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디지털 전환 속도…은행 출신 임원 줄이고 '홀로서기'

KB국민카드
은행 출신이 은행계 카드사 임원 자리 일부를 나눠갖던 인사 관행이 깨지고 있다. ‘페이’로 대표되는 지급결제 분야를 핀테크사들이 집중 공략하는 가운데 관련 분야 전문가인 내부 출신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올해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직 3자리를 모두 내부 출신으로 채웠다. 국민은행 출신 이인호 전 부사장이 맡던 영업지원본부장직은 내부 출신인 정연규 영업지원그룹장으로 교체됐다. 특히 플랫폼사업그룹장이 신설되고 이해정 전 디지털본부장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것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KB국민카드의 디지털 전략도 국민은행과 KB지주에서 카드사의 전무를 겸직하며 총괄했었다. KB국민카드 자체 플랫폼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가맹점수수료나 자동차금융, 플랫폼 전략 측면에서 모두 카드업계에 전문성이 있는 임원이 더 필요해진 것과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도 올해 임원 인사에서 상근 부사장직 3명 전원을 신한카드(舊 LG카드) 출신으로 발탁했다. 부사장직 4자리 가운데 글로벌사업그룹 부사장직은 신한은행이나 지주의 글로벌사업그룹 부사장이 겸직하는 비상근 임원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핀테크와의 경쟁이 가시화되면서 카드사의 플랫폼 전략에 속도를 내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올해 조직 개편을 통해 안중선 부사장이 맡는 라이프인포메이션 그룹장 산하에 3개 플랫폼 전담 본부장직(상무)을 신설했다.

은행으로부터 분사한지 8년밖에 안된 탓에 은행 출신 임원 비중이 높은 우리카드도 내부 발탁 케이스를 늘리고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말만 해도 임원직 9자리를 우리은행 출신이 맡았지만 올해 들어선 3자리를 카드 내부 출신으로 교체했다. 연차가 높은 부사장직과 전무 3명 중 2명은 은행 출신이 맡고 있지만 상무는 7명 중 5명이 카드 내부에서 승진했다. 자체 디지털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외부 영입 사례도 나타났다. 명제선 전 롯데카드 상무보를 디지털그룹장 겸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직을 맡긴 케이스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자리 만들어주기 식의 인사 관행은 플랫폼 뿐 아니라 영업을 아우르는 디지털 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과 외부 영입이 주를 이뤘던 하나카드는 반대로 은행 출신 임원을 늘리며 지주의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영업 담당 전무직에 하나은행 출신 임원을 선임하면서다. 하나카드는 디지털 전략도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의 ICT그룹장이 디지털최고책임자(CDO)를 겸직해 주도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