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부베의 연인!

< 프롤로그>
죽도록 사랑하던 연인도 안 보면 잊히고 또다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은 인간은 외로움을 견딜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랑은 그 수명이 특별한 인연도 많다. 영화 < 부베의 연인(La Ragazza Di Bube), 1963>에서 혁명 투사를 사랑했던 주인공은 꽃다운 나이에도 외로움과 많은 유혹을 물리치고 교도소에 장기 수감 중인 연인을 정기적으로 면회를 하러 가면서 14년을 기다린다. 순애보 적인 사랑이 전설처럼 사라진 현실이지만 그런 사랑의 힘이 세상을 지켜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영화 줄거리 요약>
과도기 이탈리아, 반정부주의와 살인죄로 1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약혼녀 부베를 찾아가는 마라(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분)의 회상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마라는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만 하는 부베(죠지 차키리스 분)와의 면회를 자그마치 14년째 계속하고 있으며 오직 그가 석방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마라가 부베를 처음 만난 것은 북부 이탈리아의 산중에 있는 가난한 빈촌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4년 7월 한여름 마라의 집에 부베라는 청년이 찾아오게 되면서이다. 부베는 레지스탕스로 나치에게 처형된 오빠 산태의 동지로 오빠 전사 소식을 전하러 왔던 것이다. 이들은 처음 본 순간 서로 이끌렸고 하룻밤을 마라의 집에서 묵은 부베는 전쟁에서 기념으로 가지고 온 낙하산 천으로 옷이나 만들어 입으라는 말을 남긴 뒤 떠난다. 그 후부터 부베의 편지가 끊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 후 겨울, 다시 찾아온 부베는 마라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마라의 아버지(에밀리오 에스포지토 분)에게 약혼 승낙을 받는다. 그리고 얼마 후 부베가 다시 찾아왔을 때 부베는 친구 운베르토가 경찰에 사살되어 보복으로 경찰을 죽이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1년 만에 유고 정부로부터 송환되어 재판을 받게 된 부베에게 마라는 더는 인연을 끊으려고 재판장에 갔다가 부베가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그녀의 연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 관전 포인트>
A.마라가 부베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선물이라고는 전쟁 중 가져온 낙하산 실크 원단과 구두 한 켤레가 전부였지만, 그녀는 부베가 준 낙하산 천으로 블라우스를 만들기도 하는 등 부베에 대한 사랑은 순수했고 순종적이기도 했다. 그녀는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발랄했고, 근무하는 인쇄소의 사장 스테파노의 구애를 받지만,  자포자기하는 부베에게는 자신의 변치 않는 사랑이 필요하다고 확신한 그녀는 부베와의 추억을 간직하며 사랑을 지켜나간다.
B.부베가 종신형을 면하게 되는 계기는?
버스에서 부베가 구해준 사제가 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주어 부베가 종신형을 면하고 징역 14년을 받게 된다. 이렇게 마라의 청춘을 사라지게 되지만 그녀는 자포자기하는 부베를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순정을 바치게 된다. 마라는 아직 7년이나 더 복역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2주일에 한 번씩 기차로 면회하면서, 나는 34살 그는 37살로 아이도 가질 수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한다.
C.마라의 마음이 움직이는 과정은?
부베는 편지로 마라에게 사랑한다는 말 대신 약간의 생필품과 가족을 안부를 묻는 정도이다. 부베에게 실망한 마라는 그를 잊고 다른 남자와 평범한 연애를 꿈꾸기도 하지만 그녀는 가난한 집안의 딸로서 친구에게 구두를 빌려 춤을 추고 그녀에게 구두가 상했다고 질책을 받자 자신의 현실을 깨닫게 된다. 이때 찾아온 부베가 약혼 선물로 뱀 가죽의 고급 구두를 선물하자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에 부베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D.전쟁으로 인한 사랑의 아픔을 보여주는 영화는?
@험프리 보가트가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대사로 유명한 < 카사블랑카, 1942>, @혁명 상황으로 헤어져야만 했던 슬픈 ‘라라의 테마’가 유명한 < 닥터 지바고, 1965>, @ 소피아 로렌이 전쟁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편과 슬픈 이별을 그린 < 해바라기, 1970>
< 에필로그>
영화< 철도원(The railroad man), 1956>의 음악으로 유명한 ‘카를로 루스티켈리’의 OST는 환희와 슬픔 사이를 방황하는 여인의 마음과 오버랩 되면서 사랑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현대사회에서 점점 퇴색해 가는 가벼운 사랑이라는 감정에 깃든 무지갯빛 같은 신비함 힘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파시스트 정권의 후유증을 그리고 있는데, 당시의 상황과 순정적 이야기는 큰 감동으로 오랜 시간 기억된다. 야성미가 깃든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는 이탈리아가 낳은 ‘소피아 로렌’, ‘실바나 망가노’와 더불어 전설적인 배우로 < 형사, 1959>), <가방을 든 여인, 1961>에 출연하였다. 관능미가 넘치는 이미지가 강해서 순정적인 부베의 연인에서 마라 역을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했지만,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그녀가 눈부시게 아름답기에 연인에 대한 기다림이 더욱 절실한 감동을 준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