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비즈니스] 젓가락 장단맞추는 선술집의 사업성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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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5) 남북교역 : 젓가락 장단문화의 산실, 선술집
이어령 전 초대 문화부 장관이 ‘아시아를 읽는 생명공감, 젓가락의 문화유전자’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한·중·일 3국의 공통된 문화원형인 젓가락의 특징과 미래가치를 단일 콘텐츠를 테마로 한 단행본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젓가락의 유래와 변천사, 젓가락을 통해 본 한중일 3국의 문화 비교, 숟가락 젓가락을 사용하는 한국인의 고유한 ‘수저’론, 젓가락이 품고 있는 가락 문화, 젓가락과 IT산업 등을 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가면 아시아계 사람들이 많고, 반도체를 만드는 나라는 모두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인데 어렸을 때부터 젓가락질을 해 손재주와 높은 IQ의 연관성을 웅변한다. 젓가락은 오랜 시간 교육과 연습이 필요해 젓가락질을 잘할수록 두뇌발달 및 창조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에서 머리가 가장 좋은 것이며, IT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이고, 젓가락장단 문화와 공동체적 삶이 발달되었다고 설명한다. (중앙일보, 2016.11.20.)
나도 이어령 장관처럼 젓가락 장단이 좋다. 특히 술상을 두드리며 흥겹게 장단 맞추어 뽕짝부르기를 좋아했었다. 나는 뽕짝이 좋다. 그중에서도 ‘나그네 설움’과 ‘불나비’를 좋아한다. 대학다닐 때도 워크맨에 뽕짝 테이프를 넣고 들으며 다녔다. 입사해서는 부장님, 과장님과 선배 모시고 회식에 가서 술 한잔하지 않고 젓가락 두드리며 노래 불러서 ‘웃기는 놈’이라는 말도 들었다. 요즘 남한에는 그렇게 노래 부르며 음주를 즐길만한 장소가 없다. 이제 나이 50살 넘어 겨우 술 좀 배웠다. 그러고 보니 구성지게 뽕짝부르는 친구와 연탄 위에 안주 올려놓고 젓가락 두드리며 한 잔 마시고 싶다. 오늘같이 스산하게 추운 날은 더운 그런 분위기에 취해보고 싶다.
<<표준국어대사전>> 은 술청 앞에 선 채로 간단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술집을 이르는 ‘선술집’이라고 한다.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쉐프의 글을 읽어보면 종로 낙원동 순라길에 아직 선술집이 있다고 한다. 조선 말, 기록을 보면 서서 먹는 선술집과 나무판자를 깔고 앉는 목로주점이 꽤 많았다. 일제강점기에도 이런 술집이 종로를 중심으로 번성했다. 선술집이든 목로든 일단 간이음식을 판다. 특히 이미 만들어놓은 요리를 진열해두고 그대로 먹거나, 데워서 내는 게 중요한 특징이다. 서울에서 이런 집들은 자취를 거의 감추었다. 이곳 순라군길만 빼놓고 말이다. ‘뚱순이네’를 비롯한 선술 목로집이 성업한다고 한다. 이런 집의 묘미는 잔술이다. 막걸리 1000원, 소주도 1000원이다. 맥주는 가스가 날아가니 잔술이 없다. 묵묵히 서서, 노인들의 옛이야기를 들으며 마시는 선술집의 술맛이 기가 막히단다.
요즘에는 선술집이 사전적 의미의 서서 먹는 술집이라기보다는 그저 화려하지 않고 비싸지 않은 술집에서 주머니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안주를 내놓는 곳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북한에도 역시 사람이 사는 동네라 선술집이 없을리 없다. 평양에서도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퇴근길 ‘선술집’에 들러 닭발튀김이나 닭꼬치구이를 안주삼아 한잔하는 근로자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에서는 대동강맥주공장의 생맥주를 판매하는 맥주집이나 꼬치구이와 닭발을 판매하는 선술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선술집에서 파는 소주(평양술, 창광술, 혜산술, 양덕술 등이 있다)는 병에 담지 않고 직접 공급된다. 북한의 술집은 오후 4시에 개점해 9시면 문을 닫는다. 따라서 퇴근길 직장동료와 함께 들러 간단히 한잔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우리처럼 새벽까지 마시는 일은 물론이거니와 장소를 바꿔 계속해 마시는 일 역시 흔치 않다고 보는 게 맞다. 선술집의 인기가 좋아 일부는 서서 먹어야 하는 사정도 이에 한몫한다. 위에서 말한 퇴근길 한 잔은 말 그대로 한 잔이다. 컵 단위로 술을 팔기에 버는 돈 대비 상당히 고가인 술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술이 흔치 않고, 앉아서 몇 시간씩 술 마실 마땅한 장소가 없는 북한에서 선술집은 퇴근길 직장인들로 늘 북적댄다고 한다.
