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풀타임 근로자 감소가 자연스럽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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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고령화 등 핑계 대기 급급“시대 상황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책 실패 등 본질 직시해야
서민준 경제부 기자 morandol@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이 3월 22일자로 보도한 ‘문재인 정부 3년, 풀타임 일자리 195만개 증발’ 기사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보도설명자료의 내용이다.본지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과의 공동 분석을 통해 2018~2020년 3년간 주 40시간 이상의 풀타임(전일제) 일자리가 195만 개 없어지고, 주 40시간 미만 일자리는 213만 개 늘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 기간 전체 취업자가 18만 명 증가했지만 단시간 근로자만 늘고 고용의 질이 나빠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근로시간을 반영한 고용 지표인 ‘풀타임 환산 고용률(FTE 고용률)’이 현 정부 들어 급락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경기 침체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반면 세금으로 만든 재정일자리는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의 원인 진단은 전혀 달랐다. 고용부는 △주 53시간 초과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 △인구 고령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등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컸다”고 했다. 코로나19를 제외하면 현 정부 이전부터 이어져온 사회 현상이며, 이런 변화에 따라 자연스레 단시간 근로자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장시간 근로 문화 개선이 시대적 흐름인 것은 맞다. 2011~2017년 주 54시간 이상 근로자는 139만 명 감소했다. 하지만 주 40시간 이상 일자리까지 감소하진 않았다. 풀타임 근로자는 2011~2017년 198만 명 늘었다. 과도한 야근이 줄어 주 54시간 이상 일하던 관행이 주 40시간대로 개선되는 경우는 많았어도,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 아래로 떨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하지만 현 정부가 출범한 다음해인 2018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은 풀타임 근로자가 195만 명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던 2018~2019년으로 좁혀도 감소폭은 64만 명에 이른다. 주 40시간 미만 근로자도 2011~2017년 7년간 71만 명 늘었지만, 2018~2019년 2년 동안만 104만 명 불어났다.
고령화 및 여성 경제활동 증가는 이전부터 지속돼온 현상이며 최근 들어 그 추세가 특별히 빨라지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이들 요인만으로 2017~2020년 이례적인 고용 악화를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단시간 재정일자리 공급이 급증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시간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더 타당하다는 것이다.
문제 해결은 원인을 정확히 인식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계속 외면하는 한 고용 악화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