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무역인문학] 코로나19로 흔들리는 맨발 신발 장사의 가격결정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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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흔들리는 맨발 신발 장사의 가격결정 전략잘 굴러가도 골치 아픈 인터넷 구멍가게가 코로나19로 더 골치 아프게 생겼다. 가장 먼저 신발 구멍가게 홍사장을 열 받게 한 것은 중국 공장의 납기 미준수이다. 처음에는 중국 파트너에게 클레임 걸고 가격도 깎는 등 강경 대응을 생각했었다. 널리고 차이는 게 중국 공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월이 지나면서 납기는 둘째치고 중국 파트너가 건강하게 돌아와 주기만 기대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1월 말에 오기로 한 무지외반증 발볼 넓은 맨발 신발은 2월 말에 왔다. 너무 늦어 비행기로 받으려 했지만 불규칙한 항공 스케줄로 인해 오히려 배로 받는 게 더 빠를 수 있다는 운송사의 말에 따랐다. 그런데 막상 받고 보니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커다란 사업이든 작은 사업이든 간에 모든 마케팅 활동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그거 얼마야?’1. 환율의 불안정
그 ‘얼마야?’를 정하기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우선 환율의 변동 폭이 더 커졌다. 수출을 하건 수입을 하건 간에 무역에 있어서 환율의 변동은 수익률을 변동시킨다. 환율은 늘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초인 1월 말에 만해도 1,170원대로 움직이더니 6월 초 1,290원까지 치솟았다가 지금은 1,200원대 언저리에서 움직인다. 경쟁이 심해 이익률이 높지 않은 전형적인 굴뚝 산업제품인 신발을 수입해 여기저기 근근히 파는 입장에서 환율 변동은 매우 부담스럽다. 3개월 사이에 환율 변동 폭이 10%가 넘었다. 운송비 물고, 관세 물고(신발은 한-중 FTA 품목이 아니다), 부가세 내고, 인터넷 오픈마켓 수수료 내고도 겨우 3-4만 원하는 신발이다. 마진폭이라는 게 뻔할 뻔자인데 환율이 10%나 움직였다. 그렇다고 가격을 환율처럼 수시로 변동시킬 수는 없다. 이제까지는 그랬다 치더라도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이다. 1차 협상이 마무리되고 미-중 관계가 잠잠해지나 했더니 코로나19는 미-중 관계를 더욱 꼬아놓았다. 미-중 무역전쟁은 전체적인 실물 경제 흐름을 구조적으로 흔들어 놓았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미-중 화폐전쟁, 환율전쟁으로 번질 모양새이다. 한국 경제가 잘 되기를 매우 절실하게 바라는 사람은 바로 나다. 한국 경제가 튼튼하게 흘러가야 강한 원화를 유지하고, 그럼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서 수입 가격이 싸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발발 이후 환율은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장사하는 입장에서 환율이 변하지 않거나 한국 돈으로 물건을 해외 파트너와 사고파는 것이 좋다. 그럼 환율로 위한 위험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환율 변동 폭이 더 커지면, 특히 더 올라가면 매우 곤란하다. 구멍가게화면서 세계 정치. 경제를 쳐다보아야 하는 것은 매우 피곤하다. 그렇지만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환율이라는 형태로 내 주머니에 미치니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2. 가치관의 변화
그리고 코로나19가 내 장사에 영향을 미치는 게 또 하나 있다.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 가치관이란 자기가 세상에 매기는 가격의 기준이다. 그리고 그 개인적인 가치관이 모여서 제대로 인정받으면 그게 바로 그 제품의 가격이 된다. 가치관은 사람들의 철학, 인생관, 현재의 경제적 여건 등이 어우러져 오랜 시간 굳어진 것이기 때문에 잘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사람들의 가치관을 급격하게 바꾸고 있다. 코로나19가 경제를 악화시키고 소비여력을 약화시켰다. 그 와중에 세계 모든 나라들은 화폐를 무제한 공급해서 소비가 죽는 것을 막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돈이 무제한 풀린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것이다. 돈이 휴지보다 못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갖기 시작했다. 게다가 더욱 헷갈리는 것은 돈이 무제한 풀리는데 돈에 비하여 물건의 가치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온다는 사람도 있다.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이 같이 올 수도 있나? 어쨌든 돈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이 상황이 여름 오면 끝이 날 줄 알았는데 가을 되면 더욱 강한 2차 팬데믹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팬데믹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람 간의 접촉을 가급적 줄이라는 사회적 거리두기, 언택트하란다. 이제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게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아니게 되었다. 정상이 비정상이 된, 이른바 뉴노멀이 왔다. 정상적인 게 비정상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된 세상이 오니 사람들의 가치관이 유지될 리가 없다. 이제 사람들의 모든 행위나 물건에 매기는 가치는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장사꾼들의 물건에 메기는 가격도 달라지고 있다. 비싼 것은 싸지고, 싼 것은 더욱 싸지고 , 생명과 위생에 관한 물건의 가치는 올라간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하여 환율은 불안정해지고 가치관이 변하면서 시장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졌다. 사는 가격은 수리로 크게 변하지만 파는 가격은 쉽게 올리고 내리지 못한다. 소비자는 낮은 가격만 기억하기 때문에 ‘가격의 정상화’는 상당한 저항을 부른다. 급변하는 생산 가격과 가격 인하만 기억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오늘도 ‘맨발 신발’이라는 마이크로 틈새시장의 소상공인은 오래갈 만한 가격 전략을 찾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그래서 그거 얼마야?’1. 환율의 불안정