북한에 선술집을 낸다고 해서 정말 서서 먹는 술집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 적당히 불편한 동글뱅이 의자에 소주잔을 나눌 수 있는 정도면 된다. 그리고 흥에 겨우면 젓가락을 두드려도 남들이 눈살찌부리지 않는 그런 분위기 있는 술집이면 된다. 좀 오래된 우리 식으로 하면 ‘탁주집’정도면 될 듯하다. 젓가락은 쇠젓가락이 필수이다. 적당히 소리도 좋게 나면서 부러지지 않는 쇠젓가락이 제격이다. 북한 사람들도 흥에 겨우면 음주가무를 즐긴다고 한다. 노래방도 있겠지만, 여전히 우리 식의 그런 노래하는 곳으로 차리면 뽕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일 것이다. 그러려면 굽느라 먹기에 바쁜 고기 안주보다는 녹두 빈대떡, 파전에 적당히 찌그러트린 주전자 막걸리를 놓겠다. 북한에서는 젓가락 장단에 막걸리 마시는 술자리 문화는 없는 듯하다. 아마도 억압적 사회주의적 분위기 탓에 큰소리로 노래하며 술 마시는 것을 오랫동안 금지해서 그런 모양이다. 남한은 사회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던 시기에 오히려 젓가락을 두드리면 스트레스를 풀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사실 한민족은 흥에 맞춰 몸도 마음도 그리고 들고 있는 뭐든지 잘 두드린다. 그래서 타악기를 이용한 ‘난타’와 같은 류의 공연이 인기를 끌고 세계의 공연 문화에서 중요한 한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평양을 비롯하여 북한 지역에 이런 선술집을 차리겠다. 그리고 이를 체인화하여 각 주점마다 젓가락 두드리는 법을 손님들에게 즉석 공연하며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놓겠다. 분명 북한에는 없는 남한만의 새롭고 신기한 음주 문화로 인기를 끌 것이다. 그리고 시기가 되면 남북한을 통틀어 전국적인 ‘젓가락 장단’대회를 선술집 본점에서 열겠다. 물론 우승자는 특채를 하고, 전국 대리점에 순회공연을 할 기회를 부여하면, 상당히 괜찮은 홍보가 될 것이다. 2015, 2016년 청주시청에서는 정부의 인가를 받고 예산 지원에 힘입어 ‘젓가락 페스티벌’이 개최되었는데, 이 축제가 이후 남북경협이 재개된 다음에도 개최된다면 여기에도 출전시키겠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이어령 전 초대 문화부 장관이 ‘아시아를 읽는 생명공감, 젓가락의 문화유전자’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한·중·일 3국의 공통된 문화원형인 젓가락의 특징과 미래가치를 단일 콘텐츠를 테마로 한 단행본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젓가락의 유래와 변천사, 젓가락을 통해 본 한중일 3국의 문화 비교, 숟가락 젓가락을 사용하는 한국인의 고유한 ‘수저’론, 젓가락이 품고 있는 가락 문화, 젓가락과 IT산업 등을 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가면 아시아계 사람들이 많고, 반도체를 만드는 나라는 모두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인데 어렸을 때부터 젓가락질을 해 손재주와 높은 IQ의 연관성을 웅변한다. 젓가락은 오랜 시간 교육과 연습이 필요해 젓가락질을 잘할수록 두뇌발달 및 창조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에서 머리가 가장 좋은 것이며, IT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이고, 젓가락장단 문화와 공동체적 삶이 발달되었다고 설명한다. (중앙일보, 2016.11.20.)
나도 이어령 장관처럼 젓가락 장단이 좋다. 특히 술상을 두드리며 흥겹게 장단 맞추어 뽕짝부르기를 좋아했었다. 나는 뽕짝이 좋다. 그중에서도 ‘나그네 설움’과 ‘불나비’를 좋아한다. 대학다닐 때도 워크맨에 뽕짝 테이프를 넣고 들으며 다녔다. 입사해서는 부장님, 과장님과 선배 모시고 회식에 가서 술 한잔하지 않고 젓가락 두드리며 노래 불러서 ‘웃기는 놈’이라는 말도 들었다. 요즘 남한에는 그렇게 노래 부르며 음주를 즐길만한 장소가 없다. 이제 나이 50살 넘어 겨우 술 좀 배웠다. 그러고 보니 구성지게 뽕짝부르는 친구와 연탄 위에 안주 올려놓고 젓가락 두드리며 한 잔 마시고 싶다. 오늘같이 스산하게 추운 날은 더운 그런 분위기에 취해보고 싶다.
