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은 왜 서태지의 노래로 전시회를 기획했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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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 서태지 음악 17곡 오마주구혜선과 서태지가 만나 흥미로운 전시회가 탄생했다.
음악과 섬세화, 영상 융합한 전시회 선 봬
구혜선 "저도 서태지 세대"
구혜선은 지난 20일부터 서울시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인전 '서태지의 lyrics 아래로 구혜선의 newage'를 진행하고 있다. 개인전 기자간담회에서 구혜선은 "쉽고 대중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전시회로 기획했다"며 "이번에 오마주로 삼은 서태지의 17곡 모두 제가 좋아하고,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아 익숙한 것들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소개했다. 구혜선은 2009년 개인전 '탱고'를 시작으로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며 꾸준히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선보여왔다. 지난해 4월에는 초대전 '항해-다시 또 다시'를 열고 전시 수익금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복지금으로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는 서태지의 노래 17곡과 구혜선이 작곡한 뉴에이지 음악 25곡을 협업해 음악과 섬세화, 영상이 융합된 종합 예술 형태로 기획됐다. 과거 구혜선이 보여왔던 전시들과 다르게 그림보다는 영상의 비중을 높였고, 피아노를 비롯해 뉴에이지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배치해 흥미를 더했다. 그동안 영화감독, 작곡가, 화가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끼를 펼쳐왔던 구혜선이 재능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구혜선은 전시회의 콘세븥에 대해 "협업이라기 보다는 가사를 오마주로 했다는 게 맞다"며 "이전까지 인연도 없었고, 개인적으로 서태지의 노래를 즐겨듣던 사람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안을 드리면서 승인을 받고 전시회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혜선이 오마주한 서태지의 노래는 '죽음의 늪' '로보트' '오렌지' '숲속의 파이터' '너에게' '아침의 눈' '비록' '소격동' '컴백홈' '모아이' '탱크' '필승' '제로' '잃어버린' '인터넷 전쟁' '난 알아요' '시대유감' 등 17개 곡이다.
구혜선은 "제가 하는 음악은 제 안에 갇혀있는 게 많다"며 "그런 부분을 밖으로 표출하고 싶었는데, 서태지라는 대중음악의 앞서 나간 분을 함께해서 융합해서 나가면 내 음악이 낯설지 않고 이 모든게 오묘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태지에 대해 "전시회를 준비하며 '뭘 어떻게 하라'는 직간접적인 요청이 전혀 없었다"며 "기획하면서 여러번 내용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전시회를 앞두고 구혜선은 여러 예능,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하며 홍보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구혜선은 "제가 데뷔를 연기로 하고, 그림을 그리고, 연화를 하는 것도 많이들 아시는데 작곡을 하는 건 잘 모르시더라"라며 "지난해부터 작곡하는 것을 어필을 많이 했다. 그래서 예능에도 많이 출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것들이 화제가 많이 됐는데, 음악을 하고 있다는 걸 많이 홍보하고 싶다"며 "특히 뉴에이지 장르가 대중적이지 않은데,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접한다 생각한다. 카페나 병원에서도 많이 흘러나오고, 생활밀착형 음악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작가로서, 예술가로서 새로운 활동에 자극을 받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소신도 드러냈다. 특히 이번 전시회를 채운 영상물과 음악에 대해 "그동안 쓸데없는 짓을 했나 싶기도 했는데, 전시할 때가 되니 저만의 콘텐츠가 됐다"며 "10년전과 지금은 기술도 많이 달라졌고, 그런 것과 접목시켜 재밌는 전시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얻고, 진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중에 보여지는 직업을 하다보니 제가하는 작업이 부정당할 때가 있다"며 "그런데 그게 동력이 된다. 인정해줬다면 하기 어려운 작업이 아닐까 싶다. 부정당하니 '다시 해볼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 같다. 그래서 '막말' 하는 것에 열려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구혜선의 전시회는 오는 28일까지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진행된다. 관람료는 무료다.
구혜선은 "무료라 그런지 관객들 반응이 좋다"며 "그래서 벌써 앙코르 전시회 일정도 잡혀있다"고 자랑하며 웃었다. 이어 "앞으로 활동도 여기의 연장선이지 않을까 싶다"며 "영화도 기획하고 있고, 그 영화 안에서 제가 연기할 생각도 하고 있다. 학교 졸업도 해야 하고 할 일은 많다"고 밝혀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케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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