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 잡음 커지는데…文 대선공약이라 속도전?

사진=연합뉴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법’ 제정을 위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가 23일 진행된다.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시작된 전남 나주 한전공대 설립은 대학진학 인구 감소로 지방대가 붕괴하고 있는 시점이라 적지 않은 잡음이 이어져 왔다. 특히 누적 부채가 132조여원에 달하는 한전이 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 1조6000억원 중 1조원을 부담해야 하는 등 비용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전공대 추진 배경은?

한전공대 특별법은 공공기관이 한전공대에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내년 3월 순조롭게 개교가 이뤄지기 위한 특례조항도 담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한전공대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을 계기로 설립이 추진됐다. 한전은 문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7년 7월 ‘한전공대’ 설립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설립 작업에 본격 나섰다. ‘학생 1000명 규모의 강소대학’을 목표로 했다. 2018년 12월 범정부 지원위원회가 출범해 부지 선정에 돌입, 전남 나주시 부영CC 인근을 최종 부지로 확정했다.

한전공대는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융복합 공학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학생 10명당 1명의 교수를 배치해 연구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에너지 특화 교육을 통해 길러낸 인재들의 연구 성과물을 창업과 특허로 연결시켜 국가 산업과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이같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에너지 인공지능, 에너지 신소재, 수소에너지, 에너지 기후·환경, 차세대 에너지 그리드 등 5개 분야를 연구 중점 과제로 선정했다. 모두 인류 에너지 난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산업 파급력과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다. 설립 초기에는 5대 과제를 중심으로 ‘에너지 빅(Big) 5’ 연구소를 구축하고 한전의 실증 설비를 연계하기로 했다. 대학 구성원의 아이디어와 연구 성과가 상용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복투자, 타당성 등 논란

이처럼 한전공대는 산학연이 하나로 움직이는 클러스터를 꿈꾸며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적지 않은 잡음에 시달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당이 내년 3월 9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 이전에 한전공대 문을 열기 위해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선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감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의 카이스트(KAIST), 포항의 포스텍(POSTECH), 광주의 지스트(GIST), 대구의 디지스트(DGIST), 울산의 유니스트(UNIST)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이미 5곳에 이른다. 이 5개 특성화 대학은 모두 에너지 관련 학과를 두고 있다.

또 한전공대는 우선 학사 100명, 석사 200명, 박사 50명 등 350명 규모로 내년 3월 문을 연 뒤 2025년까지 정원을 1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런데 학생 정원을 채울 수 있느냐는 걱정이 많다. 이미 인근 지방 대학들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더구나 한전은 누적 부채가 132조여 원에 이른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발전비용 증가로 누적 적자가 얼마나 심화될지 가늠할 수 없다. 그런데 10년간 한전공대 설립·운영에 필요한 1조6000억원의 비용 중 1조원을 한전이 부담해야 한다.정부는 국민이 내는 전기 요금에서 3.7%씩을 떼어내 조성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을 지원·충당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도 개정했는데,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한전공대에 투입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5일 열린 한전공대 설립심의위원회에서는 부정적 의견이 다수 제기되면서 결국 한전공대 설립 타당성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 대선공약이라는 이유로 속도전을 펼칠게 아니라 신중하게 타당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전공대 특별법이 법사위에 이어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3월 국회서 제정되면 5월부터 시작되는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을 확정하는 등 내년 개교 일정 등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18일 여야합의로 법안을 처리하면서 사안의 시급성 등을 감안해 공청회와 청문회 절차를 생략하기로 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