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Fed의 무리수, 경기 회복 '뜨겁고 짧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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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는 지난 금요일(19일) 미 중앙은행(Fed)이 이달 말 종료 예정인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완화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탓에 이틀째 하락했습니다. 또 에너지주는 최근 유가 약세로 인해 덩달아 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행주는 유럽에서 변이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으로 독일 프랑스 등이 다 봉쇄 조치를 확대하자 여행 재개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날 미국에서도 27개 주에서 코로나 환자가 다시 5% 이상 증가하고 뉴저지주 등 일부에선 경제 봉쇄를 푸는 일정을 연기했습니다. 작년 11월 이후 경기민감주가 이끄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시장을 주도해온 가운데서도 금리가 안정세를 보일 때면 기술주가 반등하곤 했습니다. 특히 이날 나스닥 지수는 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에 비해 작년 11월(백신 예방율이 90%를 넘는다는 뉴스가 나온 뒤) 이후 가장 큰 폭의 상대적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날도 금리 하락이 기술주 강세를 이끌었습니다. 미 국채 시장은 지난주 19일 SLR 종료 소식이 알려지면서 불안한 상황이었습니다. 대형은행들이 지급준비율 5%를 맞추기 위해 팬데믹 이후 늘린 최대 6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탓입니다. 21일 저녁까지만 해도 10년물 수익률(금리)는 연 1.72% 수준에서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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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최근 7주 연속 오른 게 지나치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헤지펀드 등의 공매도로 국채 시장이 과매도되어 있다는 겁니다. 올 들어 채권 가격이 10% 가량 떨어진 것을 들어 이는 2013년 테이퍼 텐트럼 당시와 비슷한 수준인 만큼 금리가 이제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CNBC 마이크 산톨리 시장평론가)도 나왔습니다.
이날 나타난 기술주 강세엔 금리 하락 외에도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었습니다. 캐시 우드의 아크인베스트는 지난 주 테슬라의 목표주가가 2025년 3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5년 내로 완전자율주행차를 만들고 로보택시까지 상용화시킨다면 가능하다는 분석이었습니다. 이에 장중 한 때 테슬라가 7%까지 치솟으며 기술주 랠리를 이끌었습니다. 장 후반 상승폭이 줄어들어 2.31% 오르는 데 그쳤지만요.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경기 회복에 따라 경기민감주가 꾸준히 시장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UBS의 마이크 헤펠 수석 투자전략가는 이날 "계속되는 통화 및 재정정책 지원과 확대되는 백신 보급에 힘입어 경제 재개가 임박했다. 우리는 올해 빠른 성장과 상승하는 금리로 인해 경기민감주와 가치주로의 순환매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우리는 올해 말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2%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결론적으로 확산되는 경기 회복은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를 지지할 것이고 우리는 금융주, 에너지주, 소형주를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하나 눈여겨볼 것은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작년 3월 말 코로나로 뉴욕 증시가 폭락했을 때 월가에서 처음으로 주식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제시했고 작년 10월부터는 증시 조정을 예견해온 곳입니다. 지난 1년간 가장 예측을 잘해온 곳이죠.
모건스탠리는 작년 3월 이후 새로운 경기 사이클이 시작됐다고 분석해왔습니다. 2009~2020년까지 10년 이상 이어진 장기 경기 사이클이 팬데믹으로 종료를 고하고, 새로운 경기 주기가 시작됐다는 겁니다. 이 사이클이 길게 이어질 것인 만큼 경기 회복 초기에 실적 회복세가 빠른 경기민감주, 소형주, 신흥시장에 투자하라고 조언해왔습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같은 의견입니다.
하지만 지난 3월15일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소형주에 대한 투자등급을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너무 오른 만큼 이익을 취하라는 논리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모건스탠리의 앤드류 시츠 전략가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경기 사이클이 '매우 뜨겁고 짧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시츠 전략가는 이번 주기가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질 수 있는 이유로 ① 전례 없는 통화 및 재정 부양책 ② 누적된 저축액(다른 불황 때는 저축이 줄었지만 이번엔 미국, 유럽, 중국에서 모두 저축률이 사상 최고로 오름) ③ 빠른 고용 회복(Fed는 경제 전망에서 고용이 급속히 회복되어 내년 말 다시 완전고용 수준인 3%대 진입할 것으로 예상) ④ 그럼에도 계속될 완화적 정책적 지원(중앙은행은 완화정책을 지속하고 정부도 인프라딜 등 계속적 지출 확대 추진)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시츠 전략가는 "경제가 뜨거워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 Fed가 금리 인상을 서두르면서 경기 사이클이 짧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는 소속 경제학자들에 대한 설문을 통해 응답자 46%가 Fed가 2022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Fed가 시사해온 2024년보다 최소 1년 이상 빠른 겁니다. 또 응답자의 61%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20년 만에 가장 높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시츠 전략가는 "경기 주기가 짧아진다면 투자자가 더 민첩해야 함을 의미한다"면서 "초기 사이클의 수혜 종목을 교체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