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산다고 애들 '투기꾼' 놀림 당해...아파트 이름 지워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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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낳은 국민적 공분에 LH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애먼 피해를 입고 있다. 이들은 오랫동안 있어온 LH 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이번 사태가 기름을 끼얹고 있다고 토로한다.
최근 LH 주택 거주민들은 LH 논란에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한다. 경기 성남시의 한 LH 주택에 살고 있는 박모씨(40)는 “초등학생 아이가 친구들로부터 ‘너희 집도 투기했냐’며 놀림 받는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잘못은 LH가 하고 왜 욕은 엉뚱한 사람들이 먹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이에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휴먼시아, LH 아파트 이름 삭제 및 변경 건의’이라는 청원글이 게시됐다. 휴먼시아는 LH의 아파트 브랜드다. 청원인은 “이제 LH와 휴먼시아는 단순 빈부의 격차와 계급문화 수준의 혐오와 차별뿐 아니라 부정부패, 투기, 사기, 비리, 적폐의 검은 이미지까지 투영된 이름이 됐다”며 “매일 보이는 비리와 적폐의 상징 표기를 지금 당장 삭제 및 변경 해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이외에 ‘신혼희망타운 입주예정자를 두번 울리는 부패한 LH, 신혼희망타운 네이밍 정책 반대’ 등 아파트 이름에 LH 브랜드를 붙이는 것을 반대하는 청원글도 올라왔다.
LH 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예전부터 존재했다. LH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인 ‘휴거(휴먼시아 거지)’, ‘엘사(LH 주택에 사는 사람)’ 등의 신조어가 한동안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LH 입주민들 사이에선 아파트 이름을 변경하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LH은계브리즈힐’은 ‘은계브리즈힐’로 단지명에서 LH를 지우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분양 아파트는 명칭 변경이 가능한 반면, LH가 소유한 공공임대 아파트는 바꾸기 어려워 공동임대주택 거주민들은 ‘LH 혐오’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실정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LH 사태가 제대로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보니 국민적 분노가 갈수록 커지고만 있는 상황에서 이 분노가 상관없는 사람들한테까지 향하고 있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습이 이뤄져야 거주민들에 대한 혐오적 시선까지 거둬들여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최근 LH 주택 거주민들은 LH 논란에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한다. 경기 성남시의 한 LH 주택에 살고 있는 박모씨(40)는 “초등학생 아이가 친구들로부터 ‘너희 집도 투기했냐’며 놀림 받는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잘못은 LH가 하고 왜 욕은 엉뚱한 사람들이 먹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이에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휴먼시아, LH 아파트 이름 삭제 및 변경 건의’이라는 청원글이 게시됐다. 휴먼시아는 LH의 아파트 브랜드다. 청원인은 “이제 LH와 휴먼시아는 단순 빈부의 격차와 계급문화 수준의 혐오와 차별뿐 아니라 부정부패, 투기, 사기, 비리, 적폐의 검은 이미지까지 투영된 이름이 됐다”며 “매일 보이는 비리와 적폐의 상징 표기를 지금 당장 삭제 및 변경 해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이외에 ‘신혼희망타운 입주예정자를 두번 울리는 부패한 LH, 신혼희망타운 네이밍 정책 반대’ 등 아파트 이름에 LH 브랜드를 붙이는 것을 반대하는 청원글도 올라왔다.
LH 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예전부터 존재했다. LH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인 ‘휴거(휴먼시아 거지)’, ‘엘사(LH 주택에 사는 사람)’ 등의 신조어가 한동안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LH 입주민들 사이에선 아파트 이름을 변경하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LH은계브리즈힐’은 ‘은계브리즈힐’로 단지명에서 LH를 지우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분양 아파트는 명칭 변경이 가능한 반면, LH가 소유한 공공임대 아파트는 바꾸기 어려워 공동임대주택 거주민들은 ‘LH 혐오’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실정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LH 사태가 제대로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보니 국민적 분노가 갈수록 커지고만 있는 상황에서 이 분노가 상관없는 사람들한테까지 향하고 있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습이 이뤄져야 거주민들에 대한 혐오적 시선까지 거둬들여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