만나고 싶어 하던 클라투를 데리고 찾아간 ‘생물학적 이타주의’로 노벨상을 받은 학자는 “역사적으로 인류는 벼랑에 몰려야만 변화를 받아들였다. 인간 스스로가 해답을 찾아내도록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지만, 클라투는 “인간은 변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고, 파괴적인 인간 본성을 제가 바꿀 수는 없다”라며 거부한다. 하지만 제이콥의 신고로 클라투가 쫓기자, 학자는 헬렌에게 “그의 마음을 돌려놓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라며 최후의 부탁을 한다.

F. 이 영화 같이 외계와의 협력에 대해 강조한 영화는?
@< 콘택트(Contact), 1997>:베가성(직녀성)과의 교신을 통해 은하계를 왕래할 수 있는 운송수단의 설계도를 통해 외계와의 여행을 실행하려는 앨리 박사(조디 포스터 분)의 환상적인 스토리 @< 컨택트(Arrival), 2016>:지구를 돕기 위해 찾아온 외계 생명체와 무작정 싸우려는 호전적인 국가 지도자들을 대신하여 평화로운 소통을 통한 협력을 시도하는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분)의 분투를 그린 영화로 < 인터스텔라>의 문과판 버전으로 “전쟁을 하면 그 누구도 승자가 없다. 다만 미망인만 생길 뿐”이라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에필로그>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 지구의 가장 큰 환경 위협은 공장 매연과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미세먼지 습격이었다. 그래서 중국은 석탄 등 화석연료를 일시적으로 제한하자 환경은 좋아졌지만, 경제침체로 다시 공장가동율을 높이자 미세먼지는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디젤게이트 문제를 해결하려고 규제를 강화하고 전기자동차나 수소차를 개발하기도 하였지만, 자동차 회사와 국가 간의 이기주의로 발전속도는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엄청난 변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격하면서 기존의 환경 문제 해결 노력은 주춤해졌다. 바이러스의 위협이나 미세먼지 그리고 핵폭탄의 위협은 모두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진 재난이고 지구의 종말을 가져올 무서운 위험이다.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에서는 외계인이 지구인의 양심을 믿고 한 번 더 기회를 주게 되지만, 실제로 지구의 환경은 자신의 자정작용을 위해 어떠한 조기 경보도 없이 순식간에 파멸의 자폭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인류는 자각하여야 한다. 인간의 욕심과 탐욕으로 인해 “지구가 멈추는 날” 마지막 벼랑에 내몰려서 타의적으로 변하는 고통의 시간을 겪기 전에 지금이 겸손한 마음과 함께 생태와 자연의 힘을 존중하면서 협력해 나갈 수 있는 마지막 시점임을 절실히 깨달아야 할 때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