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라열의 블록체인 인사이트] (4) 사이렌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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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여 배를 좌초시킨 후 선원들을 잡아먹는 사이렌의 이야기가 나온다. 신체의 반은 새, 반은 사람인 사이렌들이 있는 이타나 섬에는 난파된 배와 뼈가 산처럼 쌓여갔다. 이 섬을 지나야 하는 오디세우스는 키르케의 조언에 따라 자신의 몸은 돛대에 묶게 하고, 부하들은 노래를 듣지 못하도록 밀랍으로 귀를 막게 했다. 사이렌들은 선원들을 보자 매혹적인 노래를 부르며 유혹을 시작했다. 오디세우스는 노래에 현혹되어 줄을 풀어달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귀가 막힌 부하들은 이를 듣지 못했다. 이윽고 섬을 빠져나가자,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은 자신들의 귀에 있던 밀랍을 제거하고 오디세우스를 풀어주었다. 사이렌들은 자신들의 유혹에 걸리지 않은 자들을 보고 낙담해 자살하고 만다.일반인들에게는 그 열기가 다소 시들해졌을지 모르나, 소위 말하는 업계에서는 블록체인의 기세가 아직도 가열차다. 여전히 블록체인 행사들은 연일 호텔들로 사람들을 몰아오고 있고, 어디 어디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하는 모델을 만들어냈느니, 외국의 유명한 누가 방문하느니 하는 뉴스는 끊임없이 미디어를 통해 쏟아져 나온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치 블록체인이라는 사이렌의 노랫소리가 산업 전체를 홀려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진다. 더군다나 멀쩡히 사업을 잘하고 있던 기업들이 난데없이 블록체인 판으로 들어오기 위해 기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들을 오디세우스처럼 돛대에 단단히 묶어주고 싶은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블록체인이라는 매혹적인 유혹에 눈이 멀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히 블록체인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이 올바르게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대단히 한정적이다. 물론 시간이 흐른다면 마치 인터넷이 그랬던 것과 같이 라이프 사이클 전반적인 영역에 영향을 끼치게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이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그다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크립토 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투자를 요청하는 기업들에 늘 물어보게 되는 2가지 질문이 있다. 첫 번째는 ‘과연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한 모델인가?’, 두 번째는 ‘그것을 구현할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인데, 지금까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하는 기업조차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블록체인에 대한 정확한 기술적 이해가 없이 피상적인 정보들만을 머릿속에서 조합하여 기존 모델에 무리해서 적용을 하다 보니 오히려 블록체인과 결합되지 않았던 원래의 모델보다 결과물이 더 조악해지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는 두 번째 질문조차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실제로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력이 있는 경우는 이와 같은 비즈니스 설계가 애당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까지는 분명히 고비용, 비효율적인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중앙화 시스템에서 구현될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희망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람들이 흔히 언급하는 ‘탈 중앙화’와 ‘검열 저항성’은 블록체인 기술을 대표하는 개념이 되어버렸다. 이제 공은 이런 기술을 ‘탈 중앙화’와 ‘검열 저항성’이 필요한 영역에 어떻게 적용시키느냐의 문제로 넘어왔다. 중앙화 시스템이 훨씬 더 적합한 서비스 모델이나 검열에 대한 저항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들이 단순히 블록체인이란 이름을 달면 왠지 트렌디해 보이고, 펀드레이징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판으로 무작정 바닷물에 뛰어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방에서 블록체인이라는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틀어막고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은 뒤 원래의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항해했던 오디세우스 같은 단호함이 필요한 시기다.
황라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개인적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블록체인이라는 매혹적인 유혹에 눈이 멀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히 블록체인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이 올바르게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대단히 한정적이다. 물론 시간이 흐른다면 마치 인터넷이 그랬던 것과 같이 라이프 사이클 전반적인 영역에 영향을 끼치게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이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그다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크립토 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투자를 요청하는 기업들에 늘 물어보게 되는 2가지 질문이 있다. 첫 번째는 ‘과연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한 모델인가?’, 두 번째는 ‘그것을 구현할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인데, 지금까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하는 기업조차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블록체인에 대한 정확한 기술적 이해가 없이 피상적인 정보들만을 머릿속에서 조합하여 기존 모델에 무리해서 적용을 하다 보니 오히려 블록체인과 결합되지 않았던 원래의 모델보다 결과물이 더 조악해지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는 두 번째 질문조차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실제로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력이 있는 경우는 이와 같은 비즈니스 설계가 애당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까지는 분명히 고비용, 비효율적인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중앙화 시스템에서 구현될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희망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람들이 흔히 언급하는 ‘탈 중앙화’와 ‘검열 저항성’은 블록체인 기술을 대표하는 개념이 되어버렸다. 이제 공은 이런 기술을 ‘탈 중앙화’와 ‘검열 저항성’이 필요한 영역에 어떻게 적용시키느냐의 문제로 넘어왔다. 중앙화 시스템이 훨씬 더 적합한 서비스 모델이나 검열에 대한 저항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들이 단순히 블록체인이란 이름을 달면 왠지 트렌디해 보이고, 펀드레이징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판으로 무작정 바닷물에 뛰어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방에서 블록체인이라는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틀어막고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은 뒤 원래의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항해했던 오디세우스 같은 단호함이 필요한 시기다.
황라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