그 ‘얼마야?’를 정하기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우선 환율의 변동 폭이 더 커졌다. 수출을 하건 수입을 하건 간에 무역에 있어서 환율의 변동은 수익률을 변동시킨다. 환율은 늘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초인 1월 말에 만해도 1,170원대로 움직이더니 6월 초 1,290원까지 치솟았다가 지금은 1,200원대 언저리에서 움직인다. 경쟁이 심해 이익률이 높지 않은 전형적인 굴뚝 산업제품인 신발을 수입해 여기저기 근근히 파는 입장에서 환율 변동은 매우 부담스럽다. 3개월 사이에 환율 변동 폭이 10%가 넘었다. 운송비 물고, 관세 물고(신발은 한-중 FTA 품목이 아니다), 부가세 내고, 인터넷 오픈마켓 수수료 내고도 겨우 3-4만 원하는 신발이다. 마진폭이라는 게 뻔할 뻔자인데 환율이 10%나 움직였다. 그렇다고 가격을 환율처럼 수시로 변동시킬 수는 없다. 이제까지는 그랬다 치더라도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이다. 1차 협상이 마무리되고 미-중 관계가 잠잠해지나 했더니 코로나19는 미-중 관계를 더욱 꼬아놓았다. 미-중 무역전쟁은 전체적인 실물 경제 흐름을 구조적으로 흔들어 놓았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미-중 화폐전쟁, 환율전쟁으로 번질 모양새이다. 한국 경제가 잘 되기를 매우 절실하게 바라는 사람은 바로 나다. 한국 경제가 튼튼하게 흘러가야 강한 원화를 유지하고, 그럼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서 수입 가격이 싸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발발 이후 환율은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장사하는 입장에서 환율이 변하지 않거나 한국 돈으로 물건을 해외 파트너와 사고파는 것이 좋다. 그럼 환율로 위한 위험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환율 변동 폭이 더 커지면, 특히 더 올라가면 매우 곤란하다. 구멍가게화면서 세계 정치. 경제를 쳐다보아야 하는 것은 매우 피곤하다. 그렇지만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환율이라는 형태로 내 주머니에 미치니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2. 가치관의 변화
그리고 코로나19가 내 장사에 영향을 미치는 게 또 하나 있다.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 가치관이란 자기가 세상에 매기는 가격의 기준이다. 그리고 그 개인적인 가치관이 모여서 제대로 인정받으면 그게 바로 그 제품의 가격이 된다. 가치관은 사람들의 철학, 인생관, 현재의 경제적 여건 등이 어우러져 오랜 시간 굳어진 것이기 때문에 잘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사람들의 가치관을 급격하게 바꾸고 있다. 코로나19가 경제를 악화시키고 소비여력을 약화시켰다. 그 와중에 세계 모든 나라들은 화폐를 무제한 공급해서 소비가 죽는 것을 막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돈이 무제한 풀린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것이다. 돈이 휴지보다 못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갖기 시작했다. 게다가 더욱 헷갈리는 것은 돈이 무제한 풀리는데 돈에 비하여 물건의 가치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온다는 사람도 있다.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이 같이 올 수도 있나? 어쨌든 돈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이 상황이 여름 오면 끝이 날 줄 알았는데 가을 되면 더욱 강한 2차 팬데믹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팬데믹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람 간의 접촉을 가급적 줄이라는 사회적 거리두기, 언택트하란다. 이제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게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아니게 되었다. 정상이 비정상이 된, 이른바 뉴노멀이 왔다. 정상적인 게 비정상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된 세상이 오니 사람들의 가치관이 유지될 리가 없다. 이제 사람들의 모든 행위나 물건에 매기는 가치는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장사꾼들의 물건에 메기는 가격도 달라지고 있다. 비싼 것은 싸지고, 싼 것은 더욱 싸지고 , 생명과 위생에 관한 물건의 가치는 올라간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하여 환율은 불안정해지고 가치관이 변하면서 시장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졌다. 사는 가격은 수리로 크게 변하지만 파는 가격은 쉽게 올리고 내리지 못한다. 소비자는 낮은 가격만 기억하기 때문에 ‘가격의 정상화’는 상당한 저항을 부른다. 급변하는 생산 가격과 가격 인하만 기억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오늘도 ‘맨발 신발’이라는 마이크로 틈새시장의 소상공인은 오래갈 만한 가격 전략을 찾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