<<표준국어대사전>> 은 술청 앞에 선 채로 간단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술집을 이르는 ‘선술집’이라고 한다.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쉐프의 글을 읽어보면 종로 낙원동 순라길에 아직 선술집이 있다고 한다. 조선 말, 기록을 보면 서서 먹는 선술집과 나무판자를 깔고 앉는 목로주점이 꽤 많았다. 일제강점기에도 이런 술집이 종로를 중심으로 번성했다. 선술집이든 목로든 일단 간이음식을 판다. 특히 이미 만들어놓은 요리를 진열해두고 그대로 먹거나, 데워서 내는 게 중요한 특징이다. 서울에서 이런 집들은 자취를 거의 감추었다. 이곳 순라군길만 빼놓고 말이다. ‘뚱순이네’를 비롯한 선술 목로집이 성업한다고 한다. 이런 집의 묘미는 잔술이다. 막걸리 1000원, 소주도 1000원이다. 맥주는 가스가 날아가니 잔술이 없다. 묵묵히 서서, 노인들의 옛이야기를 들으며 마시는 선술집의 술맛이 기가 막히단다.
요즘에는 선술집이 사전적 의미의 서서 먹는 술집이라기보다는 그저 화려하지 않고 비싸지 않은 술집에서 주머니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안주를 내놓는 곳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북한에도 역시 사람이 사는 동네라 선술집이 없을리 없다. 평양에서도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퇴근길 ‘선술집’에 들러 닭발튀김이나 닭꼬치구이를 안주삼아 한잔하는 근로자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에서는 대동강맥주공장의 생맥주를 판매하는 맥주집이나 꼬치구이와 닭발을 판매하는 선술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선술집에서 파는 소주(평양술, 창광술, 혜산술, 양덕술 등이 있다)는 병에 담지 않고 직접 공급된다. 북한의 술집은 오후 4시에 개점해 9시면 문을 닫는다. 따라서 퇴근길 직장동료와 함께 들러 간단히 한잔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우리처럼 새벽까지 마시는 일은 물론이거니와 장소를 바꿔 계속해 마시는 일 역시 흔치 않다고 보는 게 맞다. 선술집의 인기가 좋아 일부는 서서 먹어야 하는 사정도 이에 한몫한다. 위에서 말한 퇴근길 한 잔은 말 그대로 한 잔이다. 컵 단위로 술을 팔기에 버는 돈 대비 상당히 고가인 술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술이 흔치 않고, 앉아서 몇 시간씩 술 마실 마땅한 장소가 없는 북한에서 선술집은 퇴근길 직장인들로 늘 북적댄다고 한다.
북한에 선술집을 낸다고 해서 정말 서서 먹는 술집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 적당히 불편한 동글뱅이 의자에 소주잔을 나눌 수 있는 정도면 된다. 그리고 흥에 겨우면 젓가락을 두드려도 남들이 눈살찌부리지 않는 그런 분위기 있는 술집이면 된다. 좀 오래된 우리 식으로 하면 ‘탁주집’정도면 될 듯하다. 젓가락은 쇠젓가락이 필수이다. 적당히 소리도 좋게 나면서 부러지지 않는 쇠젓가락이 제격이다. 북한 사람들도 흥에 겨우면 음주가무를 즐긴다고 한다. 노래방도 있겠지만, 여전히 우리 식의 그런 노래하는 곳으로 차리면 뽕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일 것이다. 그러려면 굽느라 먹기에 바쁜 고기 안주보다는 녹두 빈대떡, 파전에 적당히 찌그러트린 주전자 막걸리를 놓겠다. 북한에서는 젓가락 장단에 막걸리 마시는 술자리 문화는 없는 듯하다. 아마도 억압적 사회주의적 분위기 탓에 큰소리로 노래하며 술 마시는 것을 오랫동안 금지해서 그런 모양이다. 남한은 사회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던 시기에 오히려 젓가락을 두드리면 스트레스를 풀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사실 한민족은 흥에 맞춰 몸도 마음도 그리고 들고 있는 뭐든지 잘 두드린다. 그래서 타악기를 이용한 ‘난타’와 같은 류의 공연이 인기를 끌고 세계의 공연 문화에서 중요한 한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평양을 비롯하여 북한 지역에 이런 선술집을 차리겠다. 그리고 이를 체인화하여 각 주점마다 젓가락 두드리는 법을 손님들에게 즉석 공연하며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놓겠다. 분명 북한에는 없는 남한만의 새롭고 신기한 음주 문화로 인기를 끌 것이다. 그리고 시기가 되면 남북한을 통틀어 전국적인 ‘젓가락 장단’대회를 선술집 본점에서 열겠다. 물론 우승자는 특채를 하고, 전국 대리점에 순회공연을 할 기회를 부여하면, 상당히 괜찮은 홍보가 될 것이다. 2015, 2016년 청주시청에서는 정부의 인가를 받고 예산 지원에 힘입어 ‘젓가락 페스티벌’이 개최되었는데, 이 축제가 이후 남북경협이 재개된 다음에도 개최된다면 여기에도 출전시키겠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