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절실한 삶의 약속!

<프롤로그>
우리는 삶이 힘들다고 무작정 포기하거나 도망칠 수 없다. 영화<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 1943>에서 주인공은 전쟁에서 동료와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고, 부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홀로 적군들을 향해 총알을 퍼부으며 동료들을 엄호한다. 주인공은 자신을 전쟁터에 두고 가지 않으려는 사랑하는 여인을 향해 자신의 삶까지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호소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그녀가 곧 자신이고, 자신이 곧 그녀인 사랑의 일체감]을 깊이 공감하게 된다. 누구나 살다 보면 힘든 순간을 맞이하지만, 오늘의 삶이 누군가의 희생 위에 이루어진 것을 안다면 나도 누군가를 위해 끝까지 삶을 영위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네스트 헤밍웨이: 20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이다. 40여 년간 문필활동을 통해 <무기여 잘 있거라, 1928>,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노인과 바다, 1952>를 남겼다. 헤밍웨이는 실제로 스페인 내전에 종군기자로 참전한 경험을 통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940>을 집필했다. 이 소설의 제목에 영감을 준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의 시에는 “어떤 이의 죽음도 나 자신의 소모려니 그건 나도 또한 인류의 일부이기에, 그러니 묻지 말지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느냐고,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Any Mans Death Diminishes Me, Because I am Involved In Ja mankinde and Therefore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라고 적혀 있다.]
<영화 줄거리 요약>
1937년 파시스트와 공화정부파로 갈라져 싸우던 스페인 내전에 미국 대학 강사인 로버트 조단(게리 쿠퍼 분)은 정의와 자유를 위해 공화 정부파의 의용군에 투신하여 ‘로베르토’라는 이름으로 게릴라 활동에 동참한다. 상관 골스 장군은 폭파전문가인 조단에게 적군의 진격로인 산중의 대철교를 3일 후에 폭파하라고 지시한다. 조단은 안셀모라는 늙은 집시의 안내로 목적지에 찾아간다. 철교를 폭파하기 위해서는 이 산악지방 집시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하지만, 집시의 두목 파블로는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선뜻 조단에게 협력하려 들지 않는다. 이에 조단은 파블로의 아내 필라와 일을 협의하게 되는데, 마침 반군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자진해서 집시들을 지휘하여 이 계획에 원조할 것을 제의한다. 파블로의 부하는 전원 필라의 명령에 따라 착착 계획을 진행한다. 그러던 중 조단은 스페인의 소녀 마리아(잉그리드 버그만 분)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드디어 작전에 착수하는 이른 아침, 조단 일행은 철교 폭파에 성공한다. 그러나 퇴각 과정에서 조단이 말을 몰고 달리는 순간, 적군의 포화에 쓰러지고 만다. 마리아는 쓰러진 그의 몸에 매달려 울며 떠나려 하지 않지만 조단은 그녀에게 떠날 것을 설득하고, 필라는 강제로 그녀를 끌고 떠난다. 마지막 남은 조단은 최후의 기력을 다해 뒤쫓는 적군에게 마지막 총탄을 퍼붓는다.
<관전 포인트>
A. 파블로가 조단에게 비협조적이었던 이유는?
이방인인 미국인의  참전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되었고, 자신들의 은신처와 가까운 교량 폭파는 위험하다고 작전 수행을 거부하지만 필라가 자신이 대장이라며 작전을 밀어붙이게 된다. 집시 특유의 촉을 가지고 있던 필라는 조단이 마리아를 좋아하는 것을 눈치채고 조단의 손금을 살펴보게 된다. 하지만 이윽고 미래에 닥쳐올 불행을 인식하고 표정이 굳어진다. 급기야 교량 폭파 작전을 눈치챈 반란군은 독일과 이탈리아의 공군지원까지 받게 되자 게릴라들은 당황하게 된다.

