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수 있을 때만 싸워야 하는 주식투자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워야 하는 주식투자

얼마 전 개봉해서 흥행에 크게 성공한 ‘안시성’이란 영화가 있었다.
645년(보장왕 4) 고구려가 당나라 군대와 안시성에서 벌인 공방전을 영화화했는데 5천 명의 군사로 20만 명의 당나라 군대를 물리친 양만춘이란 성주가 주인공인 영화였다.이 영화에서 안시성의 성주인 양만춘이 20만 명의 적군 앞에서 기가 죽은 군사들이 정말 싸우실 거냐고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을 한다.

‘나는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나는 무릎 꿇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나는 항복이라는 걸 배우지 못했다..’

결국 이 말과 함께 뒤에서 걱정스런 얼굴로 군사들을 보고 있는 주민들을 보며 용기를 얻어 안시성의 군사들은 20만 당나라군을 물리친다.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명대사가 나오는데 양만춘이 태학도 수장 사물에게 이 싸움의 무모함을 듣고 하는 답변이다.

‘자네는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우는가?’

아직도 필자는 이 대사가 마음에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어찌 보면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쟁터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그리고 생활 속에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어야 할 대사가 아닐까 싶다.여기서 싸움의 의미를 굳이 칼과 창과 화살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으로 보지 말고 내가 이겨야 하는 대상 혹은 개념으로 봐도 될 것이다.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에게는 시험점수나 합격 여부가 싸움의 결과가 될 것이고 직장인들에게는 맡은 업무나 승진 등이 싸움이 될 것이다.
사업을 하는 비즈니스맨에게는 사업의 성패 자체가 싸움일 것이고 스포츠 선수에게는 상대 선수나 팀을 이기는 것이 곧 싸움일 것이다.

그렇다면 주식투자는 어떠할까? 당연히 주식에 투자해서 손해보지 않고 주가가 올라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이 싸움의 승리가 아닐까 싶다.하지만 다른 것들은 영화 속의 대사와 같이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우는 것이 아니고 설사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낮더라도 반드시 싸워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지만 주식투자만큼은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우라고 당부하고 싶다.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주식 투자자들을 봐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본인이 투자한 회사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고 분석해서 투자한 경우는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아는 사람의 권유와 증권회사 직원의 권유와 혼자만의 감으로 덜컥 투자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한 경우 내가 투자한 회사가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지도 모르고 투자하는 경우도 봤었다.
내 소중한 돈이 수 천만 원 투자가 되는데 어떻게 도박하듯이 운에 맡기듯이 설마 하는 마음으로 투자를 한단 말인가?

옛말에도 ‘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표현이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으로, 상대편과 나의 약점과 강점을 충분히 알고 승산이 있을 때 싸움에 임하면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일반 성인이라면 알고 있는 표현이지만 실제 생활이나 투자에 있어서는 지켜지고 있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적어도 어떤 회사를 투자함에 있어서 최근 3년 정도의 다양한 재무비율이나 유동성,수익성,활동성에 대한 지표를 알아봐야 하겠고 투자 예상 기업이 속한 업종에서의 이슈나 산업 전체적인 전망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해당 기업의 매출과 이익 규모와 흐름을 살펴봐야 하겠고 대표이사나 창업주의 성향과 사업 마인드와 비젼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해당 회사 혹은 관련된 최근 1년 치의 뉴스나 기사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처럼 적을 어느 정도 알았으면 나를 알아야 하는데 나의 허용 가능 손실 정도나 여유자금 규모 및 투자 가능 기간 등을 꼼꼼하게 챙겨보고 투자성향과 감당할 수 있는 금액대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투자를 하도록 하자.

싸울 자신이 없어도 무리해서 싸워보는 객기가 주식투자에서는 필요하지 않다.
차라리 최대한 위험을 회피하면서 내 실속을 챙기는 투자가 낫고 ‘내가 그렇지.. 뭐’ 하면서 훌훌 털고 나오기에는 손실금액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절대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거나 외면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할 거라면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든 후 거의 준전문가가 되고 투자하도록 하자.

서기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