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눈물호소에도…'박원순 감싸기' 나선 與 인사들

피해자 "박원순 업적 박수치는 사람들에 무력감 느낀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마련된 피해자석. 사진=연합뉴스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열리는 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권 인사들이 연일 '박원순 예찬'을 펼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고 반문한 뒤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의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라고 썼다. 임종석 전 실장은 "박원순은 호텔 밥 먹지 않고 날 선 양복 한 번 입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반 이상 남기는 쪼잔한 공직자였다. 미래 가치와 생활 이슈에 가장 민감하고 진취적인 사람이었다"며 "딱딱한 행정에 사람의 온기와 숨결을 채우려 무던히 애쓰던 그의 열정까지 매장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적 있다. 대권 도전설이 흘러나오는 임종석 전 실장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같은 메시지를 내놓은 것 아나냐는 해석도 나온다. 임종석 전 실장의 글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슬퍼요'를 눌렀다.

앞서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난데없이 "박원순의 족적이 눈부시다. 어떻게 인간이 완전무결할 수 있나"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김진애 전 후보는 "선정성을 악용하는 언론과 정치권이 가하는 인신공격이 무서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반복돼선 안 된다"며 "우리 사회에 언론개혁, 검찰개혁, 정치개혁이 꼭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원순 전 시장은 많은 시민을 당혹스럽게 하며 떠났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성희롱을 인정하는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에는 석연치 않은 의문점이 남아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당내 경선을 벌였던 우상호 의원은 경선 당시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제가 앞장서겠다"며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까지 했다.당시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오늘 우상호 의원의 글을 읽은 피해자가 결국 또 울음을 터뜨렸다"며 반발했다.

피해자는 지난 17일 직접 기자회견에 참석해 "전임 시장의 업적에 대해 박수치는 사람들의 행동에 무력감을 느낀다"며 "이 사건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사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발언에 상처를 받는다"고 호소한 바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