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R협회] 묶어 놓은 것과 풀어 놓은 것

조직은 다양한 사람이 모인 곳이다. 피터 드러커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내는 곳이 조직이라고 하였다. 비범한 결과는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렸을 때 가능하다. 역량은 자기주도적으로 개발할 수도 있지만, 리더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리더십은 확장성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성과를 주목할 때 인재는 자원이다.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 특징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유형자산의 합이 기업의 힘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초래한 디지털 시대에는 무형자산의 합이 주목받고 있다. 빅데이터는 최적화된 알고리즘이 있을 때 존재감이 살아난다. 알고리즘은 인재가 만든다. 기계적 분석에 인간의 감각과 상식이 보태졌을 때 그 결과의 파장은 상상 이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마존이 금년도 1월 7일에 시가 총액 세계 1위 기업으로 등극한 것을 보아도 인재의 중요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재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묶어 놓을 것인가, 풀어 놓을 것인가. 통제할 것인가 위임할 것인가. 부릴 것인가, 맡길 것인가. 적재적소(適材適所)가 뜻하는 바는 사람마다 역량이 다르고, 그 역량에 맞는 자리가 따로 있다는 것 아닌가. 리더는 인재를 잘 알아보아야 할 의무가 있다. 용인지도(用人之道)는 예전부터 내려온 지도자의 덕목인 점을 보아도 그 중요성은 오늘날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기업을 흥하게 하는 것도, 기업을 망하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인재의 중요성과 리더십이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 것은 무리일까?
맡길 수 있는 인재는 풀어 놓을 수 있다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맡길 인재’가 많은 기업은 어떤 곳일까.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개인의 역량에 맞도록 위임이 잘 되어 있다. 위임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빠른 의사결정에 크게 기여한다. 최근 조직문화 관점에서 회자하고 있는 애자일(aglie)과도 일맥상통한다. 기민하고 민첩성 있는 움직임만이 디지털 시대의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서 존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개개인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여 다양성을 추구한다. 자율성은 다양성으로, 다양성은 창의적 사고로, 창의적 사고는 기업의 먹거리 창출로 연계될 수 있는 첩경이다. 셋째, 활발한 의사소통이다. 수평적 소통은 개인 간 사고의 차이에 대해 ‘다를 수 있다’라는 이해의 폭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름의 이해는 내부적 갈등의 보이지 않는 비용을 줄일 뿐 아니라, 오히려 조직의 시너지로 화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코치형 리더십이다. 무엇을 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될 것인지 질문형으로 대화법이 바뀌는 것이다. 질문형 대화법은 인재를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면서도 각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익숙함에 새로움을 덧되기’가 가능해진다.
반대로 묶어 놓는다는 것은 통제한다는 것이다. 즉, ‘부릴 인재’는 ‘맡길 인재’와 정반대의 조직문화에서 만들어진다. 종전의 제조업은 소량의 품종을 대량 생산하여 시장의 공급자로서 우위를 점하고 있을 때 지시하고 통일성을 요구하였다. ‘소확행’이 사회문화로 자리매김하였다. 소비자가 상품의 디자인을 요구한다. 다량의 품종이 소량으로 생산되는 시대이다. 1인 가구가 대세이다. 기성세대가 ‘효용적 소비’였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의미적 소비’를 하고 있다. ‘소유적 소비’가 아닌 ‘경험적 소비’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 시장이 바뀜에 따라 조직문화도 인재도 변화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가 오랜 기간 논쟁의 중심에 서 있듯이, 리더십을 비롯한 조직문화 정착과 ‘잘 난 인재’ 확보의 우선순위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는 있다. 두 가지가 ‘따로국밥’이 아닌 동시에 차려져야 할 ‘한 상 차림’ 이어야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부릴 인재’보다는 ‘맡길 인재’가 더 많아지도록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 조직의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평생 교육 시대와 기하급수적 환경 변화에 발맞추어 리더도 지속해서 학습을 하여야 한다. 특히, 본격 시행되는 주 52시간이 인사 틀을 크게 흔들어 놓을 것으로 본다. 자기주도적 학습과 코치형 리더십의 조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과거는 지나간 흔적이다. 흔적에 얽매이기보다는 새로움에 익숙함을 덧되어 ‘풀어 놓을 수 있는 인재 육성’에 동참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박창동 HRD박사(한국HR협회 HR칼럼니스트)