B. 다른 게릴라부대를 찾아간 이유?
조단과 마리아는 교량 폭파 후 탈출할 말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민병대 ‘엘 소르도’를 찾아가게 된다. 그러나 엘 소르도는 상부의 명령과 달리 오늘 밤 당장 교량을 폭파하자고 주장한다. 뜻하지 않게 내리기 시작한 5월의 눈이 쌓이면 적에게 탈출 경로가  들통나게 될 위기를 맞는다. 더욱이 반란군은 기병과 비행기를 이용하여 엘소르도 부대를 전멸시키지만, 조단의 게릴라 부대는 교량 폭파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이를 도와주지는 않는다.C. 마리아와 조단의 사랑은?
내전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생사를 확신할 수 없는 불안한 현실에 사랑의 감정을 억눌렀던 조단에게 마리아는 자신의 아픈 과거(마을 시장이었던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반란군에게 총살당하고 자신은 무참히 유린당하고 모든 것을 잃게 되었고, 3개월 전 필라에게 구조된 것)를 고백한다. 이에 조단은 따뜻하게 안아주며 위로한다. 마리아는 조단을 사랑하게 되면서 “처음 본 순간 당신을 사랑했어요. 전에 본 적도 없는데 항상 당신을 사랑해요. 난 이제 당신이 여자고 항상 그럴 거예요. 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가 대신 당신 몫까지 2배로 사랑할 거에요(If you don’t’ love me, I’ll love you enough for both)”라고 말하며, “키스하고 싶어요, 근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코를 어떻게 해야 하죠?” 라고 하자 조단이 먼저 마리아에게 키스를 하면서 둘의 사랑이 시작된다.  마리아의 사랑으로 힘을 얻은 조단은 교량도 성공적으로 폭파하게 된다.

D. 마지막 교량 폭파 작전은?
반군들은 공화국의 전면전을 눈치채고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키려 한다. 이에 조단 일행은 교량 폭파 작전에 돌입한다. 먼저 파블로와 라파엘은 교량으로 향하는 탱크를 저지시키기 위해 수류탄을 먼저 터뜨린다. 이윽고 라파엘은 전차의 본체로 뛰어올라 수류탄을 집어넣은 후 반군과 함께 전사하게 된다. 필라가 인근 경비초소를 공격하는 사이 조단과 안젤모는 폭탄을 설치하여 교량을 폭파하는 데 성공한다. 탈출구로 이어지는 길목을 마지막으로 통과하던 조단은 적의 총탄을 맞고 심각한 부상을 당하게 된다. 마지막을 직감한 조단은 필라에게 “반드시 마리아를 데려가요. 남겠다고 해도 데려가요”라고 당부하며 남아서 반란군의 추격을 저지한다.

E. 마지막에 조단이 마리아를 설득하던 장면은?
큰 상처를 입은 조단은 마리아에게 “이번엔 미국에 못 갈 거야, 하지만 당신 가는 곳엔 항상 나도 가는 거야, 알지? 어젯밤 키스 기억해? 지금은 우리의 시간이야 결코 끝이 아니야. 진심이야 나는 너야. 이제 알았으면 가야 해, 항상 우리들은 같이 있다는 걸 기억해”라며 마리아를 떠나보낸다. 그리고 몰려드는 반란군에게 “결코 날 막을 순 없어, 그녀는 나와 함께 가는 거야”라며 마지막으로 마리아와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관총을 발사한다.
<에필로그>
영화에서 조단은 자신을 두고 떠나지 않으려는 마리아에게 “당신 속에는 내가 들어 있어, 이제 당신은 우리 둘을 위해 가는 거야. “라며 진심으로 설득한다. 결국 자신의 참전과 희생은 미국도, 마드리드도 아닌 사랑하는 여인 마리아임을 인식하고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하여 기관총의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 영화<타이타닉>에서도 얼어붙은 바다에 빠져 구조선을 기다리던 남자는 나무판 위에 사랑하는 여인을 올려놓고” 잘 들어요. 로즈, 당신은 꼭 살아야 해요. 여기서 살아남아서 아이도 많이 낳아서 아이들이 자라는 것도 보고 할머니가 된 다음에 편하게 침대에서 최후를 맞이해야죠. 여긴 아니에요. 오늘 밤은 아니에요. 여기서 죽지 말아요. 알아들었어요?”라며 그녀에게 삶에 대한 강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 장면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 누군가의 도움으로 삶을 누리고 있고,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뜨거운 열정으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스페인 내전의 참혹한 일은 세계 어느 한구석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점을 강하게 일깨워주며 우리는 모두 따뜻한 사랑을 가진 존엄한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